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풀들의 잔치, 2020-09, 송선헌
가을! 풀들의 잔치, 2020-09, 송선헌

1. 벌초(伐草)
 벌초, 조상의 묘에 자란 잡초들을 정리하는 작업으로 금초(禁草)라고도 한다.
벌초, 돌아가신 조상도 살아있는 사람처럼 예우하였기에, 조상의 묘를 살피고 돌보는 일은 효행이자 후손들의 책무였다.
벌초, 처서(處暑)가 되면 풀의 성장을 멈추기 때문에 이때 벌초를 하면 산소가 깨끗이 오래 보전된다. 
벌초, 제주에서는 학생도 ‘모듬벌초’에 참여하도록 ‘벌초방학’제도를 운영한다.
벌초, 유교문화가 아니고, 미풍양속(美風良俗)의 민속 문화다.
벌초, 부모, 조(祖)-증조부(曾祖父)와 선산(先山)의 조상님들을 포함한다.
벌초, 선산의 경우 직계조상의 묘만 분담한다.
벌초, 과거에는 문중 어르신들이 했고 요즘은 벌초대행이 증가한다.  
벌초, 왕릉은 문중에서 벌초를 담당하지 않고 나라에서 한다.
벌초, 과거에는 낫이나 원예용 가위로 요즘은 예초기(刈草機)로 한다.
벌초, 미래에는 사라질 가능성이 많은 풍속 중 하나다.
벌초, 집성촌(集姓村)이 아닌 핵가족(核家族)시대에는 후손들에게 짐이다. 
벌초, 예초기로 인한 사고가 많으니 안전장비가 필수다.
벌초, 땅벌도 무서우니, 에프킬라(F-Killer) 등도 준비한다.
벌초, 뱀이 있으니 발목까지 오는 신발을 신는다. 
벌초, 갈수록 자손들이 찾지 않아 자연으로 돌아가는 묘들이 늘어나고 있다.
벌초, 추석 전에 소분(掃墳)을 안 하면 조상이 덤불을 쓰고 명절 먹으러 온다. 제사 안 지낸 것은 남이 몰라도 벌초 안 한 것은 남이 안다. 처삼촌 묘 벌초하듯 한다. 8월에 벌초하는 사람은 자식으로 안친다... 등의 속담이 있다.
벌초, 묘제(墓祭)는 ‘주과포(酒果脯, 술, 과일, 포)’만으로도 충분하다.
2020년 추석은 코로나19로 고향 방문을 자제하라는 유머로 “불효자는 ‘옵’니다”, “며느라 이번 추석은 너희 집에서 알콩달콩 보내렴”, “아범아! 추석에 오지 말고 용돈만 보내라”,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이번 추석엔 집에 있으렴”이란 플래카드가 거리에 걸렸다.


