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기] ’잠재적 확진자’로 지낸 자가격리 

지난달 23일 대전시청 출입기자 중 1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습니다. 기자를 포함한 수십명 이상이 밀접접촉자로 분류됐고, 즉시 자가격리에 들어갔습니다. 격리 중 느꼈던 확진자들의 고통과 건강 취약자들의 두려움에 공감했습니다. #코로나블루 그 생생한 체험기를 소개합니다.

자가격리 해제 전날 낮 2시. 창문 밖 하늘색이 푸르다. 

8월 24일 오후 5시 39분. 대전시 안전문자를 보고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서구 괴정동, 모녀 확진'이라고 쓰여 있었다. 떨리는 손으로 내 이웃의 확진 기사를 작성했다. 8평 남짓의 서구 괴정동 한 원룸 방 안이었다. 

확진 판정을 받을 수도 있는데, 확진자 기사를 쓰고 있었다.

검사 결과를 기다리는 내내 '피가 마른다'는 생각을 했다. 동료 기자들의 '음성' 소식이 곳곳에서 나오기 시작할 무렵, 코로나 기사를 쓰고 있자니 마음이 초조했다. 내내 긴장하다 '양성' 소식을 접한 확진자들의 고통이 얼마나 심했을지 공감하는 순간이었다. 

'상상 코로나'에 갇히다. #잠재적 확진자 

밤 8시 29분. 서구보건소에서 애타게 기다리던 음성 통보가 왔다. 검사 10시간 만이었다. 안도하면서도, 아까 접했던 한 모녀가 떠올랐다. 열 살도 채 안 된 자녀의 확진 소식을 듣고, 눈앞이 캄캄해졌을 어머니의 모습이 아른거렸다. 감염자가 속출하는 대전에서 수많은 확진자들이 이같은 고통 속에서 일상을 보낼 게 분명했다. 

자가격리자의 우울감과 스트레스는 무기력함이나 분노로 표현된다고 들었다. 이른바 '코로나 블루'다. 확진자와 동시간대 같은 곳에 있었다는 이유로 코로나 검사를 받고, 감금 생활을 하는 것은 당사자에겐 그다지 단순한 일이 아니다. 

수십 명의 취재기자들이 문자를 받고 잠을 설쳤다. '금일 출입기자 중 확진자 발생. (확진자가 다녀간) 18일 오후 기자실 방문자는 출근하지 마시고 가까운 보건소에서 진단검사를 받으시기 바랍니다.' 대전시 대변인실의 안내 문자였다. 확진자와 정확히 동시간대 같은 장소에 있던 게 기억났다. 그때부터 '상상 코로나'에 갇혀 불안에 떨었다. 

우선 2일 전 동선과 접촉자를 수첩에 적었고, 전날 모임에 나가지 않은 것을 다행으로 여겼다. 하지만 결국 '잠재적 확진자'라는 생각에 스스로 죄인이 됐다. 

24일 자정 12시 10분. 대전시 대변인실에서 온 안내 문자. 
24일 오전 10시 분주한 서구 선별진료소 모습. 

공감의 순간들. #코로나 블루

다음 날 오전 서구 선별진료소에 갔더니 진단검사를 받으러 온 주민들이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30분 넘게 줄을 섰고, 여기서 옮을 수도 있겠다는 걱정이 맴돌았다. 검사는 금방 끝났지만, 긴 면봉으로 찌른 탓에 코 안의 얼얼한 통증은 수십 분 동안 지속됐다. 

귀가 후에는 본격적인 상상 코로나 증세에 시달렸다. 코로나 블루였다. 발열·인후통이 나타난 게 아닌지 신경이 곤두섰다. 집 밖에 나갈 수도 없는데, 한 통도 채 남지 않은 생수가 생각났다. 위염 치료 중이라 집 냉장고에 제대로 된 음식도 없었다. 엎친 데 덮친 격, 분주한 격리 생활의 시작이었다. 

