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정권의 '야구에 산다!'] 세대교체를 위한 시즌, 투타 젊은 선수 성장 가능성

최원호 한화이글스 감독대행의 희망야구가 결실을 기대한다.
최원호 한화이글스 감독대행의 희망야구가 결실을 기대한다.

코로나19로 뒤늦게 개막한 2020시즌 한국프로야구가 시즌 후반 순위 경쟁으로 요동치고 있다. 시즌 내내 굳건하게 선두를 치켰던 NC가 최근에는 여러 팀으로부터 위협을 당하면서도 불안하지만 여전히 선두를 지키고 있다.

진격의 LG는 최근 7연승을 내달리며 한동안 2위를 지켰던 키움을 반 경기 차이 3위로 밀어내고 선두 NC에 한 경기 차이 접근하는데 성공했다. 2위에서 선두 NC를 겨냥했던 키움은 3연패를 당하며 3위로 내려앉았다.

전통의 명가 두산은 어느덧 6연승의 KT에 공동 4위를 허용하며 계속된 선두권 추격에 실패하고 있다. 창단 첫 가을야구를 꿈꾸는 KT는 어느덧 공동 4위까지 치고 올라오며 더 높은 곳을 향할 수 있는 교두보를 마련하는데 성공했다.

기아는 최근 힘을 내곤 있지만 상승세의 KT를 따라잡는데 실패하며 6위에서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고 7위 롯데는 8월의 상승세를 잇지 못하고 더 이상의 힘을 얻지 못하고 있다.

염경엽 감독이 복귀한 SK는 9연패의 늪에 빠지며 다시 한화와의 최하위 경쟁에 돌입했다. 한화는 9위 SK와의 승차를 3.5경기 차이로 좁히는데 성공했지만 더 이상의 반전은 없었다. 

최원호 감독대행이 그리는 한화이글스의 희망 야구는 세대교체의 교두보를 마련

2020시즌을 맞아 한화이글스는 이글스의 레전드 정민철 해설위원을 새로운 단장으로 영입한다. 정민철 단장은 이글스에서 선수 생활을 하면서 레전드로 남았고 지도자로 후배들을 지도하기도 했다. 한 방송사의 해설위원으로 야구장 밖에서 야구를 보면서 야구에 대한 식견을 넓히기도 했다. 

2018시즌 11년 만의 가을야구를 경험한 한화이글스는 2019시즌 거짓말 같이 추락하며 시즌 9위에 머물렀다. 이에 한화이글스는 선수 출신 단장의 대세를 따라 레전드 정민철을 단장으로 영입하기에 이르렀다.

이글스의 유니폼을 다시 입은 정민철 단장은 발 빠르게 움직이며 친정팀의 전력 보강에 열을 올렸다. 장시환의 트레이드, 2차 드래프트를 통한 팀의 부족한 부분 채우기, 타 팀의 전력 외 선수들의 영입 등의 다양한 방법으로 팀을 재건하기에 힘을 쏟았다.

하지만 정민철 단장의 바람처럼 2020시즌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팀은 일찌감치 최하위에 처졌고 결국 한용덕 감독은 불명예스럽게 유니폼을 벗었다. 얼떨결에 지휘봉을 넘겨 받은 최원호 감독대행(당시 퓨처스 감독)은 18연패의 치욕을 감내하며 묵묵히 팀을 운영할 수밖에 없었다.

최원호 감독대행은 정민철 단장이 공들여 영입한 외부 지도자이다. 해설위원으로, 국가대표팀의 투수 코치로, 공부하는 야구인으로 알려졌던 인물이었다. 하지만 현장 경험은 풍부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정민철 단장은 팀의 미래를 최원호 퓨처스 감독에게 맡기기로 결정을 하고 전격적으로 영입을 했다. 아울러, SK와 두산에서 타격 파트를 맡으며 일련의 성과를 거둔 정경배 코치도 함께였다.

최원호 감독대행은 퓨처스 감독 시절 정민철 단장과 호흡하며 미래 전력을 키우기 위한 전략을 세웠고 1군에 필요한 선수들을 양성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그 시간은 길지 못했고 최원호 감독대행은 준비 없이 1군을 이끌어야 했다.

