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정권의 '야구에 산다!'] 감독 퇴진, 18연패, 대표이사 퇴진, 주장 시즌 아웃, 신인 선발

한화이글스가 21일 진행된 신인 드래프트에서
한화이글스가 21일 진행된 신인 드래프트에서 11명의 선수를 지명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시즌이 연기되면서 뒤늦게 시작한 역대급 2020시즌. 하지만 2020시즌의 치열한 순위 경쟁은 코로나19만큼이나 역대급 시즌으로 남을 듯싶다. 선두 NC가 굳건하게 1위 자리를 지키고 있었지만 후반기 휘청거리는 모습을 보이자 두산, 키움, LG가 차례로 선두 탈환에 나섰다.

하지만 결국 NC는 선두를 고수하고 있고 선두 탈환에 나섰던 팀들은 부침을 겪으며 2위 싸움에 만족하고 있다. 특히 키움은 후반기 상승세를 통해 꾸준하게 선두의 문을 두드리고 있으나 고비를 넘지 못하고 있다. LG 또한 상위권은 유지하고 있으나 등락을 거듭하며 결국 선두 탈환에는 실패했다.

전통의 명가 두산은 후반기 전력의 급락세를 맞으며 5위까지 추락한 상황이다. 간신히 5위를 유지하고 있을 정도로 위태로운 상황이다. 이 틈을 타 막내 구단 KT가 후반기 무서운 상승세를 타면서 3위까지 치고 올라온 상황에서 더 높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 첫 가을야구 뿐 아니라 리그 판도를 바꿀 수 있을 정도의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5위권을 향하던 기아는 고비를 넘지 못하고 6위에 위치해 있으며 꾸준하게 5할 이상의 승률을 기록하고 있는 롯데도 아직 희망을 놓고 있지 않으나 5위와의 승차는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하위권에 위치한 삼성, SK, 한화의 순위는 상위권의 치열한 경쟁과는 다르게 시즌 마지막까지 큰 변동 없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화이글스의 시즌 첫 100패의 불명예 기록이 세워질지가 이슈일 뿐이다.

악재의 연속으로 점철된 2020시즌, 악재를 벗고 호재를 찾아 마무리돼야

2018시즌 프랜차이즈 한용덕 신임 감독을 영입한 한화이글스는 이글스의 레전드를 통해 팀의 변화를 꾀하고 팀의 미래를 맡기는 결정을 내렸다. 부족한 전력에도 불구하고 한용덕 감독은 취임 첫해, 11년 만의 암흑기를 끝내고 가을야구에 진출하는 쾌거를 이뤄냈다.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반전이었다.

하지만 한용덕 감독은 2년 차 시즌 전력 부족을 여실히 드러내며 9위에 그쳤고 대권 도전을 계획했던 3년 차 시즌에는 코로나19의 악재 속에 최하위를 기록하며 중도에 불명예 퇴진을 하게 되었다. 지휘봉을 이은 최원호 감독대행은 18연패의 참담한 성적을 받아 들여야 했다.

김태균, 송광민, 이성열, 최진행 등의 믿었던 베테랑의 품격은 더 이상 없었고 하주석, 정은원, 노시환 등의 젊은 선수들의 성장은 더디기만 했다. 팀을 이끌어야 하는 최재훈, 정진호, 오선진 등의 중고참 선수들의 활약은 크지 않았다. 지난 시즌 트레이드 항명 파동으로 1년을 쉬었던 주장 이용규만이 고군분투했을 뿐이다. 

갑작스레 지휘봉을 잡은 최원호 감독대행은 퓨처스 감독 시절 눈여겨봤던 젊은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면서 베테랑들의 컨디션을 끌어 올리는데 최선을 다했다. 하지만 기대했던 시너지 효과는 크지 않았고 역대 최초의 시즌 100패의 그림자가 드리워졌을 뿐이다.

여기에 코로나19 확진 선수가 퓨처스에서 나오면서 퓨처스 운영이 마비되는 상황에 이르렀고 이 사안을 수습하는 과정에서 대표이사가 퇴진하는 최악의 상황에 내몰리게 되었다. 퓨처스는 자가 격리로 마비되고 1군에서는 시즌 100패를 벗어나기 위한 몸부림이 계속되었다.

