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태정 대전시장. 자료사진
허태정 대전시장. 자료사진

유성복합터미널 사업이 결국 또 한번 좌초됐다. 이번이 4번째다. 대전도시공사는 이 일을 추진해온 사업자인 KPIH와의 사업협약을 해지하기로 했다. 사업자가 약속 기한인 지난 18일까지 프로젝트 파이낸싱(자금조달) 대출을 실행시키지 못한 데 따른 것이다. 도시공사는 기한을 2번이나 연장해주었지만 사업자는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이제는 이 사업을 어떻게 끌고 갈 것인지의 문제가 대두되었다.

사업자를 새로 찾는 문제와 함께 사업 방식에 대한 논란도 예상된다. 그동안 실패가 모두 민간개발 방식이라는 점에서 공영개발 방식으로 바꿔보자는 의견도 나올 수 있다. 대전시 관계자도 21일 기자간담회에서 민간이나 민관(民官)합동, 공사에서 직접 투자하는 공영개발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해서 발표하겠다고 했다. 허태정 대전시장도 유성구청장 시절 공영개발 방식을 포함해 모든 가능한 방안은 고민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적이 있다.

공영개발은 어떤 식으로든 시민세금 가지고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다. 버스터미널 사업에 공적(公的) 기능이 포함돼 있는 게 사실이나 기본적으로는 개인업자가 수익을 내며 운영하는 상업시설이다. 지방자치단체가 부지를 마련해줄 수는 있어도 시설의 건축과 영업 등은 민간기업에서 맡는 게 원칙이다. 상업시설 운영을 공공기관이 직접 떠맡아 성공하는 경우는 드물다.

대전은 경기도의 용인시 사례를 참고해 볼 필요가 있다. 용인시는 버스터미널 이전을 추진하다가 접어야 했다. 버스터미널 중심의 복합개발을 추진하다 사업성 부족으로 이전을 포기하고 터미널 시설만 재건축하는 쪽으로 방향을 바꿨다. 사업비도 670억 정도에서 94억 수준으로 크게 줄었다. 유성복합터미널은 사업규모가 7000~8000억원대에 이르러 용인과는 차이가 있지만 용인도 107만 인구의 대도시여서 참조할 부분이 있다고 본다.

천천히 가더라도 정확한 방향 잡는 게 중요

유성복합터미널이 공영개발로 갈 경우 용인의 경우처럼 사업규모가 크게 축소될 가능성이 높다. 유성복합터미널 사업에 도시철도 2호선과 맞먹는 사업비를 들일 수는 없는 노릇이고, 갑천유료도로처럼 민간자본의 안전성 보장하는 방식도 함부로 쓸 수 없기 때문에 사업규모는 최소화될 수밖에 없다. 사업성 부족을 이유로 공영개발로 간다면 중앙정부 승인도 받기 힘들 것이다. 유성복합터미널은 단순한 터미널 확보에 있는 게 아닌 만큼 공영개발보다는 여전히 민간개발이 최우선 방식이란 뜻이다.

그동안 번번이 좌초에 빠지면서도 원인에 대한 분석과 진단은 없던 편이다. 사업이 실패하면 사업 조건을 일부 변경하여 서둘러 새 사업자를 물색하는 방식을 써왔지만 주먹구구식을 벗어나지 못했다. 실패의 근본 원인부터 확인해야 한다. 사업성은 충분한 데도 일이 서툴러서 자꾸 헛발질을 하는 것인지 아니면 사업성 자체가 떨어지기 때문인지 등의 검증과 함께 대책이 나와야 한다. 대전시는 10월 중에 개발방식 정상화 방안을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10년간 실패를 거듭해온 문제인데 불과 한 달만에 해법을 내놓겠다는 것인데 안심이 안 된다. 좀 천천히 가더라도 정확한 방향을 잡고 가는 게 중요하다. 전문가도 필요하고 시간도 필요하다.

이번 실패는 전임자가 시작한 일을 이어받아 끌고 왔던 것으로, 허 시장에게 전적으로 책임이 있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제부터는 허 시장이 온전한 책임을 져야 한다. 또한 명의 실패한 시장으로 남을지 남들은 못한 일을 해내는 시장으로 남게 될지는 본인에게 달렸다. 4번의 실패는 이 일이 호락호락한 사업이 아니라는 뜻이다. 시장직을 건다는 각오로 임해야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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