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자귀나무(Silk tree), 너는
 너는 콩과에 속하며 학명은 페르시아어로 비단 꽃이라는 굴리 아브리샴에서 왔다.
너 중에서 왕자귀나무의 학명도 1919년 나카이(Nakai) 다케노신이 등록했다.
너는 황해도 이남에 분포하며 중동이 원산지이다. 
너는 자귀(Adz)의 손잡이가 되어, 자는 일(Sleeping)을 귀신같이 맞추어, 소가 잘 먹어서(경상도) 소쌀나무 또는 소쌀밥나무, 서양에서는 비단나무, 밤이면 잎들이 하나가 되어 짝나무, 합환목(合歡木), 합환수(合歡樹), 야합수(夜合樹), 애정목(愛情木), 유정수, 부부목, 사랑목 그리고 짜구나무, 짜귀대나무(서남방언)로 불린다.
너는 싸이판의 국화(國花)다. 
너의 잎은 초승달 모양, 작은 잎들이 모여 하나의 잎을 만들고 이들이 다시 줄기에 달리는 고비, 고사리, 아카시 같은 깃꼴 겹잎이다. 
너의 잎은 양쪽이 완벽한 짝을 이룬다. 
너의 잎들은 낮엔 퍼져 있고, 비(雨) 또는 밤이면 합치는 부부의 금슬(琴瑟), 합환목이다.
너는 부부간 애정이 솟으라고 결혼 초 울타리 안에 심었다. 

 시골 집 화단에 심었던 자귀가 
다 자라기 전에 도회지로 갔다.
북극곰에 쫒기는 바다코끼리의 무참한 떼죽음처럼
성공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대처로 뛰어 들었던 때였다.
사실 가난이 더 무서웠던 시절이었다.
그래서 너를 보면 울컥해지는 것이다.
아니다 결국 우린 미래의 과거가 될 터이니 남겨두자. 
신사답게.
생명의 시간처럼 우리의 몫은 정해져 있으니깐. 

 참고로 천연기념물(天然記念物)이란 학술, 관상적으로 귀한 것으로 독일의 훔볼트가 베네수엘라에서 큰 자귀나무를 발견(1800)하고 이름 붙인 것이 시초다.
우리나라는 나카이 다케노신(中井猛之進, 1882~1952)의 조사를 바탕으로 조선총독부(1933)가 시작했고 천연기념물 제1호는 달성의 측백수림(側栢樹林, 1962)이다. 생사에 따라 천연기념물도 늘 변한다. 

‘너는 더 은은해야 한다.’ 


2. 자귀꽃, 나는
 나는, 합환화(合歡花)로 환희와 두근거림이다.
나는 수술(Stamen)로 우산모양(傘形, 산형)이다.
나는 홍색으로 수술의 빛깔이다. 
나는 여인들의 볼터치 브러시 모양이다.
나는 장마철에 연분홍 자태(姿態)를 뽐낸다.
나는 흰색 꽃받침, 머리로 갈수록 짙은 분홍으로 칠한다.
나는 장마와 같이 왔다 간다.
나는 첫 번째 꽃으로 팥을 뿌릴 시기를 알렸다. 
나는 은은한 과일 향의 밀원수(蜜源樹)다. 
나는 초야(初夜)의 합환주(合歡酒)가 된다.
 
‘나는 더 설레야 한다.’ 


3. 합환주를 마시는 우리는 
 우리는 합근례(合巹禮)에서 잔을 바꾸어 나누었다. 
우리는 합근주(合卺酒)로 배우자라는 공증을 나누었다. 
우리는 세 번이나 입술을 나누었다.
우리는 이 세상에 하나뿐인 한 쌍의 표주박잔으로 나누었다. 
우리는 백년해로(百年偕老)의 사랑 인사를 나누었다.
우리는 야합(夜合)의 의미로 눈길도 살짝 나누었다.
우리는 합환수의 연분홍색 꽃으로 담근 가양주(家釀酒)를 나누었다.
우리는 정화수(井華水)의 약주(藥酒)를 미소로 나누었다.
우리의 합환주는 천지신명(天地神明)께도 고(告)함을 나누었다.
우리는 그렇게 하나가 되었다.  

‘우리는 더 살갑게 사랑해야 한다.’


송선헌(宋瑄憲) 약력

송선헌 원장
송선헌 원장

치과의사, 의학박사, 시인

대전 미소가있는치과® 대표원장 

충남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외래교수

UCLA 치과대학 교정과 Preceptor and Research associate

대한치과 교정학회 인정의

대한치과교정학회 대전 충남지부 감사

2013년 모범 납세자 기획재정부장관상

2019년 대한민국 현대미술대전 장려상과 입상 수상

저서: 임상 치과교정학 Vol. 1(웰 출판사)

전)대전광역시 체조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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