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여군 사비백제사 재정립 편찬사업 추진…성정용 위원장 “백제 부흥 위한 천도, 자긍심”

충남 부여군이 왜곡된 사비백제사의 재정립 작업에 들어간다. 박정현 부여군수(왼쪽)와 성정용 사비백제사 재정립 편찬위원장. 

충남 부여군이 왜곡된 사비백제의 역사를 바로잡는 ‘사비백제사 재정립 작업’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망국의 수도’라는 이미지에 가려진 찬란한 백제의 고도(古都)의 위상을 회복하겠다는 것.

부여군은 승자 중심의 기록으로 인해 저평가되고 왜곡된 사비백제사의 내용을 바로잡고 백제 역사의 긍정적인 측면을 부각시키기 위해 올해부터 (재)백제고도문화재단과 협약을 체결, 백제학회와의 협업체계를 구축하고 사비백제사 연구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를 위해 군은 지난 9일 서동브리핑실에서 사비백제사 재정립 편찬위원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박정현 부여군수는 “부여는 사비백제 시대의 마지막 도읍지”라며 “우리 군민들은 모두 백제의 후손으로서 그동안 전해오는 사비백제의 왜곡된 역사를 되짚어보고 바로잡아 후대에 전할 역사적 사명을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객관적이고 다양한 역사적 근거와 자료를 반영해 백제사의 필독서로 자리매김 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 하겠다”고 밝혔다. 

편찬위원장을 맡은 성정용 충북대 교수는 <디트뉴스>와의 통화에서 이번 사업의 의미를 ‘부여군민의 자긍심’에 방점을 찍었다. 

성 위원장은 “부여의 정체성은 백제에서 나온다. 백제시대 문화재가 산재해 있어 각종 개발은 제한받는다. 따라서 백제문화가 아니면 경제적 활동이 어려운 구조”라며 “하지만 아직 주민들은 제약으로 인한 불편함을 더 크게 느끼는 것 같다. 때문에 사비백제의 진정한 모습을 찾아주면 백제의 후손으로서 자긍심을 되찾을 수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특히 “역사책을 바르게 정립해 국민들이 공감하고 공부할 수 있는 역사책을 만들려 한다”며 “웅진(현 공주)은 장수왕에 쫓겨 피난간 곳이지만, 사비(부여)는 국가적인 모습을 갖추고 부흥하기 위해 계획적으로 택한 수도다. 지금의 세종시와 같은 위상이다. 오히려 세종은 행정수도가 되지 못했지만 사비는 정치·경제·행정의 수도로 재건됐다”고 설명했다.

성 위원장은 또 “박정현 군수가 사업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적극 지원하고 있어 행·재정적인 어려움은 별로 없다. 다만, 많은 집필진과 연구진의 다양한 의견을 한 방향으로 엮어내는 작업이 쉽진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계속해서 그는 “일제 강점기 때는 의자왕이 방탕해 멸망한 민족이라고 덧씌워 백제는 부정적인 왕조의 표본이 됐다. 이를 바로잡아 백제역사의 길잡이가 될 전문적인 역사책을 편찬한 뒤, 후속작업으로 대중적인 교양서적도 만들려 한다”면서 “이로 인해 사람들의 인식이 바뀌면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찾아올 수 있는 부여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지난 9일 열린 사비백제사 재정립 편찬위원회 회의장 모습.

한편, 사비백제 재정립 편찬위원회는 권오영 서울대학교 교수, 정재윤 공주대학교 교수, 김낙중 전북대학교 교수, 신희권 서울시립대학교 교수가 편찬위원에 참여 중이며 집필진은 백제사 관련 전문가 29명이 맡아 원고 집필진의 역할을 수행한다.

연구 결과물은 총 3권의 책으로 편찬된다. 1권은 <사비시대를 연 성왕과 사비도성>으로 사비도성의 건설과정과 특징 및 성왕의 역할을 기술하고, 2권은 <불국토의 나라와 유려한 백제문화>로 위덕왕에서부터 무왕의 치세와 불교·백제 문화와 사상에 대해 조명한다.

3권은 <백제와 함께한 의자왕>을 주제로 해 의자왕과 왜곡된 역사를 집중적으로 재평가 한다. 사실상 사비백제사 재정립의 핵심부분으로 백제가 후세에 남긴 영향과 현재적 계승양상도 조명한다. 책은 체계적인 집필을 통해 교정·감수를 거쳐 내년 12월 발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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