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보경 재판장, 판결 선고하며 "추가 법적 분쟁없도록 해달라"
정확한 내용 보도위해 취재진 녹취도 허락..항소여부 관심

박범계 국회의원과 김소연 전 대전시의원간 1억원 손배소 사건을 담당한 재판장이 당사자들에게 진심어린 충고를 해 관심을 모은다.
박범계 국회의원과 김소연 전 대전시의원간 1억원 손배소 사건을 담당한 재판장이 당사자들에게 진심어린 충고를 해 관심을 모은다.

박범계 국회의원과 김소연 전 대전시의원간 1억원 손해배상 법정 소송이 22개월만에 마무리된 가운데 이번 사건을 담당한 재판장이 당사자들에게 건넨 마지막 당부가 주목된다.

대전지법 민사11단독 문보경 부장판사는 6일 박 의원과 채계순 대전시의원이 김 전 시의원을 상대로 각각 1억원과 5000만원의 손해배상 청구를 기각하고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또 김 전 시의원이 박 의원을 상대로 제기한 반소도 청구를 기각했지만 채 시의원을 상대로 낸 반소는 일부 승소 판결했다. 

이에 따라 채 시의원은 김 전 시의원에게 500만원을 지급해야 한다. 채 시의원이 김 전 시의원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벌금형이 선고된 것을 감안한 판결로 보인다.

문 부장판사는 박 의원과 김 전 시의원의 판결과 관련해 "의견표명도 인격권과 조화를 이뤄야 하는데 재판부로서는 원고가 선거로 선출되는 국회의원으로 공인이기에 선거나 선거자금의혹에 대한 광범위한 의견제기가 허용돼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며 "특히 원고는 면책특권 누리는 현직 국회의원이기에 피고의 이러한 문제제기와 비판에 대해 논평이나 성명 발표등을 통해 충분히 반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고의 원고에 대한 책임 주장이 일관적인 부분을 종합해보면 의견표명이 지나치게 모욕적이거나 인신공격에 해당한다거나 악의적이라고 보기 어렵다"면서 "원고의 명예 인격권 침해라는 이번 청구는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박 의원의 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또 김 전 의원의 반소와 관련해서도 "공직선거법 위반 방조 공동정범 범죄행위에 대해 주장은 원고가 무혐의 처분됐기 때문에 기타 제출 자료만으로는 원고의 불법행위 인정이 어렵다"며 "성희롱 발언 내지 폭언은 증거가 있어야 하는데 피고의 기록이나 진술은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입증 책임을 다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기각했다.

박 의원과 채 시의원, 그리고 김 전 시의원 중 한명이라도 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하면 또 다시 항소심 법정에 서야 하지만 오랜기간 진행된 법정공방은 일단락되는 분위기다. 판결을 보기위해 법정을 찾은 김 전 시의원은 "당연한 결과다. 받아들이겠다"면서 "다만 핵심이 될 수 있는 특별당비 위법성을 재판부가 인정하지 않은 것은 저와 다른 견해다. (상대방에서)항소하면 열심히 싸우겠다"고 본인이 항소할 계획이 없음을 내비쳤다.

이처럼 판결은 나왔지만 재판을 진행한 문 부장판사의 언행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재판 시작과 함께 법정을 찾은 취재진들을 향해 녹취를 허락할 정도로 여론에 민감한 반응을 보였던 문 부장판사는 판결 이유와 주문을 낭독한 뒤 판결문에 담지 않은 사견을 밝혔다.

김 전 시의원만 법정에 출석한 사실을 확인한 문 부장판사는 "박 의원과 채 시의원은 국민과 지역주민을 위해 일하는 정치인"이라며 "재판부로서는 향후 건전한 비판과 그에 대한 성찰을 통해 더욱 발전하는 정치인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또 "법원에서 허위로 판단된 부분에 대해서 당시 상황을 고려해 위법성이 조각된다는 판단을 내렸지만, 그건 당시 상황이고 이후에 일어나는 일은 별개로 평가될 여지가 있다"며 "이점 유념해서 기존 일어났던 일에 대한 추가적인 법적 분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주길 당부한다"고 진심어린 조언을 했다.

즉 명예훼손으로 인정될 만한 소지는 있지만 정치인들의 의견표명이라는 점에서 위법성이 배제됐다는 것인데, 다만 앞으로도 유사한 일이 발생할 경우에는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충고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만큼 이번 소송 당사자들의 주의를 요구하고 있는 셈이다.

한편, 김 전 시의원을 명예훼손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벌금 500만원이 선고된 채 시의원은 1심 판단에 불복, 항소장을 제출함에 따라 조만간 항소심 재판이 진행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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