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정권의 '야구에 산다!'] 정민철 단장의 외로운 사전 정지 작업, 팀의 구심점 반드시 찾아야 

창단 이후 최악의 시즌으로 마무리한 한화이글스가 역대급 선수단 정리를 하면서 내년 시즌 도약을 위한 준비에 착수했다. 사진은 정민철 단장(오른쪽)이 이번 시즌을 앞두고 이성열 선수와 악수하는 모습. 

코로나19와 더불어 역대급 시즌을 보낸 한국프로야구. 11월이 시작됐지만 챔피언의 향방은 오리무중이다. LG가 키움을 잡고 디펜딩 챔피언 두산에게 도전했지만 1승도 챙기지 못하면서 주저 앉고 말았다.

디펜딩 챔피언 두산은 키움을 꺾고 올라온 “한 지붕 두 가족” LG를 연파하고 창단 첫 가을야구에 2위로 진출한 KT와의 일전을 앞두게 되었다. 두 팀의 승자는 여유 있게 기다리고 있는 창단 첫 우승의 주인공 NC와 자웅을 겨루게 된다.

반면, 가을야구 진출에 실패한 각 구단은 발 빠르게 내년 시즌을 응시하고 있다. 그 시작점은 바로 선수단 정리이다. 연일 각 구단의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의 재계약 불가 소식이 야구계를 달구고 있다.

9위를 기록한 SK는 “어린 왕자” 김원형 두산 투수 코치를 사령탑으로 영입하며 가장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아쉽게 우승 문턱에서 좌절한 LG 류중일 감독은 3년 계약을 끝내고 물러나는 결정을 내렸다.

감독 대행으로 시즌을 마무리 한 키움과 한화 그리고 새롭게 감독 자리가 공석이 된 LG까지 어떤 인물이 새로운 감독으로 선택이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런 와중에 한화이글스는 팀에 많은 변화를 예고하며 새로운 시즌에 대한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양산해내고 있다.

프랜차이즈 정민철 단장의 고독하고 외로운 선수단 사전 정지 작업

부임 첫 시즌에 역대급 최하위를 기록하며 체면을 구긴 정민철 단장. 프랜차이즈 레전드 출신으로 자존심이 바닥까지 떨어져 있을 것이다. 팀의 재건을 위해서 최하위로 끝낸 시즌이 마무리되자마자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공석이 된 새로운 감독 선임을 위해 선수단을 빠르게 정리하고 있는 것이 그 첫 번째 단계이다. 하지만 이번 변화는 예년과는 아주 다른 분위기이다. 세대교체의 깃발 속에 프랜차이즈 베테랑들을 대거 재계약하지 않는 파격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온정주의”라는 찬사 또는 비난을 받았던 예년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이다.

이글스의 심장 김태균의 은퇴 선언 이후 더욱 그 속도는 가속화된 느낌이다. 15년 이상 이글스의 유니폼을 입고 그라운드를 누볐던 송광민, 안영명, 윤규진, 최진행의 프랜차이즈 베테랑들이 포함된 것이다. 여기에 12년 동안 이글스 유니폼을 입었던 김회성도 예외는 아니었다. 

최고의 파격은 올 시즌 주장으로 팀을 이끌었던 이용규마저 재계약 대상자가 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야말로 한화이글스 역대급 베테랑 정리 작업이 벌어진 것이다. 앞서 은퇴를 선언한 김태균과 시즌 말미 은퇴를 선택한 송창식까지 포함하면 10년 이상 이글스의 유니폼을 입고 암흑기에 그라운드를 누볐던 무려 일곱 명의 베테랑들이 팀을 떠나는 결과가 만들어졌다.

여기에 프랜차이즈 레전드인 장종훈 총괄 코치, 송진우 투수 코치와 6년 동안 이글스 유니폼을 입었던 정민태 투수 코치 등과도 결별을 선택하면서 선수단의 변화를 아주 큰 폭으로 설정하고 대대적인 변화를 꾀하고 있다.

이를 정민철 단장만의 작품으로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대표이사가 공석인 상황에서 프랜차이즈 레전드 출신 정민철 단장이기 때문에 주도적으로 이런 정지 작업을 펼칠 수 있었지 않은가 하는 합리적 예측이 가능해진다.

