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은의 힐링에세이

박경은 가득이심리상담센터 대표

모든 사람이 ‘자신에게 치명적인 해를 주는 사람과의 관계’에서 똑같은 행동을 할까? 그렇지 않다. 개인마다 기질적 요인과 성격에 따른 차이도 무시할 수 없다. 병을 앓는 것도 체질적 요인에 따라 다르다. 그러나 계속 아닌 것을 알면서도 끊어내지 못하는 것은 누구의 선택이고 무엇 때문일까? 끊어내지 못하는 사랑과 증오 사이의 갈등에서 오는 불안 때문에 그렇다. 이러한 자신의 욕망을 채우려는 마음과 양심의 갈등에서 오는 것이 자신에겐 죄책감으로 온다. 즉 양가감정을 자주 느낀다면 불안과 죄책감의 강도는 높아진다. 이럴 경우 자신이 건강하지 않음을 자각해야 한다. 또한 그것을 건강하도록 관리할 수 있다면 자아 자체가 건강하고 성숙하다고 볼 수 있다.

“꿈에서 그는 초콜릿 푸딩이 담긴 그릇을 가지고 엄마 옆에 서 있었다. 그는 몹시 배가 고팠다. 그러나 그는 그 푸딩에 치명적인 독이 들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는 만일 자신이 푸딩을 먹는다면 독 때문에 죽을 테고, 먹지 않는다면 굶어 죽을 것이라고 느꼈다. 그는 푸딩을 먹었다. 너무 배가 고팠기 때문에 독이 든 젖을 먹은 것이다.”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굶어 죽기보다는 독이 든 푸딩이라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어쩌면 위의 사례에서 나쁜 것을 알지만 선택해야 했던 이유는 나쁜 대상을 포기했을 때 자신의 일부분을 상실하는 것과 같은 고통이 올 것을 본능적으로 알았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부모와 사랑을 주고 또 받고 싶은 욕구를 가지고 태어난다. 그런데 이러한 욕구가 충족되지 않을 때는 대상에게 거절당했다고 느낀다. 그래서 나쁜 대상이라도 놓치고 싶지 않다. 이러한 경험이 반복되면 ‘관계중독’이라고 한다. 위 사례를 중독으로 나열한다면 관계중독, 성형중독, 돈중독, 소비중독, 성중독 등으로 말할 수 있다.

과연 중독은 무엇일까? 중독은 탐닉을 넘어선 심리적 의존과 생리적 의존 상태를 의미한다. 중독에는 기분 변화를 위해 물질에 의존하거나 특정 활동이나 사건에 의존하는 경향을 보이는 행위(행동)중독이 있다. 행동뿐만 아니라 사고, 기억, 공상, 개념, 감정상태 등에 관한 모든 것을 포함한다. 즉 인간 욕구의 자유를 제한하는 강박적이고 습관적인 모든 행동을 말한다. 위에 언급한 것과 같이 중독은 욕구가 충족되지 않을 때, 사랑받지 못하는 존재라고 생각할 때 그러한 경험이 반복되는 것이다. 그래서 나쁜 대상이라도 있어서 자신의 존재를 인정해주면 그것이 병리적인데도 ‘온전하다’고 믿어버리는 반복패턴이다.

중독에서 오는 쾌락은 언제나 즐겁기만 할까? 아니다. 쾌락은 즐거움과 고통스러움이 함께한다는 이중성을 가지고 있다. 쾌락은 언제나 한계를 가지고 있으며 그 한계를 위반했을 때는 고통이 된다. 타인을 인정하지 않는 쾌락은 아돌프 히틀러와 같은 광기를 나타낼 수 있다. 자신의 욕망을 어떻게 제어하고 현실에 어떻게 적응해야 할까? 우리가 말하는 욕망은 모든 것을 채우려는 것, 즉 무언가를 소비하고 싶거나 필요 이상으로 갖고 싶어 하는 마음 등이 아니라 순수욕망을 의미한다. 타인을 통해 자신의 결핍이 완전히 메워질 거라고 믿기 때문에 현실에서 그 대상(애인이나 가족 등)을 욕망한다. 그러한 대상에 대한 패턴양식은 결국 밑 빠진 독과 같다.

결국 그런 욕망은 결코 메워질 수 없으며 결핍에서 오는 불안도 해결할 수 없다. 다른 사람을 통해 채우려는 욕망은 자기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 것이다. 이렇듯 자신의 욕망과 다른 사람의 욕망이 다르기 때문에 ‘소외’당함을 경험하게 된다. 인간의 결핍을 메우려면 양심에 따라야 한다. 무언가를 욕망함으로써 자기 결핍을 메울 수 없음을 알아야 한다. 결핍을 메우기 위한 자신의 선택이 바람직했는지를 점검해야 한다. 바람직하다의 기준은 양심에 둬야 한다. 그 양심은 선(善)에 따름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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