2. 벌초의 벌, 머리를 깎는 컷트의 컷
 벌, 나를 있게 한 조상을 잊지 말자는 것이다.
컷, 멋이자 예절이자 개성이다.
벌, 내 고향에는 증조부와 조부-조모, 옥천엔 부모님과 형님 산소를 깎는다.
컷, 예전엔 이발소, 지금은 이름이 별로인 집 앞 명성황후 미용실을 이용한다.
벌, 과거 아버님과는 낫과 톱이, 요즘은 예초기가 대신한다.
컷, 요즘은 전기 바리깡(Bariquant)이 수동 바리깡을 대신한다.
벌, 한때는 일당과 술값을 주고 동네 분에게 맡기기도 했었다.
컷, 요즘 내 머리를 만지는 분은 이름이 여름이라는 헤어디자이너다. 
벌, 산지기, 묘지기는 과거의 영화다.
컷, 평생 머리를 깎지 않은 사람이 기네스북(Guinness Book)에 올랐다.
벌, 1년에 한 번하는 연례행사(年例行事)다.
컷, 나는 한 달마다 다듬지만 결과가 안 좋아도 그럴 수도 있지 한다.
벌, 난 데모도 즉 조수(助手)였다.
컷, 난 멋내달라는 의뢰인이다.
벌, 갈수록 풀과 주위 나무들이 산소를 점령한다.
컷, 갈수록 새치가 늘어난다.
벌, 풀(草)을 벌(伐)하거나 금(禁)하는 것이다.
컷, 자르거나 모양과 색을 바꾸는 것이다.
벌, 매년 하지만 바람이 싣고 온 새 풀들을 만난다.
컷, 갈수록 머리카락이 가늘어지고 숫자가 준다.
벌, 돌아서면 풀, 자연의 힘을 이기진 못한다.
컷, 스님의 머리 무명초(無明草)를 정리하는 것도 수행이다.
벌, 잔디보다 잡풀과 이끼들이 무성한 것이 조상님들께 죄송하다.
컷, 중년인데 아직까지 염색하지 않음을 부모님께 감사하다.
벌, 관리가 힘들어 공구리(콘크리트)를 친 묘가 뉴스에 나왔다.
컷, 앞머리가 진료를 방해해 무스(Mousse)로 고정한 적도 있었다.
벌, 봉분이 없는 서양식이 꼭 좋을까?
컷, 난 파마(Perm)를 그것도 앞부분만 아내 등살에 한 번 해 봤다. 
벌, 긴 풀은 불효다.
컷, 긴 머리는 정성이다.
벌, 멧돼지가 벌레를 잡아먹느라 산소를 망치는데 나프탈렌(C10H8)이 약이다.
컷, 호르몬과 스트레스가 머리카락을 망친다.
벌, 핵가족시대(2-generation family)에 얼마나 이어질지 걱정이다.
컷, 집에서 머리 깎는 AI기계가 나왔으면 좋겠다.
벌, 공원묘지, 납골, 수목장 등이 인기인 시대다.
컷, 노랑, 빨간, 파랑으로도 염색하는 부러운 개성의 시대다.
벌, 나의 미래이지 않은가? 까불지 말며 살아야 한다.
컷, 목숨이 컷 될 때까지 바른 정신으로 살길 기도한다. 


3. 무면허 초보 미용사
 여기는 Los Angeles다. 2020년인 지금도 난 만 원에 머리를 컷한다. 그런데 1996년 LA엔 남자 컷트가 $15~20 했으니 비싼 물가에 놀랐다. 쌀값과 고기값을 제외한 모든 생활비도 높았다. 점점 힘들어 지는 시기가 오고 머리 깎는 비용도 비싸 마트에 가서 전동 바리깡을 하나 구입했다. 이걸로 두어 번만 깎으면 본전은 할 거라는 계산이 슨 것이다.
 본과에 올라와 처음으로 인체를 상대로 임상실험 할 때처럼 난 목욕탕으로 끌려가고 처음 깎아 보는 왕초보 무면허 미용사인 아내의 손길에 맡길 뿐... 
 장면이 바뀌어 다음날 UCLA 치과대학이다. 아침 8시 교정과 수업 시작 전 Caucasian 친구가 Dr. Song! 머리 어디서 깎은겨? 물어본다. 아내가 깎아주었다고 답하자 코쟁이 친구는 웃으면서 갔고 그날 저녁 집에 와서 왜 그 놈이 물었는지 모르겠다고 하니... 벽에 있는 거울을 가져오고... 뒤를 보니... 나도 웃고...
 이유를 아시겠지요? 첫 사냥으로 쥐가 제 머리를 많이도 파먹은 거였더랍니다. 지금 생각함 ‘웃픈’ 이야기지만 젊어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 말조차 빠르게 흘러간다. 


4. 효(孝)
 부자자효(父恣子孝), 부모는 자식을 자애(慈愛)하고 자식은 부모에게 효도하라!

아무리 내리사랑이라지만 
“네 자식 사랑하는 만큼 부모에게 효도하라”
??? & !!! & ~~~ & ...
지 혼자 큰 거처럼 건방떨지 말고
흔들리는 고아가 되어보니 
더 그런 것을.


송선헌(宋瑄憲) 약력

송선헌 원장
송선헌 원장

치과의사, 의학박사, 시인

대전 미소가있는치과® 대표원장 

충남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외래교수

UCLA 치과대학 교정과 Preceptor and Research associate

대한치과 교정학회 인정의

대한치과교정학회 대전 충남지부 감사

2013년 모범 납세자 기획재정부장관상

2019년 대한민국 현대미술대전 장려상과 입상 수상

저서: 임상 치과교정학 Vol. 1(웰 출판사)

전)대전광역시 체조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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