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마IN충청-㉒] ‘청산, 유수’ 독립영화 촬영
금강·갑사터널·공산성 상업영화 촬영 명소로

올해 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초청작 '청산, 유수' 스틸컷. 공주 공산성에서 바라 본 금강. (자료=네이버영화)
올해 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초청작 '청산, 유수' 스틸컷. 공주 공산성에서 바라 본 금강. (자료=네이버영화)

굽이지는 산줄기와 유유히 흐르는 금강. 천년고도 공주의 풍경이 로드무비에 담겼다.   

일면식도 없는 두 남녀의 2박 3일 여정을 담은 영화 <청산, 유수>가 올해 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한국영화의 오늘-파노라마’ 부문 초청작으로 선정됐다. 영화는 내년 상반기 공식 개봉한다. 

이번 영화는 2009년 <반두비>로 제31회 낭트 3대륙영화제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한 신동일 감독이 3년 만에 내놓은 신작이다. 배우 이설, 김진엽이 남녀 주인공으로 연기했다. 촬영 분량 대부분이 공주를 배경으로 이뤄졌다. 

영화 속 여자 주인공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아버지의 장례식장에서 충동적으로 뛰쳐나온다. 동시에 빚쟁이들에게 쫓기며 살아가는 또래의 남자 주인공을 만나면서 우연한 동행을 시작한다. 

남자 주인공은 아버지의 부의금을 건네며 대신 운전해달라는 여자의 제안에 망설이다 이내 차를 몰게 된다. 두 사람의 만남은 남자가 수 년 전 발길을 끊었던 고향으로 향하게 되는 계기로 작용한다. 남자 역시 과거 고향에 드리운 재개발과 가족과의 관계 속에서 상처를 입은 인물이다. 

두 사람에게 이 도시는 낯설기도, 불편하기도 하다. 하지만 산과, 금강변, 도심 천변과 작은 사찰, 전통시장 등을 떠돌면서 두 사람은 가까워지고, 관객들 역시 이들의 발걸음을 따라가게 된다. 

신원사는 가을 단풍으로 유명한 계룡산 3대 사찰로 꼽힌다. 사진은 신원사 가는 길 단풍 풍경.
신원사는 가을 단풍으로 유명한 계룡산 3대 사찰로 꼽힌다. 사진은 신원사 가는 길 단풍 풍경.

영화제 예고편에서는 신원사 계곡으로 가달라는 여주인공의 대사가 나온다. 신원사는 동학사, 갑사와 함께 계룡산 3대 사찰로 꼽힌다. 공주 10경 중 하나로 백제 의자왕 11년(651년) 보덕(普德)이 창건한 사찰이다.

대웅전 옆에는 고찰의 역사를 간직한 600년 된 배롱나무가 있다. 일주문을 지나 조금만 걸으면 시원한 계곡이 나오는데, 영화 속 시간적 배경인 여름에 이곳을 찾으면 울창한 숲을 느낄 수 있다.

한 번쯤 이곳을 방문했던 사람이라면 꽤 낯익은 느낌을 받을 수도 있다. 두 주인공이 공산성 성곽을 걷다 내려다보는 금강 풍경이 화면을 꽉 채울때다. 

공산성은 백제시대의 대표적인 성곽이다. 웅진백제(475~538) 시기를 지켜냈다. 해발 110m 능선을 따라 이어진 성벽이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밤에는 야경이 빛나 멀리서도 멋진 풍경을 볼 수 있다. 이곳은 1968년 개봉한 영화 <공산성의 혈투> 실제 배경이 되기도 했다.

영화 속 두 주인공은 차를 타거나 곳곳을 걷는다. 이들을 치유의 길로 이끄는 매개는 곧 도시의 풍경이고 자연이다. 감독은 이번 영화제에서 작품을 소개하며 4대강 사업을 언급했다. 개발의 문제와 삶의 균열은 그의 작품 세계 전반을 이루는 핵심 줄기이기도 하다. 곧 영화가 개봉되면, 제목이 내포한 다양한 의미를 곱씹어보는 일도 흥미로울 것이다. 

공주 공산성 전경.
공주 공산성 전경.

공주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또 다른 촬영 명소가 있다. 바로 갑사터널이다. 이 터널은 연장 498m의 비교적 짧은 길이로 반포면 마암리와 계룡면 내흥리를 연결한다.

2019년 2월 개봉한 한국판 좀비 영화 <기묘한 가족> 속 후반부 명장면도 여기에서 탄생했다. 좀비 천지가 된 마을을 탈출한 가족들이 긴장 속에서 터널 입구에 서 있고, 어두운 터널에서 아버지 만덕이 하와이 여행을 마치고 돌아와 폭소를 일으키는 장면이다.

갑사터널은 오는 11월 개봉을 앞둔 박신혜, 전종서 주연의 스릴러 영화 <콜>의 촬영지가 되기도 했다. 스틸컷에서 늦은 밤 터널 앞에 서 있는 주인공의 모습은 긴장감을 자아낸다.  

이외에도 금강변을 따라 이어진 도로와 공주보 인근에서는 납치를 소재로 한 범죄 스릴러 영화 <성난황소>(2018) 차량 추격신이 촬영됐다. 

늦가을, 도시 곳곳을 다니며 영화 프레임에 담긴 장소들을 찾아 거닐어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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