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톡톡: 마흔 한 번째 이야기] '의정활동의 꽃'을 피우시라

국정감사 종합상황실 현판식 모습. 국회 사무처 제공.
21대 국회 국정감사 종합상황실 현판식 모습. 국회 사무처 제공.

21대 첫 국정감사(국감)가 지난 7일 막을 올렸다. 코로나가 정국의 모든 이슈를 장악했지만, ‘의정활동의 꽃’으로 불리는 국감을 여야가 조용히 지나갈리 없다. 야당은 정부의 정책과 예산 집행에 있어 실정(失政)을 비판한다. 여당 역시 정책에 있어 정부를 향해 보완과 개선을 요구한다.

야당은 치열하게 물고 늘어지는 반면, 여당은 점검과 지도 수준이라는데 차이가 있다. 이는 비단 국감에 국한하지 않는다. 상임위나 대정부질문, 인사청문회 등에서도 이 같은 현상은 자주 볼 수 있다. 정권이 바뀌기 전까지 늘 이랬고, 정권이 바뀌어도 변함이 없어 보인다. 정치에 있어 정석과 같다.

정당의 존재 이유는 정권 획득에 있다는 점에서 여야 공방은 필수불가결하다. 문제는 공방의 소재이다. 역대 국감을 보면 여야는 증인 채택을 놓고 신경전부터 벌인다. 야당은 감사에 필요한 증인을 최대한 부르려고 하는데 반해 여당은 최소화하려고 애쓴다.

야당의 증인 신청을 보면 일부 무리가 있어 보이기도 한다. 그렇다고 여당은 거부만 할 게 아니다. 여당이 야당시절에도 그랬기 때문이다. 거대 여당이 됐다고 무조건 정부만 싸고돌려면 국감을 할 필요가 없다. 진보가 아닌 답보다.

어떤 의원들은 연예인이나 방송인, 재계 총수 등 유명 인사를 증인석에 앉히려고 한다. 이번에 한 야당 의원은 EBS 캐릭터 ‘펭수’ 연기자를 국감 증인으로 출석시키려 했다. 부정 여론이 커지자 ‘참고인’으로 신분을 전환했지만, ‘펭수’가 출석을 거부했다.

펭수 대리인은 불출석 사유서에서 “펭수 캐릭터의 향후 국내외 경쟁력 확보를 위해 세계관의 일관성과 신비감이 지켜져야 하는 점을 널리 이해해 달라”고 밝혔다.

해당 의원은 “EBS가 캐릭터 저작권을 정당하게 지급하는지 수입구조 공정성을 점검하고, 캐릭터 연기자가 회사에 기여한 만큼 합당한 대우를 받고 있는지, EBS가 휴식 없이 과도한 노동을 요구하는 등 열악한 근무환경에서 근무하는지 확인하기 위함”이라고 펭수를 참고인으로 요청한 이유를 설명했다.

솔직히 EBS사장을 불러 따져도 될 일이었다. 혹자는 사장이 국감장에서 ‘이실직고’ 하겠냐고 반론할지 모른다. 그건 ‘자이언트 펭TV’를 제대로 안 봤다는 증거다. 거기서 펭수는 EBS 사장 ‘김명중’을 시도 때도 없이 부른다.

유머 코드로 쓰는 것이지만, 김명중 사장이 펭수 캐릭터에 이해도가 낮고, 근무환경이 열악하다면 가능했을까. 불요불급한 인사를 국감장에 나오라, 마라하는 행위 자체가 ‘갑질’로 비쳐질 수 있다.

국감은 여당보다 야당의 시간에 가깝다. 의석수와 상임위원장 등 여당이 주도권을 쥐고 있다고 해도 국감은 야당의 시간이다.

그래서 ‘한방’과 ‘국감 스타’를 노리며 각종 의혹을 제기하는 의원들이 많다. 다만, 정부 정책에 뼈를 때리고, 빼도 박도 못하게 정곡을 찌를 일이다. 애먼 사람 앉혀놓고 호통치고, 면박주고, 윽박지르며 수치와 모욕감을 줘선 안 된다. 일거수일투족을 국민들이 다 보고 있기 때문이다. '정쟁 국감'이 아닌, '정책 국감'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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