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트의 눈] 사립유치원 교육비 관련, 어린이집 반발에 물러선 선택 최선일까

지난 17일 보육교직원 한마음대회에서 축사를 하고 있는 양승조 충남지사.
지난 17일 보육교직원 한마음대회에서 축사를 하고 있는 양승조 충남지사.

충남도가 양승조 지사의 선거공약인 사립유치원 교육비 지원사업과 관련, 현행 만5세에서 더 이상 대상을 확대하지 않는다고 입장을 정리했다. 또 선거 때 사용한 ‘사립유치원 교육비 지원’이라는 포용적인 문구 대신 당선 뒤 만5세만 지원하는 실천계획을 확정했기 때문에 공약을 어긴 것이 아니라는 주장도 내세웠다. 

하지만 관련 기사에는 선거 당시 공약을 보고 기대했던 대로 만3~4세까지 지원 대상을 확대해달라는 수십여 개의 댓글이 이어지고 있다. 실망감을 표출하는 학부모들에게 충남도의 “책임이 없다”는 해명이 어떻게 들릴까. 충남도가 말하는 ‘행정상의 공약’과 도민이 바라보는 공약의 간극이 상당하다는 걸 알 수 있다. 

이 사업은 양 지사의 저출산 극복을 위한 ‘아이키우기 좋은 충남 만들기’의 정책 중 하나다. 도는 국공립보다 정부의 교육지원비가 20여만 원 부족한 사립유치원의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 충남도교육청과 함께 시행키로 했다. 국공립에 비해 절대 다수인 사립유치원 학부모들은 기대감에 환영했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문제가 터진다. 어린이집연합회 측이 불공평하다며 반발했다. 재정부담을 이유로 어린이집 예산 지원에 인색한 충남도가 왜 교육부 소관인 유치원에 예산을 지원하느냐고 제동을 걸었다. 유치원(표준교육비)보다 적은 어린이집(표준보육비)의 지원예산에 대한 형평성도 지적했다.

유치원보다 많은 원아가 다니고 있는 어린이집의 강력한 반발은 결국 도의 의지를 한 발 물러서게 만드는데 성공한다. 도교육청의 확대 요구에도 도는 만5세만 지원하는 방침을 고수했다. 자칫 어린이집이 자신들이 받지 못하는 예산을 사립유치원이 받게 되니 방해한 상황으로 보일 수 있다.

복잡한 이해관계 발생할 때마다 외면?
충남형 '저출산 극복 모델' 요원…타 정책까지 신뢰도 타격

하지만 바꿔 생각해보면 도가 사립유치원과 어린이집에 책임을 미루고 있는 모습이다. 물론 양쪽이 첨예하게 대립할 때 결단을 내리기 어려운 난처함은 이해가 간다. 중앙정부 차원에서 유보통합이 이뤄지지 않아 발생한 갈등이라는 점도 공감한다. 그럼, 도는 갈등 해소를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이것이 최선이었는지 묻고 싶다. 

특히 저출산극복과 관련된 모든 사업이 이런 형태임을 주시해야 한다. 대부분 근본적인 해결은 도의 영역을 넘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결정이 필요한 정책들이다. 게다가 유보통합보다 훨씬 복잡한 요인이 작용하고 있는 분야가 허다하다. 때문에 중앙정부조차 막대한 예산만 들이고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양 지사가 도정의 최우선 과제를 저출산 극복으로 제시했을 때 많은 이들이 우려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럼에도 양 지사는 2018년 7월 취임기자회견에서 국가에서도 답을 찾지 못하는 저출산 문제를 충남도정의 주력으로 삼는 것은 ‘헛심’만 쓰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절대 헛심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정말 충남을 넘어 대한민국의 미래가 없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때문에 그 결과가, ‘충남형 저출산 극복 모델’이 이것인가 하는 아쉬움을 지울 수 없다. 저출산 극복과 관련된 사업이 이해집단의 반대에 부딪힐 때마다 고개를 돌리고 “그럼 요정도만 하자”는 식으로 넘어갈 것인지 걱정이 앞선다. 옛말에 문일지십(聞一知十,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이라고 했다. 다른 공약들도 신뢰도에 타격을 입게 된다. 

최초 공약이 재정적, 법률적 한계에 부딪힐 경우 합리적인 방안을 찾아 수정할 수 있다. 그런데 이번 사례는 정치적인 계산에 태도를 바꾼 것이라는 인상이 강하다. 표심을 위한 선거용 공약이었냐는 사립유치원 학부모들의 성난 민심 또한 다르지 않을 터. 부디 양 지사가 애국지사의 마음으로 저출산 극복을 도정의 기치를 세운 결기를 잃지 말기를 바란다.

저작권자 © 디트NEWS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