최원호 감독대행은 팀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젊은 선수들을 중심으로 한 전폭적인 엔트리 변화를 주었지만 이내 어려움을 느꼈고 점진적인 변화를 택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최원호 감독대행이 생각하고 기대했던 베테랑들의 경기력은 나오지 않았고 젊은 선수들의 성장은 더뎌지면서 패하는 경기가 많아질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었다. 다양한 변화를 시도하며 팀은 운영하던 최원호 감독대행은 최근에 비로소 한화이글스의 미래를 위한 본인의 선택이 점차 맞아 들어가고 있다는 것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경기력을 통해 최원호 감독대행의 선택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믿었던 외국인 투수 서폴드와 채드벨의 엇박자가 너무나 아쉽지만 트레이드로 영입한 베테랑 장시환은 시즌 내내 선발 로테이션을 지키며 나름의 역할을 해주고 있다. 물론 기대치는 더 높았겠지만 최근 장시환 만한 선발 투수는 한화이글스에는 없었다. 여기에 전략적으로 성장을 시켜야 했던 김민우가 드디어 선발 투수로서의 역할을 하기 시작했다. 최원호 감독대행과 송진우 투수코치의 작품이었다.

좌완 김범수의 부상 이탈이 아쉽지만 박주홍, 김진욱, 김이환 등은 퓨처스와 1군에서 꾸준한 선발 수업을 받으면서 미래 전력으로 성장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여기에 송은범, 안영명, 장민재, 이태양, 박상원으로 대표되던 베테랑 불펜진을 1년 만에 박상원, 김진영, 김종수, 윤대경, 강재민의 젊은 불펜진으로 바꿔놨다. 베테랑 불펜에서 막내 역할을 했던 박상원이 이제는 경험이 제일 많은 불펜이 된 것이다.

아직은 경험이 부족하다. 박상원을 제외하고 김진영, 김종수, 윤대경, 강재민은 이제 겨우 1군 무대에 얼굴을 내민 젊은 선수들이다. 물론 각자의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고 연차는 다르지만 본격적으로 1군 붙박이 불펜에서의 활약이 처음인 것은 공통 분모인 것이다.

이들은 정우람을 중심으로 성장을 거듭할 것이고 향후 한화이글스 마운드의 10년을 책임질 자원들이다. 물론 이들 외에도 성장 가능성을 보여준 투수진이 많다는 것은 더 긍정적인 신호가 될 것이다. 

주장 이용규를 중심으로 트레이드로 영입된 노수광, 2차 드래프트로 영입한 정진호는 외야에서 젊은 선수들을 잘 이끌어주고 있다. 하주석은 내야의 중심으로서 정은원과 노시환 등의 후배들을 잘 이끌어주고 있다. 야수진도 이제는 점점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모양새이다.

특히, 노시환을 3루에 고정시키고 중심 타선에 배치하기 시작하면서 좋은 경기력이 나타나고 있다. 큰 변화가 없으니 집중력이 좋아지고 있다는 판단이다. 하주석도 유격수를 맡고 있지만 중심 타선에 위치하면서 점점 클러치 상황에서의 타격에 적응하고 있다.

오선진을 축으로 강경학, 노태형, 정기훈 등의 백업 선수들도 적재적소에 본인들의 역량을 발휘해준다면 더 없이 좋은 경기력이 나올 수 있을 것이다. 

여정권 대전MBC 프로야구 해설위원(이학박사).
여정권 대전MBC 프로야구 해설위원(이학박사).

여기에 이성열과 송광민 그리고 외국인 선수 반즈가 베테랑다운 모습을 보여준다면 남은 시즌 한화이글스의 경기력은 좋아질 것이고 최하위 탈출도 가능하리라 여겨진다.

조금은 늦었고 아쉬움도 있을 수 있겠지만 최원호 감독대행이 그리는 한화이글스의 “희망 야구”가 머지않은 미래에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오기를 기대해본다.

어렵게 개막을 맞이한 2020시즌. 팬들을 만날 그날을 기다리며 많은 훈련과 노력으로 그라운드에서 땀을 흘리고 있는 한화이글스 선수들. 부상 없이 건강한 모습으로 최고의 경기력을 발휘해 승리를 따내고 가을야구로 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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