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경기만에 승리 거두고 3위 유지한 뒤 돌연 사임 발표
선두권 경쟁 사활 걸린 제주 원정 코앞...축구계, 사실상 경질 해석

황선홍 대전하나시티즌 감독이 사임한 것을 두고 축구계를 중심으로 뒷말이 무성하다. 사진은 대전하나시티즌 SNS에 올린 사진 캡처.
황선홍 대전하나시티즌 감독이 사임한 것을 두고 축구계를 중심으로 뒷말이 무성하다. 대전하나시티즌 SNS에 올린 사진 캡처.

대한민국 축구 레전드 중 한명인 황선홍 대전하나시티즌 감독의 사임을 두고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대전시민구단에서 기업구단인 대전하나시티즌으로 옷을 갈아 입은 구단의 초대 감독으로서 선수들과 동고동락했던 황 감독이었던 관계로 그의 갑작스런 퇴진은 선수들이나 팬들 모두에게 적잖은 충격으로 다가오고 있다.

대전은 8일 황 감독의 사임 소식을 밝히며 그 이유로 "대전하나시티즌의 비전과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황 감독이 먼저 사임의사를 밝혔고 구단과의 긴밀한 상의 끝에 지휘봉을 내려놓게 됐다는 게 구단 측 설명이었다.

그러면서 황 감독의 마지막 멘트도 전했는데 "대전하나시티즌의 초대 감독을 맡게 되어 감사했다. 팬들의 기대에 못미쳐 송구스럽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저를 위해 힘써주신 구단의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린다"며 "감독직에서 물러나지만 대전하나시티즌의 앞날을 항상 응원하겠다"고 말했다. 다분히 형식적인 멘트였다.

그렇다면 황 감독이 그만 둔, 아니 구단 발표처럼 자진해서 물러난 이유를 뭘까. 구단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한가지 이유로 집약된다. 바로 경기력 부진.

대전시티즌을 인수한 하나금융그룹은 축구단을 운영할 주체로 재단법인 하나금융축구단을 설립했다. 축구단은 프로축구연맹 부총재를 지낸 허정무 이사장이 맡아 대전하나시티즌의 운영을 책임졌다. 선수들을 관리할 초대 사령탑으로 서울과 포항에서 지도자를 맡았던 황 감독을 스카웃했다. 

하나금융축구단은 기업구단으로 전환된 뒤 비교적 늦은 시기인 지난 연말부터 선수보강 작업을 시작했다. 지난 1월 재창단식에 앞서 선수들을 끌어 모았지만 이름만 대면 알만한 선수들은 K리그2라는 점이 부정적으로 작용하면서 쉽사리 유니폼을 바꿔 입을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대표급 선수는 데려오지 못하는 결과를 낳았다.

그래도 하나금융축구단은 공격적으로 선수 스카웃에 나섰고 대표급은 아니지만 준대표급 선수 여럿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막대한 자금력이 선수들의 마음을 움직였고 대한축구협회 공식 후원사인 하나금융그룹의 부름에 조금씩 실력있는 선수들이 구단으로 이적에 동의했다. 국가대표급은 아니지만 국가대표에 준하는 브라질 용병도 임대로 데려왔다. 이렇게 해서 최고는 아니지만 나름 최선의 선수단을 꾸렸다. 와중에 코로나19로 인해 시즌 개막이 미뤄지면서 좀더 손발을 맞출 수 있는 시간적인 여유도 확보했다.

시즌 초반의 모습은 그럭저럭 괜찮았다. 대전은 5월 3승 2무와 6월 2승 1무 1패(컵대회 1승 포함), 7월 3승 1무 2패(컵대회 1승 1무 포함) 등 줄곧 선두권을 유지했다. 문제는 경기력이었다. 구단은 여름 이적 시장을 통해 브라질에서 용병 에디뉴를 추가로 영입한 데 이어 독일에서 뛰고 있는 왼쪽 풀백 서영재을 스카웃하는 데 성공하며 거의 완전체에 가까운 선수를 보유하는 구단이 됐다. 선수들만 보면 K리그1 구단 부럽지 않을 정도로 두터운 선수층을 갖게 됐다.

