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수돌 고려대학교 교수

세종시의회와 세종시, 난개발방지특위가 참여한 3자간 간담회 모습.
지난 10월 세종시의회와 세종시청, 난개발방지특위가 참여한 3자 간담회 모습.

A. W. 섀프와 D. 패설의 ‘중독조직’ 이론이 있다. 마치 사회 조직도 알코올중독자나 마약중독자처럼 이상하게 행동한다는 이야기다. 이 이론에 따르면, 기업이나 행정, 학교나 교회 등 여러 조직들은 돈이나 권력에 중독되어 갈수록 더 많은 돈과 권력을 추구하면서도 스스로 병들어가는 줄도 모른다.

행여 누군가 잘못을 지적하면 “우리는 아무 문제가 없다”고 부인한다. 아니면,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침묵한다. 시간이 흘러 잊히기만 기다린다. 그러나 주변의 문제제기나 그 증거가 너무나 명확하면 그들은 “아직 때가 아니다”라며 문제 해결을 지연시키거나 ‘꼬리 자르기’로 무마한다.

나아가 여론이 들끓고 문제가 널리 공론화하여 결코 부정할 수 없는 단계가 되면 그들의 앞잡이들을 내세워 토론회나 공청회를 열어 의도된 결론으로 유도하는, 헤게모니 전략을 쓴다. 프레임을 자기 식으로 만들고 은근히 자기들에게 유리한 결론을 도출하는 것.

더욱 중요한 것은 그러한 조직이나 리더들이 현실을 정직하게 직시하지 않고 엉터리 같은 해법을 내놓을 때, 그 주변부 사람들은 물론 일반인들 상당수가 그들을 옹호, 보위하며 충성을 다하려 한다는 점이다. 이를 ‘동반 중독’이라 한다. 동반 중독이 발생하는 이유는 (핵심 중독자나 중독조직의 몰락과 더불어) 주변인 자신의 생존이나 실리, 체면, 칭찬을 잃을까봐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최근 우리는 이러한 중독조직의 행태를 검찰조직이나 언론조직, 나아가 트럼프 행정부에서 어렵지 않게 보고 있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세종시나 세종시의회 차원에서도 이런 현상이 드러났다.

첫째, 세종시 부동산 활황 기운과 함께 전원주택 단지용 산지 난개발이 횡행하는데, 시의회와 시청 당국은 법과 제도에 의거, 엄격한 단속을 하기는커녕 오히려 뒤를 봐주며 떡고물을 얻어먹으려는 정황이 드러났다.

A 공무원은 현재 경찰 수사 중이고, B 의원 역시 난개발을 위해 조례까지 개정했으며, 도로개설이나 개발 예정지에 부동산 투기를 했음이 명확하다. 그 외에도 C, D, E... 유사 사례가 있다. 그럼에도 이들은 옴짝달싹 않는다. 시민사회단체의 문제제기에도 진상조사를 위해 누구 하나 제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둘째, 세종시 당국이나 건설청, 일부 시민 대표들이 행정수도 이전과 균형 발전이라는 좋은 이름 아래 다양한 운동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서울 시민이나 타 지역 사람들은 별 관심도 없고, 특히 정치 행정가들은 그저 ‘선거용’으로만 활용하려 든다. 뒤에서 웃는 자들은 건설자본과 투기꾼들뿐이다.

그리하여 행정수도 논란의 실상은 (그 순수한 의도와 달리) 세종시 부동산 경제를 부채질하는 효과밖에 없다. 그 결과는 물가 폭등, 세금 인상(공시지가 인상)과 투기 심리 조장이다. 투기와 난개발을 막는 철저한 장치 없이 추진하는 수도 이전 운동은 ‘헛발질’이다.

강수돌 고려대 교수.
강수돌 고려대 교수.

셋째, 세종시나 시의회는 겉으로는 시민주권 내지 행복도시를 내세우지만, 실상은 자본과 기업의 돈벌이를 도와주는 일을 한다. 일례로, 기업인 초청 투자 설명회 같은 것은 자주 열지만, 공무원 부정부패나 난개발 방지를 위한 ‘신고 및 감시 센터’ 하나 열지 못하고 있다. 그래 놓고 선거 때만 되면 온갖 인맥을 동원, 승리하려 한다. 민주주의라는 이름 아래 시민들을 선거용으로만 이용하고, 선거가 지나면 시민들은 세금만 더 내야 하고, 맥없는 박수만 쳐주어야 하며 거듭 ‘속은 기분’으로 산다. 중독조직을 넘어 중독사회가 탄생하는 이치다.

세종시청이나 시의회에 바란다. 중독조직에서 치유되려면, 그리하여 민주주의와 시민들의 삶의 질 차원에서 전국 모범을 보이려면, 최근 부동산 투기나 난개발에 연루된 공직자를 깨끗이 정리하라. 난개발과 투기 신고 센터를 설치하라. 시장과 시의원들은 부정부패와 난개발에 대한 진상조사를 행하고 시민사회에 공개하라. 이것이 다음 선거를 준비하는 첫 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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