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양이' 두고 세종시 주민갈등 증폭
'길고양이' 두고 세종시 주민갈등 증폭
  • 한지혜 기자
  • 승인 2020.09.14 17: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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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 VS 소음 주민 충돌, 길고양이 급식소 시각차
양 극단 민원 양립, 혐오 우려… 공존 모색 필요성

주인 없이 길을 떠돌아다니며 사는 고양이. ‘길고양이’의 국어사전 뜻풀이다. 고양이는 도시의 대표 야생동물이다. 누군가에겐 사람과 공존하는 이웃이기도 하고, 누군가에겐 존재만으로도 불편한 동물이기도 하다.

세종시 동지역 내 아파트 단지 일부에서 '길고양이 급식소' 운영 문제가 주민 간 갈등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울음소리에 시달리는 주민들이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민원을 넣는가 하면, 먹이를 주지 말아달라는 안내문이 붙기도 했다.

아파트 거주 비율 95%. 도시의 주민들이 길고양이와의 불편한 동거를 이어가야 한다면, 어떤 공존의 방법을 모색할 수 있을까. 최근 아파트 단지 내에서 일어난 사례와 갈등 해소 방안 등에 대해 차례대로 살펴본다. <편집자 주>

세종시 한 아파트 단지 내에 붙은 경고문.
세종시 한 아파트 단지 내에 붙은 안내문. 소음 등 민원 발생에 따라 먹이 주는 행위를 자제해 달라는 내용이다.

길고양이에게 밥을 주는 행위가 세종시 아파트 주민 간 갈등으로 번지고 있다. 개인의 동물 보호 활동과 일상생활 불편이라는 이해가 충돌하고 있는 것.

특히 아파트 주거 비율이 95%에 이르는 세종시 동지역의 경우, 이 같은 사례가 산발적으로 나타나면서 갈등 조율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14일 시에 따르면, 길고양이 급식소 설치·철거 요구, 주민들이 사료를 챙겨주는 행위와 관련된 민원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최근 아름동 한 아파트 단지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이 아파트는 2년 전 단지 내 길고양이 먹이 주기 행위와 관련해 한 차례 갈등을 겪었고, 현재는 단지 인근에 옮겨 관리되고 있는 급식소 철거 문제로 부딪히고 있다.

일부 주민들은 고양이 울음소리 등 극심한 생활 불편을 겪고 있다는 민원을 제기한 상태다. 관리사무소 측은 최근 고양이에게 먹이 주는 행위를 자제해 달라는 안내문을 붙이기도 했다.

반면, 주기적으로 길고양이 사료를 챙기고 있는 주민들은 단지 밖에서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길고양이 급식에 법적 문제가 없고, 주변 환경을 깨끗하게 관리하는 이상 관리사무소나 아파트 자체에서 이를 금지할 수 없다는 점에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이 아파트 단지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동물 복지 차원과 개인의 불편 사이에서 시각차가 크다”며 “소리에 대한 민원이 민감하다보니 시청이나 보호소에 민원을 넣어 전부 포획해 달라는 민원도 있었다. 두 입장을 균형적으로 보고, 주민 간 의견을 수렴해 나가는 방향으로 조율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두 주민 주체 간 갈등을 바라보는 시도 난감하긴 마찬가지다.

시 농업축산과 관계자는 “생각차가 크다 보니 시가 나서 중간에서 조율하는 행위 자체가 난해한 상황”이라며 “아직 세종시에 동물복지센터 등 관계기관이 없어 더 어렵다. 극과 극의 대립이다보니 주민 공동체 차원에서 절충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갈등 곪아 혐오 우려, 대안 모색 필요

세종시 아름동
세종시 아름동 한 공원 입구 계단 밑에 마련된 길고양이 급식소. 계단에 안내문이 붙어있다.

길고양이와의 불편한 동거가 갈등의 문제에서 혐오의 문제로까지 번지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일부 주민들이 관리하고 있는 길고양이 급식소가 갑자기 없어지거나 학대 의심 행위도 발생하고 있어서다.

아파트 주민 송 모 양(11)은 “사람들은 각자 이름을 붙여 고양이를 대하고, 아침 저녁으로 이모들이 밥을 챙겨주는 모습을 봐왔다”며 “고양이 꼬리를 잡아당긴다든지 돌을 던지지 말아 달라. 염분에 약한 고양이가 먹는 사료에 소금을 넣지 말아 달라. 싫더라도 존중은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고양이를 돌보는 주민들은 정부 차원에서 지원하는 길고양이 TNR(길고양이의 개체수를 적절하게 유지하기 위해서 길고양이를 인도적인 방법으로 포획하여 중성화수술 후 원래 포획한 장소에 풀어주는 활동) 사업을 위해서도 급식소 운영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주민 정 모 씨는 “깨끗하게 관리되고 있는 급식소가 철거되거나 부숴지는 일도 있었다”며 “시에서 하고 있는 TNR 중성화 지원 사업을 위해서도 급식소 운영이 필요하다. 고양이는 영역동물이기 때문에 급식소를 없앤다고 사라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한편, 일부 지자체에서는 사회적 갈등이 지속되자 ‘길고양이 급식소’ 설치 사업을 도입해 운영 중이다. 관리는 봉사하고자 하는 개인 또는 동물보호단체에 맡기고 있다. 

경기도는 지난해 길고양이 급식소 설치 지원 사업으로 현재까지 14개 시군, 66개소를 운영하고 있다. 이밖에 서울과 전주, 울산 등지에서도 해당 사업을 도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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