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구, 17개동 전면 시행 조례 발의했지만 의회 제동
의회, 3개동 시작 단계적 시행으로 수정했지만 재의요구 접수
27일 전문가 토론회 열고 전문가 의견 수렴... 9월 본회의 처리

대전 중구의회가 중구의 주민자치회 조례안 재의 요구에 대해 토론회를 열고 의견을 수렴했다. 

대전 중구가 추진 중인 주민자치회가 의회와 집행부간 갈등의 불씨가 될지 주목된다. 

중구가 지난 3월 지방분권 및 지방행정체제개편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주민이 참여하고 스스로 결정하는 풀뿌리 주민자치회 활성화 및 실질적인 주민자치 기반을 조성하고자 17개 동 전체에 주민자치회를 설치 운영하는 조례를 의회에 제출했다.

하지만 중구의회는 17개 동 전면 시행이 아닌 3개동만 우선적으로 2년 동안 시범운영한 뒤 단계별로 확대하자는 내용으로 조례안을 수정한 뒤 통과시켰다. 이처럼 중구의회가 조례를 수정하자 중구는 곧바로 지난 4월 13일 재의요구하게 된다.

중구가 재의요구한 것은 4가지 이유인데 2013년부터 전국 86개 시군구 408개 읍면동에서 주민자치회를 운영하면서 성과와 개선방안을 도출해 온데다 행안부가 표준조례안 및 세부메뉴얼이 제작돼 있기 때문에 시행착오를 최소화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을 들었다.

또 인근인 대덕구가 시범실시 1년만에 12개 전 동에 주민자치회 실시를 추진하고 있으며, 전남 담양군은 시범실시없이 모든 읍면에 주민자치회를 실시했다는 점과 일부 동에 한해 시범실시할 경우 우려되는 주민자치 역량 격차 및 예산 쏠림을 방지하는 등의 이유도 들었다.

중구의회는 중구의 재의요구에 대해 내부 논의를 거쳐 전문가 의견을 청취하기 위한 토론회를 마련했다. 27일 중구의회 주최로 본회의장에서 진행된 '중구 주민자치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조례 관련 토론회'가 그것이다.

이정수 중구의회 운영위원장의 사회로 최호택 배재대 교수와 최인혜 한국자치법규연구소 소장, 민찬기 대덕구청 교육공동체과장, 황윤환 중구청 총무과장이 참석해 각자의 입장을 전달했다.

주제발제한 최호택 교수는 "전면 시행에 대한 명확한 논의와 합의가 있어야 한다. 시범운영도 하지 않다가 전면적으로 하겠다고 하는 이유가 궁금하다"면서 "대전 중구만의 자치모델을 만들기 위해서는 일단 시범운영한 뒤 전면 시행해도 늦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주민들을 위한다면 제도부터 도입해 시행착오를 거치지 말고 일단 시범운영해 연구한 뒤 도입하는 게 낫다"고 주장했다.

최인혜 소장은 "중구의 조례안은 행안부의 표준안을 그대로 베껴온 것"이라며 조례안을 조목조목 지적한 뒤 "주민자치위원회와 주민자치회의 가장 큰 차이점은 행정권한을 주민자치회에 이양하겠다는 것인데 주민자치회의 법적지위를 인정하고 위탁하는 조례도 마련하지 않고 있다. 중요한 점을 간과하고 전면적으로 밀어부치겠다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날 토론회는 중구의원 전원과 중구청 공무원들이 참석했다.

이같은 전문가들의 주장에 대해 현직 공무원들도 의견을 냈다.

중구에서 목동 동장을 지낸 뒤 현재 대덕구에서 주민자치회를 담당하고 있는 민찬기 과장은 "주민자치회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몇가지가 필요한 데 무엇보다 전담인력을 위한 구청장의 의지와 공동체 의식 있는 동장의 배치가 중요하다"며 "시범이냐 전면이냐를 결정하기 이전에 구청장의 의지 등 환경이 조성돼 있는지 점검하고, 마을주민들을 위한 자치학교 등을 통해 민관이 협업할 수 있는 여건도 선행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사전에 점검해야 할 사항들이 충족됐다면 전면 도입도 가능하다는 쪽으로 읽혀지는 가운데 대덕구가 시행 중인 주민자치지원관도 병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개진했다.

마지막으로 중구에서 주민자치회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황윤환 과장이 마이크를 잡았다. 황 과장은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 동안 주민자치회를 전면 시행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주로 중구의회의 수정 조례에 대한 재의요구서에 담긴 내용을 그대로 전달했다.

황 과장은 "주민자치회는 정부가 국정과제로 강조하고 있는 주민자치의 실현공간이자 서비스 제공의 핵심 플랫폼으로서 풀뿌리 주민자치의 기반"이라며 "그동안 주민자치회 시범실시로 다져진 기반을 기초로 현재 전국 16개 시군구가 주민자치회 전면실시 단계에 와 있다"고 말했다. 또 "일부 동에 시범 실시할 경우 우려되는 주민자치 역량 격차 및 예산 쏠림을 막을 수 있으니 공정하게 17개 동에 전면 실시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며 "우수한 지자체를 벤치마킹하고 사전에 주민설명회나 교육, 민관 협력 워크숍 등 기반을 조성하는 준비기간도 운영할 계획인 만큼 모범적으로 운영하겠다"고 의회의 협조를 당부했다.

결과적으로 이날 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은 시범운영 기간을 거쳐 전면도입으로 확대하자는 의회의 결정에 대해 찬성하는 입장이지만, 공무원들은 일정 부분 전면도입 필요성을 어필하는 상반된 입장이다.

중구의회는 이날 토론회에서 모아진 의견 및 의회 의원들의 의견을 종합해 9월께 본회의를 열고 중구의 재의요구에 대해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그 결과에 따라 또 한번 집행부와 의회간 마찰의 소지도 내포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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