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톡톡: 서른여섯 번째 이야기] 여야 '코로나 협치', 시작이 반이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신임 당대표가 지난 1일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을 예방하며 주먹인사를 나누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국민의힘 홈페이지.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신임 당대표가 지난 1일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을 예방하며 주먹인사를 나누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국민의힘 홈페이지.

BTS는 신곡 <다이너마이트>에서 “삶은 다이너마이트 같아, 난 다이너마이트처럼 이 도시를 밝힐 거야”라고 노래한다. BTS가 한국 가수로는 처음으로 미국 빌보드 싱글 핫100 차트 정상에 올랐다. 코로나19로 지쳐있는 국민들에게 속이 뻥 뚫릴만한 소식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SNS에 “K팝의 자부심을 드높이는 쾌거”라고 극찬했다. ‘코로나로 신음하는 우리 국민들에게 위안이 크게 되겠네요. 힘냅시다! 다이너마이트 터지듯’(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 ‘대한민국 국격이 세계에서 차지하는 위상을 보여주는 한 장면’(성일종 국민의힘 의원) 등 정치권도 축하를 쏟아냈다.

IMF 사태로 온 나라가 신음하던 시절 박찬호와 박세리는 국민적 자부심을 드높였다. 20여년 뒤 전 세계적 재난에 BTS는 음악으로, 류현진과 김광현은 야구로 낭보를 전하며 우울한 국민들을 위로하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IMF 위기에서 국민들에게 두 차례에 걸쳐 시련 극복의 메시지를 보냈다. 덜 먹고, 덜 쓰며 절약하자고 했다. 집에 안 쓰는 물품을 모아달라고 호소했다. 당시 전 국민적 ‘금모으기’ 운동은 지도자의 절박한 호소에서 시작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새 당대표로 이낙연 의원을 선출했다. 이낙연 대표는 취임 일성으로 야당과 ‘협치’를 내세웠다. 미래통합당은 ‘국민의힘’으로 당명을 바꿨다. 당명 교체를 통해 탈(脫)이념과 중도성향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이낙연 대표와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각별한 사이라고 소문이 나 있다. 각별하다는 건 ‘말’이 통한다는 얘기다. 당내 주류 세력(친문‧친박)에 휘둘리지 않으면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을지 다만 걱정이다.

두 대표는 균형발전 특위를 비롯해 비상경제‧에너지‧저출산 등 4개 특위 가동에 합의했다. 이들 특위가 여야 협치의 ‘인큐베이터’가 되기 바란다. 지쳐있는 국민들의 삶과 멈춘 일상에서 여야 지도자의 ‘코로나 협치’는 절반만 이루어져도 성공일 것이다.

경제를 회복하겠다, 잘 사는 나라를 만들겠다는 ‘정치적 수사’는 마시라. 불안과 불편의 시대를 사는 국민들은 당장 ‘오늘’을 살아내기도 벅차다. 내 자녀들이 안심하고 살아갈 미래까지 어떻게 먹고살며 버틸지에 머리를 맞대야 한다. 그것이 ‘절반의 협치’라도 성공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작가 김훈이 며칠 전 한 라디오에 출연해 정치 지도자들에게 조언했다. “경제를 재건해 옛날처럼 똑같이 잘 먹고 잘 살게 해 주겠다고 말하면 안 된다.” 그는 “인간이 받아들여야 할 고통의 총량을 사회에 어떻게 배분하느냐 하는 문제를 얘기해야 된다”고 강조했다.

장하준 영국케임브리지대 경제학과 교수 역시 지난 4월 안희경 저널리스트와 온라인 화상 인터뷰에서 코로나 시대 재정과 분배 정책을 언급했다. 대부분이 저임금인 이들의 노동을 재평가하는 데서부터 시작해 성장의 과실을 고루 나누는 재정과 분배 정책이 필요할 때라고 말했다. ≪오늘부터의 세계≫(2020, 안희경 지음)

김훈은 ‘장밋빛 미래’를 이야기하는 각국 지도자들을 향해 “이제 장미는 없다”고 단언했다. 안희경은 “과거로 돌아가는 문은 닫혔다”고 했다. 장미도 없고, 돌아갈 문도 닫힌 세상에서 정치가 할 일은 무엇인가. 답은 협치에 있다. 협치 하라, 다이너마이트 터지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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