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정권의 '야구에 산다!'] 선발 아쉬움, 강한 불펜진 & 베테랑의 각성과 젊은 선수들의 성장

한화이글스가 2020 시즌 막판 선전하면서 꼴찌 탈출에 대한 희망을 걸게 하고 있다. 사진은 한화 주요 선수들과 최원호 감독대행.
한화이글스가 2020 시즌 막판 선전하면서 꼴찌 탈출에 대한 희망을 걸게 하고 있다. 사진은 한화 주요 선수들과 최원호 감독대행.

역대급 혼란에 빠진 2020시즌이다. 불과 8경기 밖에 남지 않은 키움부터 최대 16경기가 남은 기아와 롯데까지 어느 팀 하나 최종 순위를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다. 

아마도 현재 시점에서 최종 순위를 확정지은 팀이라고 한다면 8위 삼성 밖에는 없을 것이다. 뒷심을 발휘하면 1위를 굳힐 것으로 보였던 NC도 확률은 작으나 지난주 충격의 5연패를 당하면서 다시 2위권의 추격을 당하고 있기 때문에 우승을 조기에 확정 지을 수 있을지는 이번 주를 다시 지켜봐야 할 상황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역대급 순위 경쟁에서 매일 경기 결과에 따라 순위 변동과 눈치 싸움이 지속되고 있다. 선수들의 피로도가 상당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NC는 여전히 2위권과 5경기를 차이를 유지하며 선두 비행을 하고 있지만, 지난주 5연패 포함, 최근 10경기에서 3승밖에 거두지 못했다. 파죽의 6연승으로 신바람을 내고 있는 LG가 다시 무서운 추격에 시동을 걸었다.

진격의 KT는 잠깐 맛 본 2위에서 치고 올라가지 못하면서 자리를 지키지 못했고 감독 교체의 정국속에 어수선한 키움 역시 하락세를 타면서 나란히 1경기 차이를 보이며 3, 4위로 미끄러졌다. 디펜딩 챔피언이자 가을야구에 강한 두산은 최근 10경기에서 7승을 거두는 상승 무드를 타면서 다시 2위권 경쟁에 뛰어들었다.

6위 기아는 최하위 한화의 고춧가루에 맥을 못 추며 5위권 경쟁에서 멀어졌고 7위 롯데는 5할 승률은 유지하며 6위 추격은 가능하겠으나 더 이상의 반전은 없을 것으로 보여진다. 8위 삼성은 유일하게 순위가 확정된 상태로 보인다.

최하위 경쟁은 2위 경쟁만큼이나 뜨거워지고 있다. SK와 한화는 역대급 최하위 경쟁 속에서 시즌 막판 최초 100패의 굴욕을 벗어난 듯 싶으나 시즌 역대 최다 패(97패)의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SK와 한화는 각각 12경기와 13경기가 남은 상황에서 SK는 2승, 한화는 3승만 거두면 시즌 최다 패의 불명예는 씻을 수 있는 상황이 됐다.

특히, 한화이글스는 지난 주말 NC에게 3연패를 당하면서 상승세에 제동이 걸려 팀 분위기가 주춤한 상황에서 2승 9패로 철저하게 밀렸고 가을야구로 갈 길 바쁜 기아와의 더블헤더 포함 주중 4연전에서 3승 1패(3:2승, 4:6패, 5:0승, 13:6승)를 거두는 반전을 보여줬다. 여기에 역시나 3승 10패로 철저하게 당했고 2위 경쟁에 한창인 키움에 2승 1패(7:6승, 0:3패, 9:3승)의 위닝시리즈를 기록하면서 주중 4연승 포함 7경기 5승 2패의 놀라운 승률을 기록하며 시즌 막판 고춧가루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다.

이번 주에는 유이하게 상대 전적에서 앞서고 있는 두산(7승 5패)과 삼성(6승 1무 5패)의 시리즈가 기다리고 있는데 삼성과의 시리즈는 주말 더블헤더 포함 4연전이 예정되어 2주 연속 7경기를 치르는 강행군의 일정이다.

계속되는 선발진의 아쉬운 피칭 & 여전히 강한 젊은 불펜진의 연이은 호투

계속되는 한화이글스의 상승세는 시즌 내내 100패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던 역대 최악의 최하위 팀인가 하는 의구심을 들게 한다.

최원호 감독대행이 팀의 지휘봉을 잡고 서서히 팀의 중심이 잡히면서 선수들이 이기는 경기에 대한 승부욕과 동기부여가 확실하게 자리를 잡으면서 팀의 경기력이 상승하는 계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

최원호 감독대행은 들쑥날쑥하지만 선발 로테이션을 고정시키면서 선발진의 안정부터 꾀했다. 서폴드는 스피드는 떨어졌지만 최근 컨디션을 회복하면서 1년 내내 이끌었던 선발진에서 마지막까지 고군분투하고 있다. 채드벨은 결국 부상을 이겨내지 못하고 더 이상 한화와는 함께 할 수 없게 되었다. 지난주 채드벨은 선수들과 마지막 인사를 나누고 한국을 떠났다.

시즌 초, 한용덕 감독이 구상했던 선발진이 시즌 시작과 함께 무너지면서 지휘봉을 넘겨 받은 최원호 감독대행은 장시환을 축으로 6년 차 듀오 김민우와 김범수를 선발진에 고정시켰다. 하지만 김범수가 부상으로 이탈했고 지난 시즌 선발 수업을 받았던 김이환과 김진욱 그리고 최근에는 2군에서 선발로 뛰었던 좌완 박주홍까지 선발진에 포함시켰다. 김이환은 2년 차, 김진욱과 박주홍은 고졸 3년 차에 불과하다.

