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톡톡: 마흔 세 번째 이야기] ‘문재인의 민주당’ 벗어날 때

허태정 대전시장(왼쪽)과 양승조 충남지사.
허태정 대전시장(왼쪽)과 양승조 충남지사.

충청권 민심이 예사롭지 않다고 느꼈던 걸까.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1일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에서 열린 75주년 경찰의 날 기념식에 참석했다. 이곳은 올해 1월 코로나 확산 초기 중국 우한 교민들이 임시생활을 했던 장소이다.

당시 아산시민들은 임시시설 지정에 반대했다. 트랙터와 경운기를 몰고 와 입구를 막았다. 양승조 충남지사가 현장집무실을 차리고, 관계 부처 장관과 국무총리까지 동원한 끝에 겨우 성난 민심을 잠재웠다.

문 대통령은 지난 2월 아산을 찾아 임시시설을 둘러본 뒤 지역주민들을 만나 달랬다. 전통시장을 돌며 상인들도 격려했다. 두 달 뒤 열린 총선에서 민주당은 충청권에서 압승했다.

문 대통령은 올해 코로나 사태 속에도 9월말까지 총 38차례 지방을 방문했다. 그 중 9번이 충청권인데, 경기도(10회)에 이어 두 번째다. 그만큼 충청권이 ‘전략적 요충지’라는 의미다.

이런 점에서 문 대통령이 8개월 여 만에 아산을 다시 찾은 건 심상치 않다. 대통령은 국가수반이기 전에 정치인이기 때문이다. 또 청와대가 VIP가 참석하는 지방 행사 일정을 잡는 데는 분명 정치적 의도가 담겨 있다.

최근 민주당의 충청권 지지율이 크게 떨어졌다는 한 여론조사 업체의 발표가 있었다. 문 대통령 지지율도 동반 하락했다. 대통령의 지역 행보에 정치적 의도가 있었다면 이 지점이었을 공산이 높다.

청와대는 대통령 지지율이 하락할 때마다 “일희일비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내놓는다. 하지만 겉으론 내색하지 않아도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는 게 지지율이다. 특히 이번 여론조사는 대전과 충남이 혁신도시 지정을 확정한 직후라 여권으로선 다소 충격적으로 받아들였을지 모른다.

일부에서는 허태정 대전시장과 양승조 충남지사의 리더십 부재를 지적한다. 둘 다 초선 광역단체장으로, 차기 지방선거에서 재선 도전이 유력하다. 그러나 지역 최대 숙원인 혁신도시 지정이라는 성과를 냈음에도 정당 지지율은 ‘급락’했다.

지역 언론은 단체장들의 회전문 인사 논란은 물론, 혁신도시 이후 공공기관 유치에 어두운 전망을 더 많이 한다. 중소벤처기업부의 세종시 이전 발표와 지난 5월 충남도의 중부지방해양경찰청 유치 실패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지역에 있는 기관을 뺐기거나, 타 지역과 경쟁에서 밀리는 걸 본 지역민들이 집권 여당의 정치력과 향후 공공기관 유치전에 얼마나 관심과 기대를 걸겠냐는 것이다.

야당의 공조마저 이끌어내지 못하면서 지역의 여론은 모든 평가를 지배 정당인 민주당 책임으로 귀결하고 현실로 반영된다.

허 시장과 양 지사는 전국 광역단체장 직무수행 평가에서도 중하권을 맴돌고 있다. 단체장이 성과를 내도 홍보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여론은 모아지지 않는다. 허 시장이 공직사회에 시정 홍보를 입버릇처럼 주문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대통령이 지방을 다녀가면 그 지역 여당 지지율은 올라간다. 문제는 언제까지 대통령 지지율에 기댈 것이냐에 있다. 민주당은 지난 총선에서 대전과 세종 전석을 석권했다. 충남‧충북도 우위를 점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문재인의 민주당’이다. 차기 지방선거가 1년 6개월 남짓 남았다. 허태정과 양승조의 재선 가도에 여론은 누가 지배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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