다행이 1인 가구였기에, 마스크를 쓰고 잠을 잤다는 A기자나 에어컨을 틀 수 없다던 B기자에 비해서는 집 안 동선이 자유로웠다. 부엌이나 화장실 가는 게 눈치보인다던 C 기자의 불편함도 내겐 없었다. 다만, 음식과 식수를 사다 줄 가족이 없다는 게 단점이었다. 

순간 몸이 불편한 장애인이나 중증환자 자가격리자들이 얼마나 지옥의 사각지대 안에 놓여 있었을지 공감이 됐다. 마실 물이 없어 고민하던 순간 문뜩 떠오른 생각이었다. 신종 감염병이 아픈 사람들을 더 고통스럽게 만들고, 병들게 하는데 코로나는 끝날 기미가 도통 보이지 않는다. 

격리 둘째 날, 집에 찾아 온 보건소 직원에게 격리통지서를 건네 받았다. 자가격리자 안전보호앱을 깔았고, 본격적인 격리 생활을 실감했다. 셋째 날에는 서구청에서 비대면으로 구호물품을 받았다. 

24일 서구보건소에서 받은 격리통지서. 이날 몇 장의 서류와 함께 종이 체온계 2개와 폐기물 쓰레기봉투를 받았다. 
25일 서구청에서 받은 자가격리 구호물품. 통조림과 김 등 즉석식품으로 구성돼 있다. 

모든 게 위험, 신경이 곤두서다. 
#코로나는 '남의 일?'

오전 10시, 저녁 8시. 하루 두 번 열 체크를 하고 앱에 기록했다. 열이 37도가 넘어가는 밤 시간대에는 다시 코로나 블루를 실감했다. 발열 증세가 아닌데도, 0.1이라는 작은 숫자에 신경이 곤두서는 나날이었다. 

이른바 '불금'을 보냈을 금요일 밤에는 감금 생활을 크게 실감했다. SNS에 올라온 지인들의 수상레져 모습, 운동·나들이·여행 사진 등을 보고 벌컥 '위험한데?'라고 생각했다. 마스크를 쓰지 않고 실내 카페 등에서 찍은 사진을 보고서는 '파주 스타벅스' 집단감염을 떠올렸다. 코로나가 '남의 일' 같은 사람들도 보였다. 

이전의 평범한 일상이 '위험'이라고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자가격리 해제 전 검사에서 최종 음성이 나왔지만, 아직 일상에 온전히 회복하지 못했다. 마스크를 제대로 쓰지 않은 사람을 보거나, 타인의 기침 소리를 듣게 되면 신경이 예민해진다. 이런 격리 후유증을 돕기 위해 정신건강복지센터가 가동 중인 사실도 이번 기회에 알게 됐다. 

코로나 확산 방지=방역수칙 준수. 
"당신은 잘 지키고 있나요? #배려 

정부와 각 지방자치단체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대책을 쏟아내고 있다. 하지만 대책에도 한계가 있다. 실효성도 의문이다. 개인이 방역수칙을 준수하지 않는다면 무의미하기 때문이다. 확진자를 탓하면서도, 개인 방역수칙은 철저히 지키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다. 코로나가 빨리 종식되길 바라면서도 누구는 가지 말라는 곳에 가고, 하지 말라는 것을 한다. 아이러니다. 

결혼식을 앞둔 신혼부부, 어린 아이를 둔 부모, 몸이 불편한 중증환자와 장애인, 월세를 못 내는 자영업자, 수능을 앞둔 수험생. 그리고 확진자들. 이들을 포함한 온 국민의 고통을 덜기 위해서는 현재로선 방역 준수만이 살 길이다. 

증상이 있으면 외출하지 말고, 가급적 모임을 자제해야 한다. 사무실 내에서 마스크는 필수고, 순환 재택근무도 절실하다. 내가 조심했어도, 남이 걸리면 원치않는 경험이 된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코로나19. 서로가 서로의 고통을 공감하고, 조금 더 배려하는 사회가 되길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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