시즌 내내 선발 마운드를 지켰던 장시환(132⅔, 5.02)과 김민우(125⅔, 4.44)가 본인들의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내면서도 시즌 막판 아쉬운 피칭이 계속되며 팀에 큰 기여를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옥의 티”라고 볼 수 있겠다. 앞으로 2-3경기 정도 더 선발 등판이 가능할 것으로 보이는데 승리 뿐 아니라 꼭 규정이닝을 채우고 4점대 평균 자책점을 유지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김이환과 김진욱 그리고 박주홍의 젊은 영건들은 경험을 쌓는 것이 중요한 만큼 매경기 본인들의 역량을 보여주기 위해 최고의 노력을 기울이면 된다. 실패한다고 해도 잃을 것 없이 경험을 얻으면 되는 것이다.

선발진이 임팩트 있는 성적을 내지 못하며 버티는 상황이라면 불펜진은 경기를 치르면서 경험이 쌓여 더욱 좋은 모습으로 진화하고 있다. 최원호 감독대행도 이제는 어느 정도 불펜진의 운영을 이원화시켜 상황에 맞게 투입하는 모습이다.

동점이나 타이트하게 이기는 경기에서는 윤대경, 강재민, 김진영, 정우람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고 타이트하지만 긴 이닝이 필요하거나 추격이 필요한 상황에서는 김종수, 박상원을 주로 기용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물론 김종수와 박상원도 때론 이기는 경기에 투입이 된다.

여기에 베테랑 안영명과 장민재 그리고 최근에 합류한 서균, 송윤준, 황영국이 추격조로서 불펜진의 과부하를 막아주면서 이닝을 소화해주고 있다.

이 선수들이 남은 기간 이기는 경험을 더 하고 타이트한 상황에서의 긴장감을 이겨낼 수 있는 상황들이 많아진다면 내년 시즌 한화이글스의 불펜은 더욱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베테랑들의 각성과 젊은 선수들의 성장이 빚어낸 성과

시즌 내내 아쉬움이 많았던 야수진은 이제야 제자리를 찾는 듯 보인다. 시즌 내내 고군분투하던 주장 이용규의 시즌 아웃급 부상은 좋은 분위기에서 시즌 마무리를 해야 하는 한화 입장에서는 너무 아쉬운 부분이었다. 하지만 이용규는 이내 부상을 털어내고 팀에 복귀해 팀의 상승세를 이끄는 놀라운 투혼을 보여주고 있다. 야수진 완성에 가장 큰 원동력이 되고 있다.

하주석의 부상 이탈도 너무 안타까운 장면이지만 시즌 내내 담금질을 했던 젊은 선수들이 차례로 하주석의 빈자리를 채워주고 있다. 하지만 최근 경험을 쌓으며 본인의 존재 가치를 알렸던 고졸 루키 박정현의 부상 이탈은 또 다른 아쉬움으로 남는다.

최원호 감독대행은 임종찬, 최인호, 박정현의 고졸 신인 트리오와 노태형, 정기훈의 중고 신인급 그리고 노시환으로 대표되는 젊은 야수들을 중용했다. 하지만 시즌 막판에 와서는 베테랑들의 컨디션을 올라오면서 경력 있는 선수들의 출전 비중을 높이고 있다.

특히, 시즌 초반 복덩이 역할을 했던 정진호의 주전 컴백과 최재훈, 이해창의 베터리 듀오, 김민하, 강경학의 중고참들이 공, 수에서 제 역할을 해주면서 팀의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 특히 정진호와 최재훈은 최근 무서운 타격 상승세를 바탕으로 규정 타석에는 부족하지만 시즌 3할도 바라보고 있을 정도로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여기에 송광민이 팀의 맏형으로서 장타를 포함해서 공, 수에서 나름의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다. 앞서 언급한 젊은 선수들은 시즌 내내 쌓았던 경험을 바탕으로 선배들의 빈자리를 채우며 본인들의 가치를 높이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3루수와 중심 타선에 배치되며 어느덧 주전으로 올라선 고졸 2년 차 노시환의 성장세는 무서울 정도로 주목받고 있다.

분명한 것은 이번 시즌을 치르면서 한화이글스의 선수층이 상당히 두터워졌다는 것이다. 항상 한화이글스의 가장 큰 약점 중 하나는 주전과 백업의 기량 차이가 크게 났다는 것이다. 주전들이 부상으로 빠지면 한없이 무너지는 팀이 한화이글스였다. 하지만 이번 시즌 중반 이후 젊은 선수들의 발굴과 성장 그리고 중, 고참 선수들의 제 역할 찾기가 이어지면서 그 어느 때보다 한화이글스의 선수 운영의 폭은 넓어졌다.

여정권 대전MBC 프로야구 해설위원(이학박사).
여정권 대전MBC 프로야구 해설위원(이학박사).

팀은 여전히 최하위 경쟁을 벌이고 있다. 여전히 다른 팀들이 승리를 위한 표적으로 달려들고 있다. 하지만 한화이글스의 선수들은 조금씩 성장하고 있고 조금씩 이기는 방법을 터득하고 있다. 비록 올시즌은 실패라고 규정지을 수밖에 없는 성적이지만 지면서 배운 이기는 방법을 내년 시즌에는 반드시 펼쳐 보이리라는 생각을 해본다.

어렵게 개막을 맞이한 2020시즌. 하지만 역대 최악의 시즌으로 기억될 수 있는 2020시즌. 그럼에도 남은 시즌 부상 없이 좋은 경기력으로 시즌 내내 실망했던 팬들의 아쉬움을 조금이나마 기쁨과 환희로 채워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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