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의회의 대전도시공사(이하 도시공사) 사장 인사청문간담회가 오는 28일로 예정돼 있다. 임기 만료로 물러나는 유영균 사장 후임으로 김재혁 전 대전시 정무부시장이 낙점을 받아 놓은 상태다. 도시공사 사장 자리는 실패를 거듭해온 유성복합터미널 사업의 최고 실무책임자라는 점에서 더 주목받고 있다.

유성복합터미널 사업은 지금 도시공사 사장의 최대 임무가 되어 있다. 김 후보자는 국가정보원 출신으로 이 분야 경력이 거의 없다시피한 인물이어서 기대보다는 우려가 앞서는 게 사실이다. 인사청문회에서 어느 때보다 철저한 검증이 요구되는 이유다.

김 후보자는 국가정보원에서 31년 근무한 뒤 작년 8월부터 1년 동안 대전시 정무부시장으로 일한 경력이 공개적 대외활동의 거의 전부다. 국가정보원 경제단장 경력이 이 분야 업무와 연관지을 수 있는 부분이지만 도시공사 사장감으로 내세울 수 있는 경력은 못된다.

신문사 경제부장을 지냈다고 해서 대기업 임원 경력으로 쳐줄 수 없는 것과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허태정 시장은 그가 유성복합터미널 사업을 잘 해결할 사람으로 보고 있는 것 같다. 허 시장은 지난 13일 김 후보자의 내정 사실을 공개하면서 “(김재혁 부시장이) 유성복합터미널 관리 업무를 하면서 이해도가 높고 해결점을 정확하게 보고 대처하는 등 역량을 충분히 가지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힌 바 있다.

김 내정자의 발탁 과정을 보면 허 시장의 말은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허 시장은 그날 “정무부시장(김 후보자)이 하고 싶다는 의사를 표현해 뜻과 준비가 돼 있으면 판단해서 결정하라고 했다”는 말도 했다. 김 후보자가 도시공사사장 자리를 먼저 요청했고 허 시장이 이를 받아들였다는 뜻이다.

허 시장 말대로 유성복합터미널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해결점을 정확하게 보고 있었다면 시장이 김 후보자에게 먼저 도시공사사장을 맡아 터미널 문제를 해결해달라고 당부하는 게 오히려 맞다. 김 후보자는 정무부시장으로 들어와서 “운동권 출신 (허태정) 시장의 부시장 제의에 나도 깜짝 놀랐다. 개인적으로 충격이었다”고 한 적이 있다. 운동권 시장의 국정원 출신 발탁에 스스로도 놀랐다는 말이다. 허 시장이 도시공사 사장감으로 확신했다면 이번에야말로 시장이 먼저 김 후보자에게 부탁했어야 할 일인데 오히려 반대로 됐다. 

유성복합터미널 사업 성공 걸린 자리에 비전문가... 철저한 검증 필요

적어도 이번 도시공사 사장 인사만큼은 대전시장이 도시락을 싸가지고 다니면서라 정말 능력있는 사람을 찾아야 할 인사다. 지역을 넘어 전국을 상대로 인재를 발굴해서 모셔 와야 할 자리다. 과거 안상영 부산시장은 IMF 때문에 거의 파산 상태로 널브러져 있던 센텀시티사업 해결을 위해 경제부시장을 뽑으면서 3가지 조건을 가지고 전문가를 찾았다.

첫째 대기업 임원 경력이 있고, 둘째 국제 감각을 가지고 있어야 하며, 셋째 고향 출신은 안 된다는 것이었다. 이력서가 100장도 넘게 들어왔으나 안 시장은 결정을 못하다가 별도 채널을 통해 대기업 임원 출신의 남충희 씨를 뽑았다고 한다. 남 씨가 본지에 밝힌 얘기다. 센텀시티는 이후 ‘부산의 맨해턴’으로 불리며 전국적 명물이 됐다. 

남 씨는 부산과 아무 인연도 없던 사람이다. 고향 출신은 이리 저리 얽혀 있어 일하는 데 방해가 될까하여 배제하면서 그가 뽑혔다. 부산시장은 오직 능력만 보고 사람을 뽑았고 그 덕을 본 셈이다. 사람은 말만 가지고 능력을 판단할 수 없기 때문에 경력을 본다. 경력이 부족해도 능력이 있을 수는 있으나 성공 확률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지금 김 후보자는 이런 경우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다.

허 시장이 부산시장처럼 인재 발굴 노력을 충분히 한 뒤에 김 후보자를 선택한 게 아니라면 부실인사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부실 여부는 나중에 드러나게 돼 있지만 우선은 시의회의 인사청문 과정에서도 어느 정도를 알아볼 수 있을 것이다. 

재개와 중단을 거듭해오고 있는 유성터미널 사업은 여전히 성패를 알 수 없는 상태에 있다. 가장 큰 책임은 대전시장에게 있으나 시장이 직접 이 문제를 판단할 수는 없기 때문에 전문가에게 맡겨 해결하는 수밖에 없다. 이 분야에 경험이 많은 능력자를 찾아 맡기는 게 최선의 방법이다.

김 후보자의 경력이나 임명 과정을 보면 의문이 가지 않을 수 없다. 시의회는 인사청문간담회를 통해 이런 의문점들을 풀어주어야 한다. 김 후보자가 과연 유성터미널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사람인지를 검증해 대전시민들에게 알려주어야 할 책임이 있다. 김 후보자 입장에선 허 시장의 칭송이 허언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시켜줘야 한다. 청문 과정에서 도시공사 사장으로 너무 미흡하다는 결론이 나오면 인사권자는 재고하는 게 마땅하다.

저작권자 © 디트NEWS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