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법인 신학대학, 혁신추진위 구성해 매각 및 이전 논의
동문들, 비상대책위 조직후 활동 시작...이사장 "학교 살릴 방법 있으면 이전 안해"

대전신학대학교 이전 추진 소식이 알려지자 동문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사진은 동문들로 구성된 비대위가 8일 기자회견하는 모습.
대전신학대학교 이전 추진 소식이 알려지자 동문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사진은 동문들로 구성된 비대위가 8일 기자회견하는 모습.

학교법인 신학대학이 적자운영 중인 대전신학대학교의 이전을 추진하자 동문들이 반대하고 나섰다.

이 대학 동문들로 구성된 비상대책위원회는 8일 오전 대덕구 오정동 대전신학대학교 앞에서 이전백지화와 학교운영 정상화 촉구를 위한 기자회견을 가졌다.

비대위 집행위원장인 김경구 목사는 "우리 학교가 신학대학으로서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외양과 규모를 갖추게 됐는데 현 총장과 이사회는 학교를 매각할 생각으로 내부 절차를 밟고 있다"면서 "매각 이유는 운영상의 어려움인데 대전신학대학교의 축소 이전은 전혀 학교의 발전과 혁신에 도움되지 않으며 대안이 될 수 없다. 학교를 축소 이전하면 신입생 모집은 더더욱 어려워진다"고 지적했다.

또 "대전신학대학교가 급락의 길로 접어든 것은 2014년 당시 이사회가 입사한지 5년도 안되는 조교수를 총장으로 만들어 놓으면서 학교의 위계와 원칙이 송두리째 무너져 버렸다"며 "전임 총장은 개혁과 혁신의 이름으로 합법적 운영을 하기 보다는 편법과 불법적 수단으로 학교를 장악하고 구성원을 통제하면서 크고 작은 마찰이 끊이지 않았다. 그럼에도 이사회는 전 총장의 연임을 결정했다"고 당시 이사회의 결정을 꼬집었다.

특히 김 목사는 "급기야 교육부 감사가 실시됐고 16가지 항목에 대한 불법과 탈법적 행정 상황에 대한 지적과 조치가 이뤄졌다"며 "전임 총장과 이사장은 해임됐고 이사회 자체에 대한 기관경고를 포함해 45명 이상의 전현직 이사들에게 경고조치가 내려졌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학교 운영의 모든 권한을 보유하고 온갖 행정적 파행의 주인공이었던 총장과 이사회가 이젠 이사들의 임기를 4~5개월 앞두고 이전을 추진하고 있다"며 "스스로 운영할 능력이 없다면 우선 유능한 후임을 위해 자리를 비워주는 것이 순서다. 학교 위기의 원인을 단순히 학생수의 감소와 재정지출 규모의 비대함에서 찾는 데 이는 사실 왜곡이자 사실에 대한 호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목사는 "학교를 살리는 길은 현재의 캠퍼스를 유지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해야 한다"면서 "총장과 이사회는 이전 계획을 백지화하고 모든 재학생과 교직원, 동문들 및 지역노회에 사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비대위는 기자회견문을 통해서도 이사회가 추진 중인 매각 및 이전 계획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한 뒤 "이전 계획 백지화를 선언하고 대안을 진지하게 논의할 공동회의를 소집하라. 현 이사회도 물러나길 바란다"고 밝혔다.

대전신학대학교를 대덕구 오정동에 설립돼 있으며 현재 170명 가량의 학생들이 수업을 받고 있다. 동문들은 4000여명 가량으로 추산된다.

이처럼 비대위가 반발하고 있는 이유는 이사회가 대학혁신추진위원회를 구성해 매각 및 이전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이사회는 교수와 학생, 원우회, 이사, 동문, 노회 등 17명으로 구성된 혁신추진위원회를 꾸리고 학교 정상화를 위한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이를 통해 다른 신학대학과의 통합 및 내부 구조조정 등을 추진했지만 모두 실현 가능성이 없다는 판단에 따라 이전을 추진하게 됐다는 게 이사회 측의 설명이다.

김명기 학교법인 신학대학 이사장은 이날 오후 기자와의 통화에서 "학생수가 줄면서 매년 적자가 15억원 가량되는데 이렇게 학교를 운영해서는 미래가 없다고 보고 혁신위원회를 구성해 학교를 살리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며 "다른 대학과 통합도 어렵고 구조조정도 가능성이 없기 때문에 학교를 매각하고 옮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교수들 뿐 아니라 직원들 월급도 못 줄 형편인데 수익구조도 없어 앞으로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면서 매각을 통한 이전을 추진하게 된 이유를 밝힌 뒤 "이전하는 것도 쉬운 것이 아니기 때문에 옮기지 않고 살아 남을 수 있는 방법이 있으면 이전 안한다. 학교만 살릴 수 있으면 절대 안 옮기고 싶다"고 토로했다.

김 이사장은 "비대위 측에도 학교를 안 옮기고 살릴 수 있는 정상화 방안을 갖고 오면 이전하지 않겠다고 얘기했다"며 "학교 이전을 반대하는 분명한 명분이 있어야 한다. 이전하는 것은 동문들도 싫어하지만 저도 옮기기 싫다. 하지만 학교 재정이 어려워져서 어쩔 수 없이 논의하고 있는 것"이라고 억울해 했다.

이사회 측은 대전신학대학교 부지 등을 매각할 경우 270억원 이상의 자금을 확보할 것으로 보고 이 자금으로 건물을 구입해 이전하는 방안과 부지를 매입해 캠퍼스를 조성하는 방안, 연산으로 이전하는 방안 등을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전을 확정할 때까지 전문가 의견과 함께 동문 및 지역사회의 의견 청취를 위한 공청회를 개최한다는 방침이다.

대전신학대학교는 지난 1954년 양화석 목사 등이 야간 신학교 과정으로 개교된 뒤 지금까지 운영되고 있으며, 4000여명의 목회자를 배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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