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시장의 리더십 변화, 반성부터 전제돼야

유성복합터미널 조성 부지. 자료사진.

지난 10년여간 네 차례에 걸쳐 유성복합터미널 조성사업을 민간개발로 추진하다 좌초되자  공영개발 방식으로 추진한다고 대전시장이 공식 발표했다. 그동안 문제가 없다고 그렇게 자신하더니 무산된 이유와 배경에 대한 구체적 설명 없이 그리고 이 부끄러운 정책실패에 대한 반성과 책임 없이 무슨 차선의 대안인양 슬그머니 조성방식만 바꾸어 내놓은 대전시와 대전도시공사의 처사는 안쓰럽기까지 하다. 

워낙 대전시정의 실패와 실망에 익숙한 대전시민들의 무감각 때문에 가시적인 비판은 모면하고 있는지 모르지만, 대전시의 발전과 시민들의 기대에 역행한 이 문제는 두고두고 큰 짐이 될 것이다. 이 문제를 어떻게 매듭짓느냐에 따라 대전시와 대전시정의 성패가 좌우될 수 있는 중대 사안이기 때문이다.

대기업을 비롯한 민간개발업자가 유성복합터미널 같은 주요 시설에 지난 10여년 동안 계획성과 진정성을 가지고 달려들지 않은 것은 바로 대전시의 도시수준이 어디에 있는지를 단적으로 말해 주고 있다. 즉 대전시에 대한 사업적 투자가치와 미래발전 가능성이 없음을 민간부문에서는 일찍이 평가하고 있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이다. 

대전시가 대전시의 미래를 아무리 근사하게 포장해서 홍보해도 수익과 경제적 가치에 민감한 민간기업들은 이미 대전을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대전시가 도시슬로건을 바꿔서 시내 곳곳을 간판으로 도배해도, 아시안 게임을 유치한다며 자랑하고, 대전방문의 해를 연거푸 홍보해도, 유성복합터미널이 세종시 충청권 호남권을 잇는 광역교통 플랫폼이라고 아무리 강조해도 대전은 더 이상 투자할 만한 매력적인 도시가 아니라는 기업의 판단이 바로 대전시의 현주소다.

그렇다면 조성방식을 민간개발에서 공영개발로 바꾼다고 과연 건설이 성공적으로 완성될까, 나아가 건설된 후 당초 계획한 효과를 낼 수 있을까? 지금 대전시장의 의지와 리더십, 대전시정과 시의회의 수준과 자세, 그리고 대전시민들의 관심도와 태도로는 그 성공을 장담하기 어렵다. 그 이유는 이렇다.

알렌 쉭 (Allen Schick)이라는 예산 전공 행정학자가 몇 년전 ‘발전도상국가에서 새로운 제도나 방식이 성공하지 못하는 7가지 이유’라는 논문을 발표한 적이 있다. 그는 이 논문에서 실패의 가장 큰 요인은 새 제도나 방식의 도입 이전에 기존 제도나 방식에 충실하게 이행하려는 철저한 노력과 반성없이 무조건 새 것만을 도입하려는 우를 되풀이하는 것으로 꼽고 있다. 

유성복합터미널 조성사업의 경우에도 민간개발 방식으로 추진하는 과정에서 네 차례나 실패할 동안 시행착오를 줄이려는 절실하고 치밀한 노력을 보이지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 게다가 최종 실패를 선언하고서도 총체적 실패의 이유와 책임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새 방식을 급하게 내놓고 기대를 또다시 강요한다는 것은 앞서 쉭이 주장한 실패요인을 충족하고도 남는다. 

물론 기존의 제도나 정책이 애초의 기대나 예상과 달리 잘못 가거나 실패하면 수정할 수 있다. 아니 수정해야 한다. 그러나 그러기 위해서는 반드시 수행해야 할 전제조건이 있다. 그 조건이 충족되어야 새 제도나 정책이 성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첫째, 수정 이전의 정책에 대한 철저한 평가와 수정의 타당성을 명확히 밝혀야 한다. 모든 제도나 정책은 완전하지 않다. 다 양면성과 장․단점이 있다. 기존의 민간개발 방식의 한계와 함께 공영개발 방식으로의 변화에 따른 한계점과 장․단점을 구체적으로 비교․분석하여 부득이 수정할 수 밖에 없는 타당한 이유를 밝혀야 한다. 

