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장훈종 선문대 시각디자인과 교수…천안·아산 ‘대형 마스크’ 캠페인 제안
학생들과 현장 프로젝트 ‘아산시 쓰레기봉투’ 제작…3대 공모전 ‘트리플 크라운’ 달성

2001년 공익광고제 대상 수상작 '모두 살색입니다'의 초판 인쇄물을 들고 있는 장훈종 선문대학교 시각디자인과 교수.

코로나19 재확산으로 긴장감이 높았던 지난 달 4일. 충남 아산시에서 마스크를 쓴 이색 시내버스가 등장했다. 버스 앞에 걸린 마스크 모양 현수막에는 ‘최고의 백신은 마스크입니다’라는 캠페인 문구가 적혔다. 같은 달 25일에는 마스크를 착용한 천안시 청사도 등장했다. 백 마디 말보다 한 문장이 뇌리에 남는 장면이다. 

양 지자체에서 활용한 마스크 디자인은 장훈종(53) 선문대학교 시각디자인과 교수와 그의 학생들 작품이다. 천안과 아산 양 지자체에 캠퍼스를 두고 있는 선문대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차원에서 학과 수업 중 효과적인 캠페인 프로젝트를 고민했고, 그 결과를 먼저 제시해 이뤄낸 성과이다. 

이처럼 장 교수의 수업은 늘 현장에서 시작한다. 그의 디자인 인생도 대학생 때 ‘광고 공모전’이라는 치열한 경쟁 속에서 출발했다. 밤새 짜낸 아이디어를 갖고 전국의 대학생과 겨뤄 쟁취한 성과에 희열을 느꼈다. 일반인들은 손사래를 치는 이 과정을 장 교수는 즐겼다. 20여 년간 현역 시절에도 그랬고 대학 강단에서 후학 양성에 몸담고 있는 지금도 여전하다.

<디트뉴스>와 만난 그의 연구실 역시 ‘현장감’이 그대로 배어있다. 추석연휴를 이틀 앞둔 시점임에도 연구실 한켠 침대에는 밤샘 프로젝트를 위한 보따리가 놓여 있다. 연구실을 가득 메운 각종 상패와 표창장은 화려했던 그의 현역시설을 엿보게 한다. 아무리 노력해도 즐기는 사람을 이길 수 없다는 말이 떠오른다.

치열한 ‘아이디어 경쟁’ 즐길 수 있어야

아산시 시내버스를 이용한 마스크 캠페인에 오세현 아산시장과 함께 기념촬영을 한 장 교수(왼쪽)와 청사 전면에 마스크를 씌운 천안시청 모습.

사실 장 교수는 광고와 디자인 업계에 몸담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꿈꾸고 있는 화려한 업적을 이뤘다. 아시아 최초 칸 광고제 은사자상, 뉴욕페스티발 AME 부문 금상, 뉴욕페스티발 2년 연속 금상, 최근 ‘2020 아시아 디자인 어워드’ 대상까지 다 나열하기도 어렵다. 해외디자인 수상 공로로 2018년에는 국무총리 표창을 받기도 했다.

“디자인은 시대적 상황과 사회적 환경에 따라 시각적인 변화를 통해 사람들의 공감을 얻고 공공의 이익을 창출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그런 면에서 사회를 많이 바꾸고 싶어 했어요. 아이디어를 내고 구현하는 작업이 정말 힘들지만, 전 재미있어 했어요. 이런 성향들이 여러 수상으로 이어진 것 같습니다.”

수상경력을 훑는 과정 속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겸손함을 발견하기 어렵다. 대신, 격식에 얽매이지 않은 자유로움과 유쾌함이 대화 내내 이어진다. 그의 수업이 어떨지 머릿속에 그려진다. 장 교수도 학생들과의 수업을 현장의 연장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여태 그랬듯, 이 또한 즐기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지금도 학생들과 프로젝트를 진행하면 함께 밤샐 정도로 현장업무를 하면 에너지가 넘쳐요. 학생들에게도 책과 이론의 공부가 아닌 현장의 경험이 진짜 재산이라고 말합니다. 아직 현장에서 근무하는 동료·후배들도 그런 인재를 원하고요. 결과적으로 지역사회에는 재능기부를, 학생들은 취업을 위한 ‘포트폴리오’가 생기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죠.”

현장 중심 수업…학생 취업, 재능기부 ‘일석이조’

선문대 시각디자인학과 역사는 그리 길지 않다. 관련 분야에서 영향력도 크지 않았다. 하지만 장 교수와 학생들의 현장 프로젝트 중심의 수업은 실력으로 성과를 입증하기 시작했다. 특히 장 교수와 학생들이 디자인한 아산시 공공용 쓰레기종량제봉투 ‘LESS IS MORE’는 부산국제광고제에서 일반 부분 ‘Outdoor 실버프라이즈’ 등 4개 부문 수상, 스위스 국제광고제에서 WINNER상을 수상했다.

“제가 학생 때 타지 못한 메이저 공모전 대상을 제자들이 수상하니 정말 보람되죠. 아이들도 현장업무를 하면서 '학교 다니는 맛 난다'고 해요. 아산시의 경우 시장님이 디자인에 관심이 많아 시내버스 디자인, 정류장 쉘터, 현수막 공식 디자인을 저희가 제공했습니다. 이번 마스크 캠페인도 먼저 제안했어요.”

제자들과 함께 창안해 실제 사용되고 있는 아산시 쓰레기종량제 봉투 ‘LESS IS MORE’를 들고 설명하고 있는 장훈종 교수.

2018년에는 전국의 저명한 대학들을 누르고 당당히 국내 3대 광고기회사인 제일기획, 대홍기획, HS애드(LG애드)의 광고 공모전에서 모두 대상을 석권하는 ‘트리플 크라운’을 이뤄낸다. 올해 서울시 ‘코로나19 극복 콘텐츠 공모전’에서는 15개 수상작 중 금·은·동 등 10개를 휩쓸었다. 지역사회의 변화와 현장 중심젝트 중심의 수업방식이 계속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앞으로도 계속 공공 디자인 아이디어를 제안할 겁니다. 코로나19 방역, 민식이법에 따른 교통안전 분야 등에 관심이 많아요. 천안·아산 지역이 디자인적으로 바꿔야 할 게 많아 개인적으로 아이디어를 노트에 적립 중입니다. 다만 공직자분들은 바쁘신 건 알지만, 적극적으로 수용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빛 바랜 장 교수의 아이디어 노트 안에는 또 어떤 보물이 숨어있을까. 그의 다음 디자인이 세상을 어떻게 바꿀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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