조만간 새로운 감독이 선임될 것이다. 어떤 감독이 선택될지 아직은 모르지만, 정민철 단장은 아마도 선수단 사전 정지 작업을 통해 신임 감독에게 부담감을 덜어주고 심리적으로 편안한 상황을 만들어주고 싶은 마음이 클 것이다. 그래야 본인 야구 철학대로 감독의 야구를 펼칠 수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앞선다. 아무래도 베테랑들이 많으면 감독일지라도 팀을 운영하는데 나름의 어려움이 따를 수 있기 때문이다.

과연 한화이글스와 정민철 단장의 이러한 대대적인 개편과 변화의 선택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다. 하지만 결코 무리한 선택은 아니라는 것이 필자의 판단이다. 다만, 이후에 올 다양한 변수에 대한 대안은 충분히 만들어져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팀이 한순간에 무너질 수도 있는 상황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대대적인 변화 속에 팀의 구심점은 반드시 찾아 대안 만들어야

팀의 대대적인 변화 속에 베테랑들 대부분이 팀과 결별을 했다. 바꿔 말하면 그만큼 젊은 선수들이 주축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화이글스의 최근은 베테랑에 의존한 팀이었다. 그만큼 베테랑을 받쳐줄 중간급 선수들이 보이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즉, 한화이글스에는 아직 젊은 선수층에서 팀의 중심을 잡아줄 만한 선수가 눈에 띄지 않다는 것이다.

그동안 팀의 중심을 잡아줬던 정근우가 올 시즌 시작 전 LG로 이적했고 시즌 말미에는 김태균이 은퇴를, 이용규는 재계약 대상에서 제외되었다. 송광민, 안영명, 윤규진, 최진행 등도 방출의 아픔을 겪으며 팀을 떠나게 됐다. 

그렇다면 다음 시즌 한화이글스의 구심점은 어떻게 되는 것인가. 선수단의 맏형은 이성열이다. 이성열은 다음 시즌까지 계약이 되어 있기에 이번 대대적인 개편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다. 투수진에서는 정우람이 최연장자가 되었다. 이성열과 정우람이 팀의 중심을 잡아줘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성열도 정우람도 김태균, 정근우, 송광민 등 선배들의 그늘에 있었던 베테랑들이다.

여기에 야수진에서는 정진호, 최재훈, 오선진, 노수광, 강경학 등이, 투수진에서는 장시환, 신정락, 장민재 등이 중심을 잡아줘야 한다. 하지만 문제는 연령대가 갑자기 낮아진 것도 있지만 이들 중 확실하게 주전 자리가 보장된 선수는 최재훈, 장시환 정도이다. 즉, 팀의 중심을 잡아주기 전에 본인들의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살벌한 경쟁이 먼저인 상황인 것이다.

여정권 대전MBC 프로야구 해설위원(이학박사).
여정권 대전MBC 프로야구 해설위원(이학박사).

과연 이런 대대적인 선수단의 개편이 내년 시즌 선수단 운영에 어떤 영향을 줄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남은 고참급 선수들이 팀의 구심점으로 본인들의 역할을 잘 해내고 젊은 선수들의 발굴과 성장 그리고 적응이 빠르게 이루어진다면 팀은 예상보다 빠르게 안정될 가능성이 많다.

대대적인 개편 속에 빠르게 신임 감독이 선임되고 외국인 선수 계약과 FA 영입 계획 등이 한화이글스의 전력에 맞게 이루어져야만 내년 시즌에 대한 기대를 해볼 수 있을 것이다. 한화이글스는 대대적인 변화 속에 최원호 감독대행의 지휘 아래 마무리 훈련에 돌입했다. 대전과 서산에서 이루어지는 마무리 훈련. 젊은 선수들의 기회의 장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어렵게 개막을 맞이한 2020시즌. 하지만 역대 최악의 시즌으로 기억될 수밖에 없었던 2020시즌. 최하위에 머물렀지만 많은 희망을 발견한 시즌이기도 하다. 한 시즌 동안 그라운드에서 수고한 한화이글스 선수들과 지도자들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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