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도 “만 4세 확대 공식 언급 없어” VS 도교육청 “공약에 3~5세 포함된 의미” 이견

충남도와 도교육청의 사립유치원 교육비 지원 공약이 '만5세'에 국한될 조짐을 보이면서 반쪽짜리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자료사진] 

양승조 충남지사와 김지철 충남교육감이 공동으로 추진했던 ‘사립유치원 무상교육(교육비 차액지원)’ 공약이 반쪽으로 전락할 위기를 맞고 있다. 

올해 만5세 원아를 대상으로 지원한 이후, 단계적으로 3~4세까지 대상을 확대할 것으로 예상했던 도교육청과 사립유치원의 기대와 달리 충남도가 예산 확대를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도가 공식적으로는 3~4세 지원에 관한 성문화 된 근거자료가 없다고 명분을 내세우지만, 사실상 어린이집연합회의 압력에 의한 ‘눈치 보기’라는 시선이 강해 내년도 원아모집을 마친 유치원 원장들과 학부모들의 원성이 적지 않다.

12일 충남도와 도교육청에 따르면, 사립유치원 차액지원 사업은 교육의 평등권을 보장하고 학부모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국공립 유치원과의 국비 차액 17만7600원을 도와 도교육청이 40대 60의 비율로 예산을 지원하는 정책이다. 

양승조 충남지사와 김지철 교육감의 공동 공약이기도 한 이 사업을 위해 양 기관은 지난해 ‘아이키우기 좋은 충남 만들기 합의서’를 작성해 ▲고교 무상급식 ▲고교 무상교육 ▲중등 무상교복 ▲교실내 공기청정기 설치 등과 함께 ▲사립유치원 만 5세 대상 교육비 차액지원을 약속했다. 

또 관련 조례도 통과해 올해 사립유치원에 다니는 만 5세 5800명에게 차액 교육비 142억 원(도청 51억, 도교육청 91억)을 지급했다. 여기까지는 순조로웠지만 문제는 내년 예산 반영을 위한 협의 과정에서 나타난다. 

도교육청은 2차년도에 만4세, 3차년도에 만3세까지 단계적 확대를 원하는 반면, 도는 현재처럼 만5세만 지원할 수 있다며 이견을 보이고 있다. 

실제 이유 ‘어린이집 반발’…충남도 “어린이집 주장도 일리 있어”

충남도와 도교육청의 합의서에 명시된 사립유치원 교육비 차액지원 사업 내용.

도는 공식적인 문서를 근거로 들고 있다. 도교육청과의 합의서와 조례에 모두 사립유치원에 다니는 만5세 원아가 대상으로 명시돼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실질적인 원인은 어린이집의 반발에 있다. 충남어린이집연합회는 교육청 소관인 유치원에 도의 예산을 지원하는 행태나, 같은 연령대가 이용하는 시설임에도 어린이집에 비해 유치원의 표준교육비가 높게 책정돼 더 많은 지원금을 받는 게 불합리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어린이집은 보건복지부 소관에 지방자치단체가 관리감독하지만, 유치원은 교육부 관할에 시·도교육청이 관장하고 있고 표준보육비와 표준교육비도 다르게 책정돼 있다. 이로 인해 어린이집은 원아 1인당 11만4500원(만4~5세)이, 유치원은 17만1600원이 지원된다. 어린이집 연합회가 반발하고 있는 이유다.

도 관계자는 “사립유치원 지원사업이 교육의 불평등 해소에서 출발했듯 어린이집이 주장하는 차별도 일리가 있다고 보고 있다. 어린이집 차액보육료도 기존 6만1800원에서 유치원과의 형평성 문제로 올해 11만4500원을 지급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단순히 예산문제로 볼 게 아니다. 어린이집은 운영주체, 규모 등에 따라 7가지 종류가 있고 관련법만 38개에 각자 지원 형태가 다르다. 근본적으로 유보통합이 이뤄지지 않는 한 형평성 문제는 해소되기 어려워 보인다”며 “공약과 관련해서 내부적으로 수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지난해 어린이집연합회의 집단반발로 사립유치원 교육비 지원 조례는 한 번 보류됐고, 올해 충남도의 사립유치원 교육비 지원예산도 60억 원에서 51억 원으로 축소됐다. 예산 명목도 ‘4차산업혁명 대비 AI교육비’로 우회해서 지원해야 했다.

사립유치원 학부모 “공약 믿고 보냈는데…” 실망

당연히 지원대상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했던 도교육청은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오히려 양승조 지사가 먼저 제안했던 공약이었던 데다 어린이집의 반발을 이유로 공약이 정체된다면 유아 보육의 질이 ‘하향평준화’ 되는 것이 아닌가 우려하고 있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도 실무자와의) 내부 검토과정에서 구체적인 연령별 인원과 예산을 추산하는 등 단계별 확대가 논의가 됐었다. 그런데 이제와 만5세만 지원한다고 선을 긋는 건 보편적 교육복지에 역행하는 것”이라며 “어린이집 지원이 부족하다면 관련 재원과 뒷받침할 제도를 마련해야지, 지원하기로 한 사립유치원 예산을 중단하는 건 옳지 않다”고 발끈했다.

양승조 충남지사(왼쪽)와 김지철 충남교육감.

당혹스럽기는 사립유치원과 학부모들도 마찬가지다. 공약을 믿고 내년 만4세까지 무상교육이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감에 원아모집까지 마친 유치원도 있어 파장은 확산될 전망이다.

천안에서 유치원을 운영하고 있는 A원장은 “공약에 ‘유치원, 어린이집 교육비 차액 지원 추진’이라고 돼있다. 이건 모두 하겠다는 의미 아닌가. 아니면 공약부터 ‘만5세’라고 명시했어야 했다”며 “올해 원아 모집 때 2021년도 만4세 무상교육을 알렸고 도청과 도교육청 모두 인지했음에도 부정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제 와 말을 바꾸면 어떻게 신뢰하겠느냐”고 따졌다. 

학부모 B씨(천안 목천읍·35)도 “도지사와 교육감의 공약이라 무상교육 대상이 확대된다는 기대가 있었는데 지켜지지 않는다면 실망스러울 수밖에 없다”며 “어떤 이해관계가 얽혀있는지 모르지만, 학부모 입장에서는 약속한대로 금전적인 부담을 덜고 아이들이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는 게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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