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마IN충청-⑲] 2018년 개봉한 ’마약왕’ 속 한 장면, 대전 테미오래
옛 충남도관사촌, 1932년 조성된 후 80여년 만에 시민공간으로 재탄생

대전 중구 보문로에 위치한 테미오래 시민의집(옛 충남도지사 공관).

“애국이 별게 아니다. 일본에 뽕 팔믄 그게 바로 애국인기라.“ 

마약도 수출하면 애국이 되던 1970년대. 하급 밀수업자였던 이두삼(송강호)은 '메이드인 코리아'라는 마약 브랜드까지 만들며 승승장구한다. 

1등 마약 수출업자 두삼은 큰돈을 벌고 그 누구보다 호화생활을 누린다. “이 나라는 내가 먹여 살렸다“고 자화자찬도 한다. 불법으로 번 돈이지만 나름대로 철학도 있다. “개같이 번 돈은 정승맨치로 쓰는 게 아이라 정승한테 쓰는 깁니더.” 

현실 같은 명대사로 관객들을 사로잡은 영화 <마약왕>. 대전영상위원회에 따르면 <마약왕> 일부 장면이 중구 테미오래(옛 충남도지사관사)에서 촬영됐다. 두삼이 돈을 벌고 부자 동네에 아내를 위한 '바로크음악학원'을 차려주는 데, 그 곳의 외관을 중구 테미오래 앞에서 찍었다. 

<마약왕> 스틸컷. 출처 네이버 영화

충청남도청이 충남 공주에서 대전으로 이전해 오면서 1932년 조성된 옛 충남도지사관사는 도지사·국장급 이상의 고위 관료들이 사용했던 곳으로, 한국전쟁 당시에는 이승만 대통령의 임시거처로 활용됐다. 현재 도지사공관과 9동의 관사가 남아 있는데, 도지사공관은 대전시 문화재자료 제49호, 1·2·5·6 관사는 등록문화재 제101호로 지정돼 있다. 도지사공관과 관사촌이 하나의 군락을 이루며 잘 보존된 전국 유일한 관사촌이다. 

2012년 말 충남도청이 내포신도시로 이전하면서 관사촌 사람들은 떠났지만, 일부 건물은 옛 흔적과 역사를 간직한 채 '테미오래'라는 이름으로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테미오래는 공모를 통해 시민들이 붙여준 옛 충남도관사촌의 새 이름이다. 테를 둘러쌓은 작은 산성 '테미'와 한 동네 몇 집이 한 골목이나 한 이웃으로 돼 있는 구역이란 뜻의 순우리말 '오래'를 합성한 말로 '테미로 오라'는 뜻도 지니고 있다. 80여 년 동안 시민들에게 공개되지 않았던 비밀의 공간이었으나, 지난해 '테미오래'라는 이름으로 개관해 모든 관사를 개방하고, 복합 문화예술공간으로 다시 태어났다. 

충남도지사공관의 이름은 '시민의 집', 1호 관사는 '역사의 집', 2호는 '재미있는 집', 5호는 '빛과 만남의 집'으로 불린다. 6호는 '상상의 집'이다. 특별 기획전이나 작은 만화도서관, 시민창작공방 등 다양한 볼거리·체험거리가 마련돼 있다. 테미오래에 깃든 세월과 역사를 알기 쉽게 설명해주는 문화관광해설사도 상주하고 있다. 

테미오래 시민의집(충남도지사공관) 2층 응접실.
테미오래 시민의집(충남도지사공관) 회의실. 

일제강점기에 지어져 한국과 서양식 건축물의 특성을 모두 갖고 있는 탓에 낯설면서도 친근한 풍채를 띈다. 고즈넉한 분위기를 즐기며 산책하기도 좋은 곳이다. 테미오래에서 걸어서 15분 거리에 위치한 옛 충남도청도 지역 볼거리 중 하나다. 옛 충남도청은 대전에서 가장 유명한 영화 촬영지이기도 하다. 

테미오래와 옛 충남도청을 낀 원도심 일대는 대전 대표 '근대문화탐방로'로 알려져 있다. 대전역에서 시작해 구 산업은행 → 목척교 → 구 대전부청사 → 구 충남도청 → 구 충남도청관사촌(테미오래) → 대전여중 강당 → 대흥동 성당 → 국립농수산품질관리원 → 구 조흥은행까지 탐방하는 코스다. 

세월의 흔적을 오롯이 품고 있는 테미오래. 이번 주말은 테미오래에서 펼쳐지는 다채로운 행사를 만나보면 어떨까. 

테미오래 1호 관사(역사의 집) 내부. 
테미오래 관사 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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