퓨처스의 자가 격리로 인해 선수단의 운영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는 상황에서 최원호 감독대행은 젊은 선수들과 베테랑들을 적재적소에 기용하면서 팀을 운영했지만 기본적인 전력이 약한데다 운영할 선수의 수가 부족하기 때문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 시즌 내내 팀의 주장으로서 고군분투하던 이용규마저 부상으로 쓰러져 얼마 남지 않은 시즌 내 복귀가 어렵다는 판정을 받았다. 자가 격리되었던 퓨처스 선수들도 훈련이 재개되었지만 컨디션을 끌어올려 1군에서 활약하기에는 변수가 너무 많은 상황이기에 최원호 감독대행은 이래저래 골치가 아플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최원호 감독대행의 미래를 위한 운영 기조 아래, 젊은 선수들의 발견은 내년 시즌을 밝게 해주고 있다. 특히, 투수진에서 젊은 선수들의 약진은 그야말로 반전이었다. 6년 차 김민우가 이제는 어엿한 선발 투수로 자리를 잡았고 2013년 입단 동기 듀오 윤대경과 김종수, 대졸 신인 강재민으로 이어지는 불펜진은 다른 팀과 견줘도 훌륭하게 성장했다. 여기에 대졸 4년차 박상원까지 젊은 투수들의 성장은 팀의 미래를 밝게 해주고 있다.

야수진에서는 하주석이 중심을 잡아주고 고졸 2년 차 노시환, 고졸 신인 임종찬, 최인호가 꾸준하게 경기에 투입되면서 경험을 쌓으며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고졸 3년 차 정은원의 부상이 아쉬울 따름이다.

21일 한화이글스는 2021시즌 신인 드래프트에 나섰다. 2019시즌에는 야수(변우혁, 노시환, 유장혁), 2020시즌에는 투수(신지후, 남지민, 한승주)를 우선적으로 선발을 했다면 2021시즌 선발의 컨셉은 다양한 구성으로 부족한 포지션 채우기였다.

1차 지명에서 전국 지명으로 부산고 내야수 정민규를 지명했던 한화는 2차 1라운드에서 유신고 좌완 김기중을, 2라운드에서 서울고 내야수 송호정을, 3라운드에서 대전고 투수 언더스로 조은을 차례대로 선택했다. 정민규는 거포형 내야수, 김기중은 팀에 부족한 좌완 자원, 송호정은 발빠른 내야수, 조은은 팀에 없는 언더스로 유형이었다. 즉, 팀에서 필요한 포지션이나 유형의 선수들을 대거 선발한 것이다. 

여기에 4라운드에서 뽑은 포수 장규현은 우투좌타로 최재훈의 뒤를 이을 수 있는 자원으로 평가 받고 있다. 5라운드에서 유일하게 뽑은 대졸 배동현은 한때 서울권 1차 지명 선수로도 거론됐던 파이어볼러로서 올시즌 대성공을 거두고 있는 대졸 신인 강재민처럼 내년 시즌 당장 한화 마운드를 지킬 수 있을 정도의 유망주로 평가받고 있다. 

지난 3년 간 한화이글스의 신인 스카우트 방향성은 일관성이 있었다. 팀의 부족한 부분을 차례대로 채우는 전략이 그대로 적용됐다고 할 수 있겠다. 2017년 박상원, 2018년 정은원, 2019년 노시환, 2020년 임종찬, 최인호 등이 현재 1군 라인업에 위치한 선수들이다. 

여정권 대전MBC 프로야구 해설위원(이학박사).
여정권 대전MBC 프로야구 해설위원(이학박사).

신인 선수들의 성장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또한, 지명 순번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과연 본인 스스로가 어떤 노력을 하고 팀에서 어느 정도의 방향성을 갖고 육성을 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지도자의 능력, 전력 분석 역시도 한 몫 할 것이다. 

팀 내 젊은 선수들의 성장과 더불어 선순환적인 선수단의 운영과 확실한 경쟁을 통한 동기부여가 동반 되서 좋은 경기력으로 나타나길 기대해본다.

어렵게 개막을 맞이한 2020시즌. 팬들을 만날 그날을 기다리며 많은 훈련과 노력으로 그라운드에서 땀을 흘리고 있는 한화이글스 선수들. 부상 없이 건강한 모습으로 최고의 경기력을 발휘해 승리를 따내고 가을야구로 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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