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과거-현재 동아시아 교류 역사, 공주 충남역사박물관 전시
대통령기록관 연계, 역대 대통령이 받은 선물 공개

‘동아시아 교류의 중심 백제, 그 흔적을 잇다’ 전시가 내달 18일까지 공주 충남역사박물관에서 열린다. 사진은 전시 개막 첫 날 김정섭 공주시장이 관람하고 있는 모습.
‘동아시아 교류의 중심 백제, 그 흔적을 잇다’ 전시가 내달 18일까지 공주 충남역사박물관에서 열린다. 사진은 개막 첫 날 장충희 박사가 김정섭 공주시장에게 전시 내용을 설명해주는 모습.

1500년 전, 고대 동아시아 교류 선봉에 섰던 백제. 대한민국 역대 대통령이 받은 선물을 통해 백제 역사를 되돌아 볼 수 있는 전시가 열린다.  

‘동아시아 교류의 중심 백제, 그 흔적을 잇다’ 전시가 내달 18일까지 공주 충남역사박물관에서 개최된다.

이번 전시는 제66회 백제문화제를 기념해 대통령기록관과 함께 기획됐다. 대통령기록관 소장품 17여 점이 전시된다. 김정섭 공주시장은 지난 4월 기록관을 방문해 특별전시 개최를 제안하는 등 공을 들여왔다. 

공주대 장충희 박사는 “현 정부의 신북방, 신남방정책의 시작점이 바로 백제”라며 “백제가 고구려와의 경쟁을 극복하기 위해 대외교류를 선택했듯 대한민국도 주도적 외교관계를 통해 국제적 입지를 다지고 있다. 백제 교류 역사와 역대 대통령의 교류 선물을 통해 현재를 돌아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가장 가까운 교류국, 중국

홀로그램 전시 모습. 백제와 가장 가까운 교류국이었던 중국과 유사한 형태, 형식을 가진 백제 유물을 홀로그램으로 관람할 수 있다.
홀로그램 전시 모습. 백제와 가장 가까운 교류국이었던 중국과 유사한 형태, 형식을 가진 백제 유물을 홀로그램으로 관람할 수 있다.

백제 교류 문화는 먼 서역까지, 바닷길을 따라 이뤄졌다. 백제는 한반도 서남부에 위치해 중국와 일본을 잇는 연안항로 기착지 역할을 했다. 지정학적으로 바닷길이 발달할 수밖에 없는 숙명을 가지고 있었다.

백제의 교류 문화는 생존과도 직결됐다. 고구려와의 경쟁에서 밀리면서 수도는 남쪽 웅진으로 옮겨졌고, 경쟁에서 열세를 극복하기 위해 선택한 것이 ‘교류’였다.

장 박사는 “교류의 의미는 자기화와 재해석의 의미까지 담고 있다”며 “백제는 선진 문화를 받아들여 재해석하고, 신라와 가야에 전달해주는 역할까지 했다. 공주 무령왕릉, 공산성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이유도 바로 교류 문화가 돋보이는, 국제성과 창조성을 가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백제의 중요한 교류국 중 하나였다. 유물로는 석수(石獸) 등을 통해 교류의 기록을 찾을 수 있다.

석수는 무덤을 지키는 상상 속 동물을 형상화한 유물이다. 백제 무령왕릉에서 출토된 국보 제162호 석수는 형태나 모양, 뿔의 유무 등에서 중국과 교류해 형성된 장례 풍습을 엿볼 수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1998년 10월 중국 인민외교학회 회장으로부터 선물받은 구룡목각.
김대중 전 대통령이 1998년 10월 중국 인민외교학회 회장으로부터 선물받은 구룡목각.

김대중 전 대통령은 1998년 10월 23일 방한한 중국 인민외교학회 회장으로부터 구룡목각을 선물로 받았고, 중국을 방문한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3년 6월 28일 중국 주석의 부인으로부터 법랑 화병을 선물 받았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10년 4월 26일 주한 중국대사 장신썬으로부터 소나무와 학이 그려진 그림을 전해받았다.

장 박사는 “거북이와 소나무는 장수를, 용은 황제를 의미한다”며 “박 전 대통령이 받은 화병에는 봉황이 그려져 있는데 봉황은 여왕, 왕비를 상징한다”고 설명했다.

한일 교류, 매화의 의미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4년 2월 일본 도레이사 사카키바라 사다유키 회장으로부터 선물 받은 매화 문양의 은제 부채.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4년 2월 일본 도레이사 사카키바라 사다유키 회장으로부터 선물 받은 매화 문양의 은제 부채.

일본은 한반도로부터 선진 문화를 받아들였다. 문화 발전에 있어 일본은 백제와 가장 밀접했다. 

