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정권의 ‘야구에 산다!’] 연패 기록과 감독 사퇴, 베테랑 부진과 젊은 선수 약진

악몽같았던 한화이글스의 2020 시즌이 마무리됐다. 비록 최악의 시즌으로 기억되겠지만 시즌 100패 수모의 주인공은 되지 않았다.
악몽같았던 한화이글스의 2020 시즌이 마무리됐다. 비록 최악의 시즌으로 기억되겠지만 시즌 100패 수모의 주인공은 되지 않았다.

다사다난했던 2020 한국프로야구 페넌트레이스가 드디어 끝을 맺었다. 마지막 경기에서 가을야구의 순번이 정해질 정도로 역대급 시즌이었다. 우승의 영광은 창단 첫 영예를 안은 NC다이노스에게 돌아갔다.

길고 길었던 가을야구의 순번은 마지막 날에 반전의 반전이 일어났다. 창단 첫 가을야구에 진출한 KT가 다른 팀들의 패배로 2위에 안착을 했다. 두산은 가을야구의 강자답게 자력으로 3위 자리를 차지하고 저력을 보여줬다.

반면, 시즌 내내 2위권을 유지하면서 선두 NC를 차례로 위협했던 LG와 키움은 시즌 막바지 부진을 면치 못하면서 4위와 5위로 내려앉아 와일드카드전부터 시작하는 고난의 행군을 맞게 되었다.

최종 순위는 NC, KT, 두산, LG, 키움, 기아, 롯데, 삼성, SK, 한화의 순이었다. 창단 첫 우승을 차지한 NC를 제외하고 가을야구에 진출한 네 팀은 공교롭게도 수도권에 연고지를 둔 구단이었다. 반면, 6위를 차지한 기아는 승률 0.507, 승패 마진 +2를 기록하고도 가을야구 진출에 실패하는 아쉬움을 남겼다.

유이한 원년 팀 롯데와 삼성은 새로운 사령탑을 맞이하고 첫 시즌을 보냈지만 가을야구 진출에 성공하지 못하는 결과를 안았다. 나란히 감독대행 체제로 시즌을 마무리한 SK와 한화는 역대급 시즌을 만들게 하는 장본인이 되면서 9위와 최하위에 머물렀다.

한화이글스는 한용덕 감독이 사퇴하고 최원호 감독대행 체제로 팀을 운영했으나 역대 첫 시즌 100패와 시즌 최다 패(97패)의 아슬아슬한 위기에서 벗어나면서 굴욕적 기록을 남기지는 않았다. 하지만 최다 연패 타이인 18연패와 최하위는 많은 팬에게 아쉬움을 남겼다.

한화이글스의 2020시즌은 역대급 시즌으로 남을 전망이다. 남겨진 기록도 그렇지만 시즌을 치르면서 너무나 많은 일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한화이글스는 2021시즌을 준비하면서 2020시즌을 반드시 거울을 삼아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글에서는 2020시즌을 큰 틀에서 살펴보고 그 이후에는 세부적인 사안들에 대해서 자세하게 살펴보는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18연패의 굴욕과 한용덕 감독의 사퇴 그리고 최원호 감독대행 체제

한용덕 감독과 맞이한 한화이글스의 3년 차는 희망차게 시작했다. 하지만 전력 보강은 없었다. 정민철 단장이 영입되면서 한화이글스의 미래를 그리기 시작했다. 이후 최원호 감독과 정경배 코치를 퓨처스에 영입했고 젊은 선수들의 육성을 맡기면서 시즌을 시작했다.

하지만 시즌 초반 하주석과 오선진의 부상 이탈은 내야진에 큰 변화를 가져왔고 한용덕 감독은 빈자리를 새로운 얼굴로 채우기보다는 기존의 선수로 포지션을 변화시켜 메우는 변화를 선택했다. 또한, 부진한 베테랑들의 휴식보다는 지속적인 출장으로 컨디션을 찾기를 선택하면서 베테랑들이 회복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주지 못했다. 또한, 믿었던 외국인 선수들은 부상과 부진으로 제 몫을 하지 못했으며 토종 선발진은 들쭉날쭉한 피칭을 연이어 선보였다.

팀은 연패에 빠졌고 최하위로 추락했으며 한용덕 감독은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결과론적으로 팀이 어려움에 빠졌을 때 조금 더 긴 호흡으로 팀을 운영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연패에 빠지고 경기가 풀리지 않으면 감독은 별다른 방법을 찾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한용덕 감독의 운영의 묘가 아쉬운 장면들 많았다.

한화이글스의 선택은 최원호 퓨처스 감독이었다. 최원호 감독대행은 지휘봉을 잡고 팀의 변화를 젊음으로 선택하고 팀 운영을 시작했다. 하지만 이내 한계에 부딪혔고 베테랑과 젊은 선수들의 조화를 맞추기 위해 노력을 기울였다. 그 사이 팀은 18연패에 빠졌고 최하위 뿐 아니라 시즌 첫 100패에 대한 두려움도 찾아왔다. 

