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본회의장에서 집행부 재의요구 표결 결과 부결
17개동 전면 실시 뿐 아니라 3개동 시범실시도 무산

대전 중구가 17개 동 전면적으로 도입, 시행하려 했던 주민자치회가 결국 수포로 돌아갔다. 집행부가 17개동 전면 실시를 고수하면서 의회의 시범운영 후 단계적 실시 요구에도 재의라는 수단까지 동원했지만 끝내 의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중구의회는 지난 11일 본회의장에서 제229회 임시회 제1차 본회의를 개회하고 '대전시 중구 주민자치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조례안 재의요구의 건'을 심의했다.

앞서 중구는 지난 3월 지방분권 및 지방행정체제개편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주민이 참여하고 스스로 결정하는 풀뿌리 주민자치회 활성화 및 실질적인 주민자치 기반을 조성하고자 17개 동 전체에 주민자치회를 설치 운영하는 조례를 의회에 제출했다.

하지만 중구의회는 17개 동 전면 시행이 아닌 3개동만 우선적으로 2년 동안 시범운영한 뒤 단계별로 확대하자는 내용으로 조례안을 수정한 뒤 통과시켰다. 이처럼 중구의회가 조례를 수정하자 중구는 곧바로 지난 4월 13일 재의요구하게 된다.

중구가 재의요구한 것은 4가지 이유인데 2013년부터 전국 86개 시군구 408개 읍면동에서 주민자치회를 운영하면서 성과와 개선방안을 도출해 온데다 행안부가 표준조례안 및 세부메뉴얼이 제작돼 있기 때문에 시행착오를 최소화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을 들었다.

또 인근인 대덕구가 시범실시 1년만에 12개 전 동에 주민자치회 실시를 추진하고 있으며, 전남 담양군은 시범실시없이 모든 읍면에 주민자치회를 실시했다는 점과 일부 동에 한해 시범실시할 경우 우려되는 주민자치 역량 격차 및 예산 쏠림을 방지하는 등의 이유도 들었다.

중구의회는 의회에 표결을 부치기에 앞서 전문가 의견을 듣기 위해 중구의회 최초로 전문가가 참석한 가운데 토론회를 가졌다. 지난 달 27일 중구의회 본회의장에서 이정수 중구의회 운영위원장의 사회로 최호택 배재대 교수와 최인혜 한국자치법규연구소 소장, 민찬기 대덕구청 교육공동체과장, 황윤환 중구청 총무과장이 참석해 열린 '중구 주민자치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조례 관련 토론회'가 그것이다.

이날 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은 대체로 전면시행보다 시범운영 후 단계적 시행을 조언했으며, 공무원들은 중구의 입장을 고려한 듯한 발언을 쏟아냈다. 중구의회는 이날 토론회를 통해 외부 의견을 수렴했다며 본회의에 정식 안건으로 상정해 표결에 부쳤다. 그 결과 당대 당의 결과가 나왔다.

현재 11명인 중구의회는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각각 5명씩이며, 무소속이 1명이다. 표결 결과는 3개동 시범실시 후 단계적 확대에 찬성하는 의원이 5명, 반대하는 의원 5명, 기권 1명으로 나왔다. 누가봐도 당론에 따른 표결 결과로 읽혀진다.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6표 이상)을 얻지 못해 당초 의결된 조례까지 부결돼 폐지됐다. 전면 시행은 물론 3개동 마저 시범운영을 못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이에 대해 민주당 한 의원은 "집행부의 정책에 대해 의회가 사사건건 제동을 거는 모습은 구민들을 위해서도 결코 바람직한 것은 아니라고 본다"면서 "당분간 중구에서 주민자치회 운영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연수 의장은 "지난 8월 중구의회에서 최초로 주최한 주민자치회 토론회에서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의견이 모아졌음에도 조례안이 폐지된 것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의회 결정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한편, 중구의회는 지난 11일부터 25일까지 14일간의 임시회 일정에 들어갔다. 2020년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을 포함한 총 17건의 안건을 심사할 예정이며, 예산결산특별위원장에 정옥진 의원이 선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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