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운용사 샘플링 결과 비상장 회사채 비중 92% 추정..‘제2, 제3의 옵티머스’ 우려

이정문 더불어민주당 의원. 자료사진.
이정문 더불어민주당 의원. 자료사진.

국내 자산운용사의 사모펀드 회사채 투자액이 89조원에 달하고, 이 중 상당액은 금융당국의 ‘감독 사각지대’인 사모사채에 투자됐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정무위원회 이정문 의원(더불어민주당. 충남 천안병)이 23일 금융감독원과 금융투자협회로부터 제출받은 ‘자산운용사별 사모펀드 회사채 투자현황’자료에 따르면, 국내 자산운용사 227개사가 사모펀드를 통해 회사채에 투자한 금액이 89조원에 달한다.

또 이 의원실에서 이 중 대형 자산운용사 한 곳을 뽑아 분석한 결과, 회사채 투자금액의 92%는 비상장 회사가 발행한 회사채에 투자된 것으로 추정됐다.

자료에 따르면 전체 자산운용사 312곳 중 227개사가 사모펀드를 통해 1억원 이상을 회사채에 투자했으며, 회사별로 살펴보면 가장 많은 곳이 7조 3472억원, 가장 적은 곳은 1억원을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 가운데 최근 환매중단 부실 사태를 일으킨 라임자산운용과 옵티머스자산운용도 포함됐다.

문제는 사모펀드 회사채 투자 자산운용사 중 투자금액 수조원대 최상위 그룹에 속하는 운용사 한 곳의 자료를 받아 샘플링한 결과, 비상장사가 발행한 회사채에 투자한 금액의 비중이 92.2%에 달했다. 이를 전체 사모펀드 회사채에 적용해보면 89조원 중 81.9조원이 비상장 회사채에 투자된 것으로 추정된다.

자산운용사가 수익률 제고를 위해 사모펀드를 회사채에 투자하는 것 자체가 문제는 아니지만 사모펀드가 사모사채에 투자하는 경우 아무런 규제나 감시도 받지 않아 금융당국의 ‘감독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 지적이다.

옵티머스펀드 사례를 보면 수천 명 투자자에게 모은 자금 5천억원을 대부디케이에이엠씨 등 5개 회사가 발행한 비상장 회사채(사모사채)에 투자했는데, 현행 규정대로라면 50인 이상으로부터 10억원 이상 자금을 모집하는 경우 ‘공모사채’에 해당해 유가증권신고서를 금융감독원에 제출해야 한다.

그러나 옵티머스펀드 전체가 1인 투자자로 간주되어 사모사채 방식으로 금융당국 감시를 피할 수 있었다는 지적이다.

더 문제는 현재 회사채에 투자된 사모펀드 89조원 중 정확히 얼마가 상장사 회사채와 비상장 회사채에 투자됐는지 금융당국조차 그 규모를 파악하지 못하는 상황으로, ‘제2,제3의 옵티머스’가 어딘가에서 사모사채 방식으로 규제를 피해 유령회사에 자금을 투자하더라도 일반 투자자들은 어디에 투자되고 있는지 알 수 없어 추가 부실이 우려된다는 점이다.

이에 이정문 의원은 “지난 2015년 금융위의 사모펀드 규제완화 이후 부실 불량 자산운용사들이 사모펀드 시장에 대량으로 숨어들면서 결국 지금의 ‘라임·옵티머스’사태가 터졌다”며 “자산운용사들이 ‘사모펀드 쪼개기’로 공모펀드 규제를 피하고, ‘사모사채’ 회사채 투자로 공모사채 규제를 또 한 번 피해가며 금융당국 머리 위에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사모펀드 투자자들이 자산운용사들의 ‘깜깜이 투자’로 인한 추가 피해를 입지 않도록 금융당국이 나서서 회사채에 투자한 사모펀드 전반을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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