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트의눈] 질문에 메모 없는 즉답으로 답변 빼먹어
'안철수'에 불편한 심기 드러내며 '동문서답'

지난 3일 온라인으로 진행한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취임 100일 기자회견 모습. 국민의힘 홈페이지.
지난 3일 온라인으로 진행한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취임 100일 기자회견 모습. 국민의힘 홈페이지.

그날 기자들의 질문은 잔칫날 재를 뿌리려는 의도는 아니었을 것이다. 보수를 대표하는 제1야당 리더에 정당 운영 계획과 나아갈 방향을 듣기 위함이었다. 지난 3일 온라인으로 진행한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취임 100일 기자회견 얘기다.

나는 운 좋게 질문자로 뽑혔다. 총 15명 가운데 순서가 뒤쪽(10번째)이다 보니 여러 개 질문을 준비했다. 어지간한 질문은 앞에 기자들이 할 것이라는 이유 때문이다. 기자들은 한사람 당 두개씩 질문했다. 김 위원장은 칸막이 책상에 앉아 모니터로 올라가는 질문에 즉답했다. 메모지와 볼펜이 놓여있었지만 받아 적거나 쓰지 않았다.

때문에 몇몇 기자 질문은 답변을 빼먹거나, 답변도 대체적으로 두루뭉술했다. 대답을 듣지 못한 기자들은 실시간 채팅창을 통해 재차 답변을 요구했고, 뒤늦게 답변하는 상황이 여러 번 발생했다.

▲여권 발(發) 행정수도론(디트뉴스) ▲여야정 협의체 활성화(파이낸셜뉴스) ▲남원 공공의료대학원 설립(전북일보) ▲‘국민의힘 식 기본소득’ 시범운용 지자체(한경닷컴) 등이다.

"질문이 앞에 한번 나왔는데, 답변이 제대로 안된 것 같다. 취임 100일 기자회견인 만큼 시원하게 말씀해 달라."(TV조선) "앞서 질문에 대한 답변들이 기사 가치가 별로 없어 걱정된다. 솔직하게 얘기해 달라."(한국경제)는 요청도 나왔다.

나는 김 위원장에게 세 가지 질문을 했다. 맨 먼저 지역 최대 현안인 세종시 행정수도 이전과 관련한 입장을 물었다. 이어 ‘태극기부대’ ‘아스팔트 보수’와 관계설정을 비롯한 지지층 확장 전략을 질문했다. 마지막으로 김 위원장 본인의 대선 출마 의향을 물었다.

김 위원장은 동문서답했다. “취임 100일 기자회견인데, 여권 대선 후보와 안철수 대표만 물어 서운할 수 있겠다. 만약 국민의힘이 위원장님께 온다면, 대선에 출마할 의향이 있으십니까?”

“자꾸 안철수 대표에 언급해달라고 하는데, 안철수에 대해 저 스스로 언급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 질문에는 더 이상 답변하지 않겠다.”

질문 의도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면, 일차적으로는 기자의 실수다. 하지만 이날 기자들의 질문은 엉뚱하거나, 자질을 의심할 만큼 부족하지도 않았다. 국민의힘 지지자뿐만 아니라, 국민들의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질문을 준비한 수고가 느껴졌다.

기자회견을 자청하고 질문을 받아 적지 않거나, 답변을 건너뛰거나, ‘안철수’에 발끈한 김 위원장 행태가 실망스러웠다. 제1야당 대표라면, 기자들 질문에 겸손하고 성실하게 답변하는 모습을 국민들에게 보여야하지 않았을까. 기자회견에 ‘옥의 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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