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교통도시, 대전 is U'

대전의 관문, 유성복합터미널 조성부지. 디트뉴스 드론촬영. 

'대전이 바로 당신입니다 (Daejeon is U).' 대전의 도시 슬로건이 16년 만에 바뀌었다. 도시 슬로건을 만드는 데는 크게 두 가지 의미가 있다. 하나는 그 도시만의 매력과 미래 비전을 스토리텔링(Story telling)으로 담아 범시민적 긍지와 자부심을 갖게 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도시 슬로건을 만드는 과정에 시민들을 참여시킴으로서 가급적 많은 관심과 공감대 그리고 자부심과 유대감을 고취시키는 것이다. 

종전 대전시의 슬로건 'It's Daejeon'의 교체는 불가피했다. 일본의 대표 회사 SONY의 슬로건 'It's SONY'를 표절했기 때문이다. 제정 당시, 시정 자문위원이었던 필자가 이 문제를 강력히 제기한 바도 있다. 앞서 제시한 슬로건 제정의 두 가지 의미도 살리지 못했다. 결국 오래가지 못하고 새 슬로건이 등장했다. 

새 슬로건은 시민의 공모를 거친 결과라고는 하지만, 종전 슬로건이 실패한 문제점을 완전 히 극복했다고 보기 어렵다. 여전히 독창성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까닭이다. 서울시가 몇 년전 바꾼 슬로건 'I Seoul U'도 결정될 때까지 논란이 많았다. 그런데 이번의 대전시 슬로건 역시 서울시 슬로건의 이미지를 그대로 모방했다는 비판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게다가 대전시의 핵심가치가 시민임을 상징한다며 대전의 공간, 자연, 문화 등 무한한 가능성과 상상의 의미를 슬로건에 담았다고 얘기한다. 하지만, 그 구체적인 내용에 대한 설명이 없다. 억지로 'on'에 의미를 부여하고, 색상으로 과학과 환경의 이미지를 표현한다고 했지만 자연스럽게 공감하기가 쉽지 않다. 대다수 시민들은 여전히 대전시의 새 슬로건이 누가, 왜, 어떻게 바꿨는지 알지도 못하고 관심도 없다. 

요약컨대, 대전시 슬로건 교체의 필요성은 인정하나 그 효과는 크지 않다. 그 이유는 아무리 근사한 스토리텔링을 갖춘 도시 슬로건이라도 해결할 수 없는 근본적인 도시문제가 깊숙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대전은 지금 도시의 매력, 저력, 활력을 잃어가고 있다. 즉 3력(三力)이 없는 도시가 되었다. 

그 이유는 이렇다. 경부선 철도가 대전시를 통과한 1905년부터 경부고속도로가 개통된 1970년을 거쳐, KTX가 대전역에 들어서고, 도시철도 1호선이 개통된 2006년까지 대전시는 매력이 넘치는 도시였다. 교통도시의 입지를 굳힌 대전시는 이 매력을 살려 1973년 대덕연구단지를 출범시키고 시민들이 저력을 발휘해서 <대전 엑스포 '93>을 성공적으로 개최함으로서 과학도시로 발돋움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1992년 자운대와 1997년 대전 정부청사가 입지한 연유로 행정도시는 물론 국방도시로서의 새 도시 브랜드까지 추가된다. 그 결과 대전시의 인구는 153만을 넘어서 활력이 넘치는 대도시가 된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대전시의 비약적인 발전은 2012년까지 그런대로 잘 버텨왔지만, 교통도시의 명성과 도시 브랜드를 잃기 시작하면서 급격히 침체와 쇠퇴의 길을 걷게 된다. 

2001년 서해안 고속도로 개통으로 호남고속도로 경유지인 유성과 대전이 타격을 받기 시작했다. 2014년 KTX의 경부선과 호남선의 분기점인 서대전역이 붕괴된다. 대전에 코레일 본사가 자리 잡고 있는데도 말이다. 