황 감독은 선수들 곁을 떠나게 됐다.

하지만 선수들에 비해 경기력은 쉽게 나아지지 않았다. 8월들어 5경기에서는 충남 아산을 상대로 1승만을 거뒀을 뿐 나머지 4경기에서 승리를 거두지 못했다. 특히 지난 8월 8일 홈에서 열린 경남과의 경기는 무척 아쉬웠다. 황선홍대 설기현의 대결로도 관심을 모았던 이 경기에서 상대 자책골과 안드레의 골로 2-0으로 앞서갔지만 후반 수비력이 무너지며 내리 3골을 허용해 2-3으로 역전패했다.

여름 이적 시장을 통해 새롭게 영입한 브라질 용병 에디뉴까지 출전시키며 승리에 대한 열망을 드러냈지만 체력 저하로 인한 수비 집중력이 문제를 드러내며 종료 직전 통한의 역전골까지 허용했다.

이날 경기 이후 대전은 부진에서 허덕였고 한수 아래로 평가되고 있는 서울이랜드와 안양, 전남까지 모두 무승부를 기록하면서 승수 쌓기에 실패했다. 무엇보다 3경기 동안 대전이 넣은 골은 전남전 안드레가 유일했다. 3경기에서 1득점밖에 성공시키지 못하면서 반드시 잡아야 하는 경기를 놓치고 말았다. 안드레의 골로 승리가 예상되던 전남전에서 경기 막판 내준 PK가 두고두고 아쉬웠다. 지난 6일 부천전도 후반 추가 시간 바이오의 골로 극적인 승리를 거뒀지만 경기력은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었다.

이처럼 선수들을 보강했음에도 경기력이 나아지지 않자 그 책임은 고스란히 황 감독의 몫이 됐다. 구단 안팎에서 황 감독의 책임론이 거세지기 시작했고 결국 구단은 황 감독과 상의끝에 물러나는 쪽으로 결정한 것으로 읽혀진다. 일각에서는 황 감독과 구단 고위직들간 갈등을 원인으로 꼽기도 한다. 결과적으로 겉으로는 황 감독의 자진 사퇴지만 속내는 사실상 경질에 가깝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 허정무 이사장은 "특별히 할 얘기가 없다"며 말을 아꼈고, 또 다른 구단 고위 관계자들도 "더 잘되기 위해 변화를 줘야겠다는 상의하는 과정에서 사임을 결정했을 뿐 경질은 아니다"라고 경질설은 부인했지만 뒷맛은 게운치 않다. 타이밍이 애매하기 때문이다.

현재 대전은 8승 6무 4패 승점 30점으로 10개 구단 중 3위에 머물러 있다. 1부 리그로 승격하기 위해서는 K리그2에서 우승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치열한 생존경쟁에서 살아 남아야 한다. 가깝게는 오는 13일 선두 제주 원정을 떠나야 한다. 남은 9경기에서 어느 한 경기라도 쉽게 넘길 수 없을 만큼 지금 상황은 대전 입장에서 선두권에 진입할 수 있느냐 사활이 걸린 매우 중요한 시기다. 남은 경기 결과에 따라 승점 5점 차이인 제주도 잡을 수 있는 가능성은 충분하다. 4위 이내에만 들어도 플레이오프 진출권을 확보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감독이 없다는 점은 치명적일 수 있다.

일단 대전은 차기 감독을 선임하기 전까지 당분간 강철 수석코치가 감독 대행체제로 선수단을 운영할 예정이지만 구단을 바라보는 팬들은 기대보다는 걱정이 많은 게 사실이다.

대전 관계자는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황 감독의 사임한 타이밍을 달리 해석할 수 있지만 황 감독의 결심을 구단에서도 존중한 것"이라며 "후임 감독 선임은 여러가지 시나리오를 놓고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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