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네기 인간관계론>에 따르면 성공한 사람 가운데 15% 정도만이 자신의 기술적 지식을 활용한 것이고 나머지 85%는 ‘사람을 활용하는 지식’에 의한 것이라고 한다. 변호사나 의사 같은 전문직들이 15%쪽에 해당된다면 큰 업적을 남긴 정치인이나 대기업 오너 등은 85%쪽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다. 한해 예산이 5조원을 넘고 자신의 도장으로 자리를 옮겨주는 인원이 1000명도 넘는 큰 조직을 거느리는 시도지사도 85%의 길’로 가야 성공할 수 있다. 85%는 용인의 문제라는 말이다.

시도지사들의 성공 여부는 지역 주민들의 삶과 미래에도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시민들에게도 남의 일이 아니다. 허태정 대전시장의 인사 방식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인사 때마다 “인사를 왜 저렇게 하지!”하는 탄식이 나오곤 한다. 그 중에는 썼던 사람을 또 쓰는 이른바 ‘회전문 인사’도 포함된다. 민생정책자문관을 지낸 김종남 씨를 평생교육진흥원장에 다시 기용한 것을 두고 회전문 인사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과거 시장 때에 비하면 현직 시장에 대해 우호적인 시민단체들까지 이번에는 비판성명을 냈다.

‘좋은 인사’ 아니면 대전시장 성공 어려워

엄밀하게 말하면 ‘회전문 인사’자체는 비판의 대상이 아니다. 한번 썼던 사람을 다시 쓰는 것이 문제는 아니다. 이미 한번 써봤으나 별 성과가 없는 데도 또다시 쓰는 경우가 문제다. 그러나 유능한 사람이면 몇 번을 쓴들 시비할 수 없다. 가장 중요한 그 사람이 소임을 제대로 해낼 수 있느냐의 여부다. 회전문이라는 비판을 피하려면 '주인공'이 능력을 발휘하는 수밖에 없다. 사람을 쓸 때는 자신과 원수 사이였다고 해도 피하지 않고, 반대로 자기 친척이라도 눈치 볼 필요가 없다는 말이 있다. 오직 능력을 본다는 의미다. 

케네디는 대통령이 되자 자신의 친동생(로버트 케네디)을 법무부장관에 앉혔다. 정실인사라는 비판이 쏟아지자 대통령은 “나는 바비(로버트의 애칭)가 변호사를 하기에 앞서 몇 가지 경험을 하도록 해주었는데 그게 뭐가 잘못되었다는 거야”라고 응수했다. 대통령은 동생의 능력을 믿었기 때문에 이런 말을 할 수 있었고 동생은 형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동생은 능력을 인정받아 형의 후임 대통령 때까지 법무장관을 지냈고 나중엔 민주당 대통령후보가 되어 선거운동 중에 피격 사망했다. 2001년 공화당의 조지 부시 대통령이 그의 탄생 76주년을 기념하여 법무부청사 이름에 ‘로버트 케네디’를 넣었다고 한다.

회전문 인사 자체는 문제가 아니다. 지금 시장의 인사가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사람을 기용하고 있는지가 중요하다. 이는 허 시장 스스로가 누구보다 잘 알 수 있는 문제다. 시장이 어떤 이유로 누굴 뽑았든, 시장 자신의 기대에 부응하고 있다고 생각되는 사람들이 많다면 잘된 인사일 가능성이 높다. 기용된 사람이 아직은 이렇다 할 업적을 내지 못하고 있는 상태라도 인사를 한 시장은 누구보다 먼저 성공 가능성을 예측할 수 있다. 따라서 자신이 뽑은 사람들이 적어도 시장 자신에겐 든든하게 느껴져야 마땅한데 시장이 그런 생각인지 궁금하다.

시도지사의 권한 가운데 인사권만큼 중요하고 막강한 것도 없다. 대전시민들은 오직 대전시와 시민들을 위해 써줄 것을 기대하면서 그 권한을 시장에게 위임해 놓고 있다. 시장 자신을 위한 인사라도 시민들에게 혜택이 미치면 좋은 인사다(①). 시장에게만 득이 되고 시민에게 아무 득이 없다면 나쁜 인사다(②). 시장에게도 시민에게도 득이 되지 못하면 가장 나쁜 인사다(③). ②와 ③으론 시장이 ‘성공하는 85%의 길’의 길을 갈 수 없다. 시민들은 늘 그런 시장이 나오길 바라지만 시장 스스로 딴 길을 가면 시민들도 어쩔 도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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