노 전 대통령 집권 당시 한·일 관계는 성숙된 관계로 발전했다. 2003년 2월 25일 노 전 대통령 취임식에는 일본 총리를 비롯한 다수의 지도층 인사가 참석했고, 취임식 직후 청와대에서 한·일정상회담이 개최됐다.

노 전 대통령이 2004년 2월 6일 일본 도레이사 사카키바라 사다유키 회장으로부터 받은 선물은 '매화 문양의 은제 부채'다.

당시 사다유키 회장은 ‘구미 수출 200억 달러 달성 기념식’ 참석을 위해 방한했다. 이날 노 전 대통령과의 접견 자리에서 4억 달러를 구미 공단에 투자하기로 약정하고, 이 부채를 선물했다.

장충희 박사는 “매화는 보통 새롭게 시작하는 자리에 있는 사람들을 축하하는 의미로 쓰인다”며 “겨울 내내 얼었다 가장 먼저 꽃을 피우는 매화는 생명력을 상징한다. 한일 관계의 새로운 시작, 축하의 의미를 담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리구슬, 부남국과의 교류

구슬. 동남아와 백제 문화권, 중국과 일본 등에서 비슷한 형태와 성분이 검출돼 교류 흔적을 보여준다.
공주 무령왕릉에서 출토된 구슬. 동남아와 백제 문화권, 중국과 일본 등에서 비슷한 형태와 성분이 검출돼 교류 흔적을 보여준다.

베트남과 태국, 캄보디아는 고대국가 부남국에 속했다. 항구도시 옥에오에서 나온 유적들은 백제와 부남국의 교류 역사를 보여준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유리구슬. 옥에오에서 출토퇸 유리구슬은 무령왕릉에서 출토된 것과 제작기법이나 재료에서 같은 형태를 보인다. 또 구슬에 쓰인 착색제 원료는 태국산으로 밝혀졌는데, 백제뿐만 아니라 중국과 일본 유물에서도 같은 성분이 검출됐다.

장 박사는 “유리구슬을 통해 이들 국가 간의 교류가 단순히 물적 교류에 그치지 않고, 기술적 교류로까지 확대됐음을 알 수 있다”며 “중국 양나라 소역이 그린 사신도 '양직공도'에는 양나라에 파견된 부남국의 사신과 함께 백제 사신의 모습이 기록돼있는데 얼굴의 형태나 옷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사료”라고 말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1996년 11월 15일 베트남 국영라디오사장으로부터 용과 거북이, 봉황이 조각된 '옻칠 나무 다기 세트'를 선물로 받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5년 11월 18일 베트남 8대 대통령 쩐 득 르엉 전 대통령이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참석을 위해 공식 방문했을 당시, ‘고향의 향기’라는 제목의 베트남 시골 풍경이 담긴 핸드메이드 자수 그림을 선물 받았다.

인도 코끼리와 우즈베키스탄

가운데가 노무현 전 대통령이
인도에서 코끼리는 석가모니의 태몽 속 동물로 상징적인 의미를 지닌다. 가운데가 노무현 전 대통령이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4년 10월 인도를 방문해 압둘 칼람 인도 대통령으로부터 선물 받은 코끼리 모양 다리를 한 나무 수납장. 

인도는 불교 문화의 거점으로 백제 사신들의 최종 목적지이기도 했다. 백제 승려 겸익은 바닷길을 거쳐 인도에서 유학한 뒤 인도 불경을 가지고 들어와 계율종을 창시했다.

백제금동대향로에는 석가모니의 태몽 속에 나오는 상징적인 동물, 코끼리가 새겨져있다. 인도와의 문화적 교류를 보여주는 흔적으로 꼽힌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4년 10월 5일 인도를 방문했다. 당시 뉴델리 대통령궁에서 열린 압둘 칼람 인도 대통령 초청 만찬에 참석해 코끼리 모양 다리를 한 나무 수납장을 선물 받았다.

서역으로 불리는 우즈베키스탄과의 교류 역사는 지난해 4월 문재인 대통령의 순방 당시 한 차례 주목받았다. 문 대통령이 고구려 사신의 모습이 담긴 사마르칸트 아프라시아브 궁전 벽화 앞에 선 모습이 공개되면서다.

장 박사는 “고구려 사신으로 보이는 인물의 머리에는 새 깃털이 꼽아져있고, 환두대도라는 한반도 특징을 가진 칼을 차고 있다”며 “서역, 소그드 상인들은 실크로드 핵심 인물로 우리나라 신라 가요인 처용가에서 묘사되는 역신도 이 소그드인의 모습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전시에는 역대 대통령이 각국에서 받은 선물 17여점이 전시된다. 백제의 교류 역사를 보여주는 유물은 홀로그램으로 만날 수 있다.

전시 관람은 홈페이지(www.백제교류.com)를 온라인으로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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