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下] 박범인 금산군 자원보호협회장(전 충남도 농정국장)

박범인 금산군 자연보호협의회장(전 충남도 농정국장).
박범인 금산군 자연보호협의회장(전 충남도 농정국장).

주민·지자체·전문가들이 함께 댐 수위를 결정
만일 소송으로 간다면 우선 지자체가 손해배상 청구를
사태 재발이 없도록 치밀한 대비책도 마련 필요

용담댐은 이번에 댐의 기본적 역할인 수재 방지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오히려 수재를 키우는 역할만을 했다. 댐은 기본적으로 용수의 안정적 공급, 수재 방지, 가뭄 해소, 발전 등의 기능을 수행하는데 그 중에서도 수재 방지가 가장 중시되고 우선돼야 한다. 왜냐하면 댐의 급작스런 방류량 폭증으로 인한 피해는 아주 짧은 시간 동안에 발생하기 때문에 하류 지역에서는 긴급대피 이외의 별다른 대비책이 없기 때문이다. 가뭄의 경우에는 어느 정도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대응을 할 수 있다. 예를 들면 몇 년 전 충남 서해안에 극심한 가뭄이 왔을 때 공주보와 백제보의 물을 예당저수지와 보령댐에 양수해 가뭄 피해를 줄인 적이 있다. 그러므로 댐은 무엇보다도 수재 예방에 중점을 두고 안정적인 수위 관리를 해야 한다. 

예로부터 치산치수가 국가 경영의 근본이라 하지 않았던가? 이치가 이러할진대 용담댐이 저수율에 충분한 여유를 두지 않고 있다가 상류에서 유입되는 빗물을 감당하지 못해 수재를 발생시켰는데도 국민의 기업이라는 수자원공사는 천재지변 상황에서 기상청 예보를 바탕으로 최선의 관리를 하였고 과실 여부는 향후 전문적 조사를 통해 밝혀질 것이라며 자신들의 책임을 아직까지 인정하지 않고 있다. 수자원공사는 국민의 기업답게 스스로 과실을 인정하고 성의 있는 보상 조치를 하는 것이 마땅하다. 그렇게 할 때 비탄에 빠진 수재민들의 상처가 빨리 치유되고 수자원공사에 대한 여론의 악화를 막을 수 있으며 국민들의 신뢰와 애정을 높일 수 있다. 

정부는 수자원공사가 이번 사태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 가운데 정부 차원의 조사를 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번 조사에서 철저하게 진상을 밝히고 원인 제공자에게 그 책임을 묻고 피해에 대해 정당한 보상이 신속하게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조사단에는 피해주민 대표, 지자체 공무원, 관련 전문가 등을 반드시 포함 시켜 누구에게나 신뢰를 받을 수 있는 조사결과를 내놓아야 한다. 

만일 정부의 조사결과 수자원공사의 잘못이 입증될 경우 소송으로 이어지지 않고 곧바로 합당한 보상이 시행될 수 있도록 정부와 정치권이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 시름에 젖어있는 수재민들은 대다수가 힘도 없고 돈도 없고 조직력도 없다. 이들을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고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지리한 소송전으로 내몰아서는 안된다. 만일 소송전으로 이어진다면 먼저 이번에 피해를 입은 금산군, 영동군, 옥천군, 무주군 등 지방자치단체들이 수자원공사를 상대로 도로, 하천을 비롯한 공공시설 피해에 대해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지자체는 잘 짜여진 조직력을 바탕으로 세밀하게 관련 자료를 수집 정리할 수 있고 유능한 변호인단을 구성할 수 있는 충분한 예산을 감당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소송을 통하여 지차체들이 승소를 한다면 그 후속으로 피해 주민들이 제기하는 개인적 손해배상 소송의 수행이 훨씬 수월해 질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하는 것이 시름에 젖은 수재민들의 부담을 덜어드리는 길이 되리라 생각한다. 

시위 중인 박 협의회장.

최근의 기상변화를 감안할 때 이번과 같거나 더 심한 장마와 폭우가 또 언제 닥칠지 알 수가 없다. 그래서 이번 사태를 계기로 철저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 우선 댐 관리 시스템을 민주적으로 전환해야 한다. 수위 관리를 수자원공사에만 맡기지 말고 주민, 지자체, 전문가들이 함께 참여하는 가칭 『댐수위관리위원회』를 구성하여 댐 관리의 투명성과 전문성을 강화해야 한다. 이렇게 하면 댐 관리에 대한 객관성과 안정성이 높아지고 만일 불가항력적인 상황이 발생하였을 경우 그 불가피성에 대한 공감대를 확대할 수 있어 수자원공사와 정부의 책임과 부담이 분산되고 경감될 수 있다. 

그리고 이번 사태로 드러난 하천과 제방의 문제점을 면밀하게 살펴서 우선적으로 물 흐름을 방해하는 요소들을 제거하고 약해진 제방은 없는지 점검해 튼튼하게 정비해야 한다. 다음으로 댐의 방류량 확대를 대비해 단계별로 세밀한 종합적 대응 시나리오를 만들어야 한다. 경보 메시지 전파, 기관과 단체 간의 역할 분담, 공공기관의 비상근무 시스템, 제방의 수문 개폐, 중요 공공시설과 민간시설의 보호, 교통 통제 방안 등을 재점검하고 미흡한 분야를 보완해야 한다. 그리고 재난을 가상한 대응훈련을 정례화 하여 실제 상황 발생 시 신속하고 차질 없이 대응 시스템이 작동되도록 해야 한다. 
 
재해로 인한 농작물 피해를 보상해 주는 보험제도가 있다. 이 보험에 가입하면 피해 발생 시 제대로 된 보상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많은 농민들은 이런저런 형편으로 보험에 가입하지 못하고 있다.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보험 가입의 필요성을 널리 알리고 농민들의 어려운 현실 여건을 반영하여 가입조건을 개선하고 보험료 납입 지원 규모를 대폭 확대하는 등 농민들이 많이 가입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해야 한다. 보험 가입 농민들이 많아질수록 재해 발생 시 정부와 농민들 간의 갈등이 줄어들고 이에 따른 사회적 비용도 크게 저감될 것이다. 

자동차 공장과 조선소들이 경영위기를 맞았을 때 정부가 이들을 구제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자금을 지원했는지 돌아보고 공익적 차원에서 커다란 가치를 발휘하고 있는 농업분야에서 재난이 발생하였을 경우 복구와 보상을 위한 지원에 인색해서는 안 된다. 인구의 감소와 고령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촌이 수재를 당하여 신음하고 있는 이 때 상처를 치유하고 힘을 줄 수 있는 정부와 수자원공사의 적극적이고 성의 있는 조치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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