육동일 명예교수

둘째, 개발방식의 변화로 인한 기존 대전시 도시정책과의 변화와 상호 연계성에 대한 철저한 재분석과 이를 토대로 한 재설계가 필요하다. 유성복합터미널 조성은 세종시와의 상생전략, 국립 대전현충원의 활성화, 공주 등 인근 자치단체와의 교류와 협력, 월드컵 경기장의 재활용과 장대교차로 건설방식 등 대전발전의 방향과 정책들과 맞물려 있다. 더욱이 공영개발 방식은 대전시가 재정의 대부분을 부담해야 한다. 

가뜩이나 대전시 재정이 나빠지면서 가용재원이 부족한 현실에서 약 8천억원 이상이 소요된다는 조성사업의 규모를 그대로 유지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조성비용의 조달방식과 향후 관리상의 경영문제에 따라 대전시의 현안 정책과 사업들이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그런데도 아직 공영개발에 따른 지속가능성 여부와 정책연계성 분석은 전무한 실정이기에 불안감을 떨칠 수 없다.

셋째, 새로운 건설방식으로의 전환에 따른 분석자료와 정확한 정보는 반드시 공개되고 시민적 공감대 형성을 거쳐야 한다. 최소한 시의회에서라도 시민을 대신해서 검토해야 시민중심의 대전시정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넷째 대전시정의 개혁이 반드시 전제되어야 한다. 공영개발은 대전시나 도시공사가 건설의 주체가 되기 때문에 각종 이권에 따른 비리와 부패가 개입할 소지가 많다. 

지금의 시정이 이러한 문제에서 벗어나려면 행정의 책임성, 전문성, 그리고 신뢰성을 확보해야 한다. 그렇지 못했던 대전시는 지금이라도 시정개혁을 통해 공영개발 사업을 투명하고 깨끗하게 그리고 전문적으로 추진하고 관리할 수 있는 의식과 역량을 키워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건설과정에서 각종 잡음이 끊이질 않을 것이며 억지로 건설을 했다 해도 사후 경영관리의 실패로 적자를 면치 못할 것이 불보듯 뻔하다. 

마지막으로, 아무리 좋은 정책이나 사업도 실기를 하면 그 효과가 없다. 즉 정책의 적시성(timing)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의미다. 유성복합터미널은 진작 건설되어서 침체된 대전시를 살리는 동시에 교통도시의 명성을 되찾는 계기고 삼았어야 했다. 그런대 다시 5년 내지 7년의 시간이 소요된다면 골든타임을 다놓친 채 월드컵 경기장이나 서남부 터미널처럼 애물단지가 될 지도 모른다. 향후 철저한 건설시간표 정립과 유연한 단계적 접근이 필요한 대목이다.

도시의 침체와 쇠퇴는 국내는 물론 세계적 추세로서 도시정부가 풀어야 할 핵심과제가 되고 있다. 글라스고우, 로테르담 같은 외국의 여러 도시들 그리고 서울시, 평택시, 칠곡군 같은 국내도시들도 쇠퇴와 낙후로 방치된 도심내 지역과 시설 등을 대규모 도시개발을 통해 지역발전을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도시고급화 전략에는 도시정부 주도형과 민간개발자 주도형의 나뉘면서 그 결과는 큰 차이를 보인다. 대체로 민간중심 개발은 경제성과 수익성의 효과가 있으나 불균형성과 낙후지역의 격차를 심화시키는 반면, 공영개발 방식은 공공성과 안정성이 유리하지만, 비효율성과 도시발전의 불확실성의 한계가 드러난 바 있다. 

결론적으로, 유성복합터미널의 성패는 어떤 방식을 선택하느냐의 문제보다는 선택된 방식이 성공할 수 있는 조건을 충족시키느냐의 여부에 달려있다. 이제라도 유성복합터미널의 문제가 더 이상 대전시와 대전시정의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대전시장의 리더십 변화, 대전시정의 철저한 반성과 책임을 수반한 과감한 개혁을 강력히 촉구한다. 

뿐만 아니라, 지금부터 대전시는 중소벤처기업부까지 내준 채 세종시에 통합을 애걸하는 구차한 모습을 더 이상 보이지 않기를 바란다. 요컨대, 유성복합터미널의 성공적 건설을 계기로 대전시가 세종시와 상생 발전하는데 있어서 주도적인 역할을 해줄 것을 대전시민들은 절실히 요구하고 있다. 

저작권자 © 디트NEWS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