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간 균형발전은 문재인 정부의 핵심 정책 가운데 하나다. 지방에 혁신도시를 만들어 서울과 수도권에 위치한 기관과 공기업 등을 내려보내는 이유다. 노무현 정부 때 시작한 혁신도시 정책이 거의 마무리되어 가자, 정부는 이른바 ‘혁신도시 시즌2’를 내걸고 지역균형발전 정책을 계속 이어가려 하고 있다. 아직 수도권에 머물고 있는 기관들까지 지방으로 내보내는 정책이다.

대전시와 충남도는 그동안에는 균형발전정책의 덕을 보지 못했다. 정부가 행정도시(세종)를 충청권에 대한 '선물'로 보고 대전과 충남은 혁신도시 정책에서 배제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종시가 들어서자 대전 충남은 최대 피해 지역임이 드러났다. 서울과 수도권 인구를 행정도시로 끌어내리겠다는 당초 목표와는 달리 대전 인구가 가장 많이 빠져나갔다. 155만 명에 육박하던 대전은 146만 명 선까지 떨어지면 ‘위기의 도시’로 전락했다. 대전은 정부의 균형발전정책이 미쳐야 곳이다.

대전에 있는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를 세종시로 이전하는 것은 정부 균형발전정책에 정면으로 배치된다. 얼마 전 정부가 대전을 혁신도시 지역으로 지정한 취지와도 어긋난다. 대전도 살리겠다며 약을 줘 놓고 다시 그 약을 빼앗아 가는 꼴이다. 중기부는 사무공간 부족과 다른 부처와의 소통을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다. 중기부가 옮겨가면 중기부 산하 기관들도 대전을 떠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이전 준비를 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업무 공간 부족은 대전에서도 얼마든지 해결이 가능한 문제고, 타 부처와의 소통에도 대전 사무실 체제가 큰 문제는 아니다. 중기부가 반드시 세종시로 이전해야 할 이유는 찾기 어렵다. 이 때문에 중기부 장관이 중기부 직원들의 ‘민원’을 거절하지 못하고 이전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문도 나온다. 부하 직원들에겐 인기 있는 장관일지 몰라도 나라는 생각하지 않는 공직자 아닌가?

대전 혁신도시 도로묵 만드는 중기부 세종 이전

혁신도시 정책에 따라 100개가 넘는 공공기관의 직원들이 원치 않는 지방으로 내려갔고, 앞으로도 더 많은 기관들이 그래야 할 처지다. 기관과 직원들이 좋아서 스스로 떠난 경우는 거의 없다. 국가 균형 발전을 위해 불가피하다는 정부 시책을 묵묵히 따르고 있을 뿐이다. 그런데 정부의 일부 부처는 정부 정책과 완전히 반대로 가고 있으니 납득하기 어렵다.

중기부의 세종 이전 작업은 중기부 혼자의 결정이라고 보기 어렵다. 중기부는 대통령이 주재하는 각료회의의 공식 멤버다. 청와대 내락도 없이 부처 사무실을 옮기기 어렵다. 청와대의 뜻이 반영되었다고 보는 게 상식이다. 지난주 대전시부시장이 기자들에게 공개한 ‘중기부 이전 뒷얘기’는 사실로 보인다. ‘대전을 혁신도시로 지정해줄 테니 중기부 이전은 대전이 양해해 달라’는 게 청와대 관계자의 얘기였다는 게 요지다.

중기부 세종시 이전은 중기부가 원하는 일일 수는 있어도 이전 결정은 청와대가 내려야 한한다. 장관 맘대로 사무실을 옮길 수는 없다. 중기부 이전이 확정되었든 미정 상태이든 청와대가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 대전시장과 대전지역 국회의원들은 1일 한데 모여 중기부 세종 이전 결사반대를 외쳤다. 외치는 대상이 어딘지 명확하지 않다.

중기부가 끝내 이전을 원한다면 중기부도 민원인일 뿐이고 청와대가 '민원 처리' 기관이다. 중기부는 대전을 떠나지 말아야 한다는 게 대전시와 시민들의 요구다. 청와대는 중기부와 대전 가운데 어느 쪽 민원을 들어주려 하는가? 대전시에 전했다는 청와대 관계자의 말이 정말 청와대 입장인가? 청와대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혀야  한다. 중기부가 떠난다면 대전의 혁신도시는 ‘도로묵’이 된다. 이 정부는 왜 대전만 이렇게 박대하는지 시민들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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