육동일 명예교수 (충남대 자치행정학과)

대전역을 철도메카로 조성한다면서 100년 역사의 철도관사촌은 개발이냐 보존이냐를 놓고 10년 이상 표류하고 있다. 대전 지하철 1호선 개통이후 순환선인 2호선이 트램이냐 아니냐로 11년, 또 고가에서 트램으로 결정을 뒤집고도 4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승인도 받지 못한 채 귀한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 

이제는 건설이 안돼도 걱정이요, 된다면 더 걱정해야 하는 애물단지가 돼가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가 하면, 대전을 중심으로 세종시 충청권 호남권을 잇는 광역교통 플랫폼이자 국립대전현충원의 관문이 된다는 유성복합터미널 민자사업은 벌써 네 번째 좌초되어 10년을 허비했다. 향후 기약도 없다. 책임자들의 목이 몇 개는 날아갈 중대 사안이다. 그렇지만 그들은 여전히 건재하고 당당하다. 오히려, 시민들이 고개 숙이고 한숨짓는 꼴이니 기가 찰 노릇이다. 

교통도시 대전의 난맥상

이에 따라 장대네거리 입체교차로 문제해결도 불투명해졌다. 대전 서남부 버스터미널은 오래 전부터 폐업위기에 직면한 채 고사직전이다. 결국 대전시 대부분의 교통정책이 오랫동안 우왕좌왕 갈피를 잡지 못하면서 교통도시 복원의 골든타임을 다 놓치게 된다. 대전의 교통체제 전반은 회복불능의 지경에 이르고 만 것이다. 

그런 동안 대덕연구단지는 분원의 길로 가면서  '선택과 집중' 이라는 과학도시의 위상은 망가졌다. 아무 대책도 마련되지 않은 채 진행된 충남도청 이전과 세종시 출범은 대전의 남은 매력, 저력, 활력을 다 잃게 하고 만다. 그 결과는 혹독하다. 대전의 인구는 146만 명대로 급감하년서 이제 세종시와의 통합만을 기대하며 세종시의 눈치를 보는 처량한 신세가 되었다. 

지난 20여년 동안 대전에게 주어진 수많은 기회와 시간을 흘려버린 최종 책임은 지역의 정치와 행정의 지도자들에게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큰 책임은 전적으로 대전시장과 시정에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대전의 침체와 쇠퇴의 위기를 수없이 경고함과 동시에 대비책을 마련할 것을 기회 있을 때마다 촉구해왔지만 귀담아 듣지 않았다. 지금이라도 대전시가 이 위기에서 벗어나 도시중흥의 실마리를 찾으려면 당초 대전의 브랜드였던 교통도시의 위상과 역할을 되찾는 것이 급선무다. 대전시장과 시정은 지난 20년 동안 뿌리내린 무계획성, 무전문성, 무책임성의 3무(三無) 행정에서 하루속히 탈피해야 그것이 가능하다. 

시장의 가장 중요한 리더십은 미래를 보고 준비하는 능력과 함께 최고 전문인을 기용해서 권한과 책임을 맡기는 일이다. 지금 대전시는 미래발전을 위한 비전과 발전목표, 그리고 이를 달성하는 구체적 실행계획이 체계적으로 정립되어 있지 않다. 이를 관리하고 자문을 주는 시정 내외의 능력 있는 전문 공무원과 외부 전문가도 잘 보이지 않는다. 

대전에 뛰어난 공무원과 외부 전문가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전시에서는 늘 회전문 인사와 선거지원용 인물들만 돌아가며 기용될 뿐이다. 그들에 의해서 수행되는 정책은 항상 제대로 된 성과도 내지 못하고 있는 한편, 정책의 실패와 실정에 대해 아무 책임도 지지 않는다. 시장의 이런 리더십과 3무 시정으로는 대전의 침체와 쇠퇴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 오로지 무사안일과 복지부동만 지속될 뿐이다.

민선 7기의 임기도 벌써 1년 8개월 밖에 남지 않았다. 내년 초가 되면 다음 지방선거 분위기로 접어들면서 대전시의 정책들은 큰 동력을 잃게 된다. 그야말로 8회말 경기에 접어든 대전시는 홈런이나 장타를 노릴 것이 아니라 배트를 짧게 쥐고 역전의 단타를 노려야 할 막바지 상황이다. 

얼마 남지 않은 임기 동안에 대전시장과 시정은 어지럽게 펼쳐진 교통정책에 올인해서 대전 대표브랜드의 명성과 매력을 반드시 되찾아 옴으로써 시민들이 자신감을 갖고 다시 뛸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낼 것을 다시한번 강력히 촉구한다. 대전은 교통도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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