역대 시즌 최다 연패인 19연패의 굴욕은 벗어났지만 최원호 감독대행은 시즌 마지막까지 역대 시즌 첫 100패와 역대 최다 패(97패)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어려웠다. 하지만 시즌 막판에 팀이 안정을 찾고 힘을 내면서 두 가지 굴욕에서 모두 벗어났다. 한때 최하위 탈출도 기대를 했었지만 경기력이 그에는 미치지 못하면서 결국 최하위로 시즌을 마무리했다.

최원호 감독대행은 오랜 기간 대행으로서 팀을 이끌었다. 퓨처스에서 본인이 지도했던 젊은 선수들을 과감하게 기용하면서 발굴 및 성장시켰고 베테랑들에 대한 출전도 충분히 보장해주었다. 하지만 시즌 내내 경기력은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다만, 젊은 야수들의 성장과 투수진의 약진은 내년 시즌에 대한 기대를 하게끔 만드는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왔다.

연이은 부상자와 베테랑의 부진 그리고 젊은 선수들의 발굴과 약진

한화이글스는 강팀이 아니다. 강팀이 아닌 것은 팀의 선수층이 두텁지 못하기 때문이다. 주전들이 부상이나 다른 이유로 이탈을 하게 되면 경기력은 현저하게 떨어지게 된다. 부상 선수로 인해 도미노 현상이 일어나면서 여러 곳에서 구멍이 생기고 말았다.

특히, 하주석과 오선진의 연이은 부상은 내야진의 연쇄적인 부실로 이어지고 말았다. 고졸 2년 차에 불과한 노시환이 포지션을 변경해야 했고 고졸 3년 차 정은원이 내야의 중심으로 내야를 이끌어야 했다. 부족할 수밖에 없었던 구조였다.

여기에 김태균, 송광민, 이성열, 최진행 그리고 외국인 타자 호잉의 부진은 팀을 나락으로 떨어뜨리고 말았다. 모든 선수가 한꺼번에 부진에 빠지기는 결코 쉽지 않다. 하지만 한화이글스의 베테랑 중심타자들은 모두가 거짓말 같이 부진에 빠졌다. 그리고 결국 헤어 나오지 못했다. 한국프로야구 역대 최고의 우타자라고 평가 받는 김태균은 결국 시즌 말미에 은퇴를 선언하고 말았다.

재계약에 성공한 서폴드는 2년 연속 10승을 거두며 선발진을 이끌었지만 상대 팀에게 위협을 줄 만한 에이스의 모습은 아니었다. 채드벨은 부상의 터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끝내 시즌이 마무리되기 전에 팀을 떠나고 말았다. 최고의 복덩이 호잉은 그보다 더 먼저 이글스의 유니폼을 벗어야 했다. 팀 전력의 절반이라고 하는 외국인 선수 세 명이 모두 제 몫을 못하면서 경기력이 약한 한화이글스는 동력을 얻을 수 없었다.

시즌 내내 100패와 최다 패의 굴욕 속에 팀은 운영됐다. 하지만 지성준과의 트레이드를 통해 영입된 장시환과 고졸 6년 차 김민우가 시즌 내내 선발 로테이션에서 이탈하지 않고 시즌을 마무리한 것은 큰 성과로 남았다. 부상으로 낙마를 했지만 좌완 김범수의 선발 안착도 중요한 전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했다. 장시환과 김민우가 올시즌처럼 활약하고 김범수가 조금 더 안정적인 모습을 보인다면 토종 선발진에서 희망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팀이 무너지면서 한화이글스에게 찾아온 가장 큰 기쁨은 젊은 선수들의 발굴이다. 20대 초반의 선수들도 20대 중반의 선수들도 있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 선수들의 성장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것을 확인한 것이었다. 시즌을 치르면서 그 가능성을 경기력으로 확인시켜준 선수들도 있었다.

여정권 대전MBC 프로야구 해설위원(이학박사).
여정권 대전MBC 프로야구 해설위원(이학박사).

불펜에서 대활약한 김진영, 김종수, 윤대경, 강재민은 기존의 박상원과 더불어 최강의 불펜진을 구축하면서 내년 시즌 활약에 대한 기대를 하게 만들었고 올시즌 많은 팬에게 본인들의 역량을 각인시키기에 충분한 퍼포먼스를 보여줬다. 이 밖에도 김진욱, 박주홍, 김이환 등도 언제든지 본인들의 역량을 보여줄 수 있는 자질을 갖춘 선수라는 것을 확인시켜줬다.

야수진에서는 하주석과 정은원 그리고 노시환을 축으로 임종찬, 최인호, 박정현의 고졸 루키 3인방과 박한결, 노태형, 이도윤 등의 중고 신인들이 얼굴을 내밀면서 본격적인 경쟁 체제를 갖출 것으로 기대가 된다. 

어렵게 개막을 맞이한 2020시즌. 하지만 역대 최악의 시즌으로 기억될 수밖에 없었던 2020시즌. 최하위에 머물렀지만 많은 희망을 발견한 시즌이기도 하다. 한 시즌 동안 그라운드에서 수고한 한화이글스 선수들과 지도자들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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