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은의 힐링에세이]

박경은 가득이심리상담센터 대표
박경은 가득이심리상담센터 대표

어릴 때부터 ‘네가 힘들면 다른 사람을 도우지 않아도 되는 거야’. 그리고 ‘네가 도와주고 싶은 만큼만 도와주는 거야.’ ‘엄마는 다른 사람들보다 네가 더 소중하단다.’ 어쩔 수 없이 하는 말이 아닌 진심과 사랑의 언어로 표현하면 아이는 밖에서도 자신의 감정에 충실하게 되고, 집에서는 갑작스런 짜증 또한 줄어들게 된다.

흔히, 아이들에게 양보를 가르치고, 미덕을 배우도록 가르칠 때가 은연 중 많다. 그러나 모든 것이 ‘과유불급’ 일 경우는 탈이 나게 되어 있다. 자신 안의 내면의 상처로 인하여 자녀에게 착한 아이를 강요하거나, 자신도 모르게 내면의 상처로 자녀를 억압할 수 있는 경우가 있다.

누구나 내면의 상처가 있다. 내면의 상처를 승화시켜 성공원동력으로 바꾼 사람도 있고, 자신 삶을 한 단계 성숙시켜 깊이를 만드는 사람이 있다. 반대로 내면 깊숙이 숨기는 사람도 있으며, 폭력과 불신으로 타인에게 표출하는 사람이 있다. 모든 것이 완벽한 유토피아나 무릉도원 같은 세상이 아닌 이상 내면의 상처는 안 받을 수가 없다. 어쩌면 상처를 끌어안고 살아가는 게 우리의 삶이며, 죽음이 임박했을 때 회한(悔恨)의 눈물을 흘리는 것도 상처를 풀지 못한 아쉬움이라는 생각도 든다.
  
“가족 이야기 좀 해주세요.” 가족이야기! 이 이야기 앞에 누구나 자유로울 수 없다. 가족이야기가 주는 무게는 반드시 존재한다. 그렇지만, 상담에서는 가족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는 소재이다. 또 가족이야기는 누구나 가장 숨기고 싶은 장롱 속 깊은 비밀스러움이 있으며 우리가족만 알고 싶고 세상에 꺼내기 싫은 이야기 또한 있다. 이런 걸 생면부지인 사람에게 이야기하는 건 어려운 일이다. 가족이야기를 요청하면 잠시 침묵이 흐르고 상담자에게 눈빛을 보낸다.

가족이야기에서 ‘어떤 이야기를 하라는지 구체적으로 알려 달라’는 눈빛이다. 나는 침묵한다. 그럼 긴 한숨을 내쉬며 가족 이야기를 해준다. 한 번 시작한 가족 이야기는 끝이 없이 쏟아진다. 아버지, 어머니의 기억들, 형제에 관한 이야기, 경제적 상황에 따른 가족이야기 등 꼬리에 꼬리를 물고 가족이야기를 세상에 꺼내놓는다. 누구는 이야기를 하며 울고, 누구는 담담해 한다. 또 누구는 분노를 억압하며, 누구는 시원해 한다. 가족이야기를 듣다보면 도대체 ‘가족은 나에게 어떤 존재일까’ 깊이 생각한다. 나 역시 부모의 딸로 태어났고 지금은 아내로 엄마로 가족을 이끌고 나간다. ‘가족’이란 이름은 죽기 직전 까지 나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거라 알고 있기에 가족에 대한 궁금증은 평생을 두고 있다.
  
이 세상에 가족이 없다면 인류 자체는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는 태어날 때부터 보호 받아야 하는 건 물론 일정 이상 교육 받아야 자립할 수 있다. 일정 이상이 될 때까지 가족이 있어야 살아갈 수 있다. 이런 기본적인 기능 말고도 가족은 내면형성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한다. 내면형성 영향력에서 가족은 두 얼굴을 가진 존재다. 가족 영향력에 따라 내면 형성은 긍정적 일수 있고 부정적일 수 있다.
  
가족은 사랑받는 첫 번째 대상자인 동시에 상처를 주는 가장 첫 번째 대상이며, 가족에게 받은 상처 치유하지 않고 덮는다면 내 상처는 대물려 줄 수 있다. 가족 일이라 덮지 말고 적극적인 자세가 중요하다. 어린 시절 가족 때문에 받은 상처 대부분은 부모가 준 상처다. 주체는 부모가 될 수 있지만 이것은 가해인지 피해인지는 정확한 구분은 없다. 이유는 간단하다. 상처를 받는 사람의 기질, 성격, 인격, 생활양식 등 다르기 때문이다. 특히 부부싸움에 대한 상처는 너무 깊은 상처를 난도질하듯 준다. 30살에 결혼을 한다고 가정해 보자. 30년을 제각기 살았던 사람이 만나 결혼하면 마찰이 있는 건 당연하다. 마찰이 커지면 싸움이 된다. 아이들은 싸움자체에 상처를 받는 게 아니다. 싸움결과에 따라 상처를 받는다. 결과가 좋으면 마찰을 용인 하지만 결과가 좋지 않으면 부부싸움 할 때 마다 스트레스와 트라우마를 동반한다.
  
자기의 내면형성에 영향을 주는 것은 가족 구성원의 핵심인 부부다. 부부싸움 할 때 의견충돌만 토해내지 말고 결과와 합의를 내는 모습이 중요하다. 또한 부부싸움에서 책임감 있는 태도를 취해야 한다. 아이에게 비춰지는 자신의 모습을 스스로 그려보는 것도 자신을 반성하고 성장하는 데 좋은 방법이다. 가족에게 있어서 잊지 말아야 할 중요한 무기는 무조건적 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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