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마IN충청-⑯] 중부권 이남 최대규모 '대전오월드'
코로나19 위기속 사람과 동물 모두 건승

사진=2015년 당시 대전 오월드 나무늘보(대전오월드 블로그 갈무리)
사진=2015년 당시 대전 오월드 나무늘보(대전오월드 블로그 갈무리)

대전 오월드를 찾은 것은 순전히 ‘나무늘보’ 때문이다.

코로나19 확진자의 접촉자로 통보돼 자가격리에 들어간 지난달 말. 무료함을 달래는데 큰 역할(?)을 한 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영상 목록에서 봉준호 감독의 ‘옥자’(2017)를 보자마자, 영화 속 알다브라 육지거북과 나무늘보가 대전 오월드에서 촬영했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동시에 ‘가만 보자, 저들은 이미 자가격리의 대가가 아닌가. 애초부터 동물원은 ‘갇힘’을 전제로 하는 데다 거북이와 나무늘보는 도대체 움직이기는 하는지 의심이 들 정도니, 참 모범적(?)인 자가격리자다. 이런 선배들을 몰라봤다니...특히 나무늘보는 실제로 본 적이 없으니 꼭 한번 봐야겠다“는 엉뚱한 생각이 들었다. 옴짝달싹도 못한 자가격리의 부작용이랄까.

어쨌든 비대면이 일상화된 시기에 물개와 물범이 있는 해양 동물사를 시작으로 원숭이, 곰, 호랑이, 미어캣, 사막여우, 큰고니, 수리부엉이 등, 실로 오랜만에 각종 동물들을 직접 대면하고, 알록달록한 건물과 놀이시설 등을 보니 살짝 흥도 난다.

실제 동물원이나 놀이공원 등은 눈물이나 슬픔 하나 없이 항상 신나는 곳이다. 대전 오월드도 여러 영화 속에서 주인공이 어린 시절 아빠와 놀러가거나 (영화 캐치미·2013), 남·여 배우가 현실을 잊고 즐거운 한 때를 보내는(영화 대전블루스·2020) 등 환상적인 장소로 등장한다.

하지만 대전 오월드도 코로나19 영향을 피해갈 수 없었다. 전년 대비 같은 기간 관람객 수가 70% 이상 줄었다는 관계자의 말이 아니라도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조치에 따라 실내 관람과 버드랜드, 입체영상관 등 일부 시설을 운영하지 않는다는, 곳곳에 부착된 안내문과 이용객 하나 없이 저 혼자 빙글빙글 돌아가는 놀이시설 등이 낯설기만 하다.

사진=대전 오월드에서 수달 먹이주기 이벤트를 관람하는 한 아이
사진=대전 오월드에서 수달 먹이주기 이벤트를 관람하는 한 아이

그나마 유아차를 몰고 방문한 일부 관람객들이나 동물 먹이주기 관람 이벤트 등이 생기를 불어 넣는다. 사육사가 살아 있는 미꾸라지를 주자 잽싸게 잡아 먹는 수달의 모습에 아이들은 연신 ‘우와~’ 소리를 내고, 엄마·아빠도 아이의 장단을 맞춘다.

그나저나 나무늘보는 어디에 있는가? 1시간여에 걸쳐 주랜드를 다 둘러봐도 도통 찾을 수 없다. 알다브라 육지거북도 구석에 자리 잡고 얼굴을 보이지 않는다. 할리우드까지 진출한 대스타(?)들을 쉽게 볼 수 없는 것은 동물도 마찬가지인 모양.

대전오월드 관계자는 “지난 2018년 12월 경북 구미에 있는 한 동물원과 트레이드 할 때 옮겨졌다”며 “당시 11살이고 수컷인 나무늘보가 한 마리만 있어서 같은 종이 있는 곳으로 보내고 다른 동물들이 들어왔다”고 전했다.

친구들을 찾아 간 것이니 다행이다. 코로나19로 관람객이 급감하자 경영난으로 식사량을 줄이는 것은 물론 동물들이 폐사한 사설 동물원도 있다는 소식이 들려오는 어려운 시기에, 사람이나 동물이나 모두 건승하길 바랄 뿐이다.

사진=대전오월드에 있는 동물위령비와, 퓨마 뽀롱이 추모비
사진=대전오월드에 있는 동물위령비와, 퓨마 뽀롱이 추모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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