[기고] '코로나19, 현장 속 우리의 이야기' 공모 수기 대상
박주향 국민건강보험공단 대전충청지역본부 요양운영부 과장

※ 본 체험 수기는 국민건강보험공단 대전충청지역본부에서 <코로나19, 현장 속 우리의 이야기>를 주제로 질병관리청, 생활치료센터 등 코로나19 방역 지원을 위해 파견된 직원들을 대상으로 공모한 수기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9월 11일 오송 질병관리청을 찾아 신임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에 대한 임명장을 직접 수여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9월 11일 오송 질병관리청을 찾아 신임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에 대한 임명장을 직접 수여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질병관리청이 있는 오송으로 파견 출근하는 첫날, 감염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과 현장에서 방역을 위해 일한다는 사회요원으로서의 자긍심이 교차하였다. 이때의 가슴 두근거림은 여지껏 경험해보지 못한 감정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사실, 익숙하지 못한 타 기관에서 그것도 국민 모두가 전전긍긍 사회적 거리두기로 억지로라도 피하고 싶은 방역현장에 있어야 하는 상황에 선도적으로 참여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었다.

우리 지역본부에 질병관리청 코로나19 감염증 대응 인력 파견 명령이 떨어졌다. 1개월간 동안 주말과 휴일 없이 파견근무를 해야 하는데, 담당 업무공백은 물론 자녀돌봄이 필요한 직원 등 어려운 상황으로 누구하나 선뜻 나서는 직원이 없어 서로 눈치를 보는 상황이었다.

이왕에 누군가가 파견되어 가야할 일이라면 선배인 내가 먼저 솔선해야겠다는 생각으로 팀장님과 상의하여 지원을 하게 되었다.

지원업무의 주된 일과는 통계작성 등 사무자동화 시스템 운영이었다. 다행이도 공단에서 숙련된 기본기가 있어서 업무 자체는 먼저 파견되었던 직원들이 들려준 후일담 보다는 그리 어렵지 않았다.

내가 근무하는 곳은 질병관리청 긴급 상황실 격리자 관리팀. 해외 입국자중 자가 격리 면제서를 발급받아 입국하는 입국자들을 능동 감시하는 업무였다.

모든 입국자들은 입국일 당일부터 14일 동안 임시시설에서 의무적으로 자가격리가 이루어져야 하지만, 그 중에서 중요사업, 인도적 목적으로 입국하는 자가격리 면제서 발급자는 음성판정을 받으면 자가격리 면제를 받기 때문에 그들에 대하여 추적 능동감시가 이루어져야 갑작스런 양성화 반응에 적극적으로 대처할 수 있었다.

하지만 해외공관 측의 오류에 의해서 입국자의 신원파악이 어렵거나, 검역신고서 오류기재로 연락처를 찾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했다. 이때에는 경찰청 등 타 기관과의 업무협력이 실시간으로 이루어져야 하는 긴박한 상황도 현장에서 자주 일어났다.

새벽까지 연락을 기다리는 초조함이 극에 달할 때도 있었고, 연락이 닿을 때는 희열도 만끽하는 천당과 지옥을 경험하는 일도 벌어지곤 했다.

하루하루가 숨 가쁘게 돌아가는 일상에서 9월 11일, 평생 잊지 못할 소중한 경험을 하게 되었다. 대통령님이 질병관리청을 직접 방문하여 정은경 청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하는 현장에 함께 하게 된 것. 대통령님이 “정 본부장은 케이방역의 영웅”이라는 격려를 해주시는 것을 보면서 그 현장의 한 일원이었다는 자긍심이 마음을 설레게했다. 기쁨의 순간이기도 했다.

비록 타 기관에서 파견 나온 공단 직원이지만 국민의 건강을 지키고, 사회안전망을 두텁게 하는 건강지킴이 역할을 했다는, 서로가 연결고리가 있다는 것에 일심동체의 감동으로 뿌듯함을 나눈 순간이다. 지금도 그 때를 기억해 보면 기분 좋은 추억이었음을 상상해 본다.

박주향 국민건강보험공단 대전충청지역본부 요양운영부 과장.
박주향
국민건강보험공단
대전충청지역본부
​​​​​​​요양운영부 과장.

 

이제는 돌아와 집안에서 스스로 자가 격리로 보내며 질병관리청에서 경험했던 수많은 일들을 추억해 본다. 근무기간 중 가족들을 가급적 보지 않고, 식사도 같이 하지 않는 등 스스로 방역 수칙을 철저하게 지켜 질병관리청 파견 근무자의 본분을 지키고자 하는 애로도 겪었지만, 그 중에서 가장 가슴깊이 새겨진 교훈이 있다.

세상을 살면서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코로나-19라는 악성바이러스에 대처하는 보이지 않은 사람들, 의사도 아니고 유명인도 아닌 묵묵히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 일선 방역인들이야 말로, 이 지금의 시대를 리드하는 참 영웅들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또 공단 직원으로서 함께 참여했던 내 위치에 대해서 자긍심을 갖고,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도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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