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上] 박범인 금산군 자연보호협의회장(전 충남도 농정국장)

박범인 금산군 자연보호협의회장(전 충남도 농정국장).

이번 수재는 용담댐이 원인, 대청댐이 반면교사
정부와 수자원공사는 책임을 인정하고 합당한 보상을 

“구십 평생 이런 물난리는 처음 봤어!” 제원면 용화리에 사시는 할머님 말씀이다. 지난 8월 8일 금산군 부리면과 제원면에 용담댐으로부터 물폭탄이 쏟아져 금강 주변이 초토화 되었다. 장마가 지속되어 비도 많았지만 용담댐이 급격하게 방류량을 폭증시키는 바람에 댐 하류 마을이 침수되어 주민들이 대피하였고 인삼포, 깻잎 하우스, 약초밭 등이 물에 잠겨 농민들의 피땀 어린 작물들이 고스란히 수마의 희생물이 되었다. 농민들은 잠겨가는 논밭을 바라보며 발만 구를 뿐 속수무책으로 피해를 당하고 말았다. 

부리면과 제원면의 인삼포 피해만도 무려 200ha(30만칸)에 이른다. 농부들은 길게는 8년 동안 관리해온 인삼포가 물에 잠기는 현장에서 가슴을 태웠고 일손이 부족해 바로 캐내지 못해 썩어가는 인삼을 한 뿌리라도 더 건지려고 힘들게 곡괭이질을 하며 눈물을 삼켰다. 수해 초기에는 전국에서 많은 자원봉사자들이 달려와 구슬땀을 흘리며 피해복구에 많은 도움을 줬지만 코로나19 재확산 우려로 외지로부터의 자원봉사 손길이 끊기고 금산 지역 봉사단체들의 피로도가 높아지면서 이제는 자원봉사의 도움도 거의 받을 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그럼에도 잘못한 사람도, 책임질 사람도 나타나지 않는다. 그래서 수재민들은 억울하고 분하여 관련 기관을 찾아가 항의를 하고 집회를 하고 있지만 앞날은 그저 암담하기만 하다.

이번 수재의 원인은 용담댐이다. 사전에 수위 관리를 잘했더라면 이렇게 큰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수자원공사는 이번 수재를 불러온 용담댐의 방류량 폭증이 천재지변 상황에서 불가피하였고 한다.

그러나 바로 아래에 위치한 대청댐의 수위 관리 사례와 비교하면 설득력이 크게 떨어진다. 대청댐의 저수용량은 14억 9천만 톤으로 용담댐의 저수용량 8억 1천 5백만 톤 보다 1.8배나 크다. 그럼에도 대청댐은 비가 계속되자 7월 30일 90.4%에 달하였던 저수율을 계속 낮추어 8월 7일에 61.6%까지 무려 28.8%를 끌어내렸고 이후 용담댐의 방류량 폭증과 호우로 인해 유입량이 대폭 증가하였음에도 최고 저수율은 8월 9일 오후 6시의 83.1%에 머물렀다. 

그러나 용담댐은 7월 30일 저수율이 89.3% 였는데 유입량이 크게 늘어나기 직전인 8월 7일 오전 8시 10분까지의 저수율은 불과 2% 줄어든 87.3%에 달하여 대청댐과 크게 대비가 된다. 이후 크게 늘어나는 유입량 보다 현저히 적은 물을 방류하여 저수율은 점점 높아졌다. 초당 유입량이 8월 7일 9시 40분에 1030톤, 낮 1시에 2529톤, 오후 2시 10분에 3103톤, 오후 3시에 4073톤, 오후 3시 40분에 4873톤으로 급격히 증가할 때에도 초당 방류량은 500톤 미만에 불과했다. 

용담댐 방류로 인해 충남 금산군 제원면과 부리면 일대에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사진은 물에 잠긴 제원면 인삼포.
용담댐 방류로 인해 충남 금산군 제원면과 부리면 일대에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사진은 물에 잠긴 제원면 인삼포.

이러한 상황에서 8월 7일 낮 1시에 저수율이 90%를 넘어섰고(90.1%) 오후 4시30분에 95.0%, 오후 5시 30분에 96%, 오후 7시 30분에 97%로 올라갔고 밤 11시 10분에 97.7%로 크게 높아졌다. 이후에도 상류에서 많은 물이 계속 유입되자 용담댐은 방류량을 급격하게 늘리기 시작하였다. 8월 8일 새벽 1시까지는 초당 방류량이 700톤 이하였는데 새벽 1시 10분에 847톤, 새벽 2시 40분에 1001톤, 오전 9시 20분에 1481톤, 오전 11시 10분에 2501톤, 낮 12시에 2914톤, 낮 12시 50분에 최고인 2922톤까지 급증했다. 

이 같이 방류량을 급격하게 늘렸음에도 계속 유입되는 물을 감당하지 못 해 저수율은 8월 8일 오전 10시에 100%를 넘었고 낮 12시 40분에는 최고인 102.0%까지 치솟았다가 밤 10시 50분이 돼서야 99.9%로 내려가는 위험천만한 상황이 지속되었다. 이같은 상황을 종합하면 용담댐이 사전에 충분한 대비를 하지 못하였기에 위급상황에 직면하였고 댐 붕괴라는 최악의 상황을 피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방류량을 다급하게 폭증시켰을 것으로 추정할 수밖에 없다.

이번 사태에 대하여 대청댐의 대응과 너무나 차이가 나는 용담댐이 무엇이라 할 말이 있을까? 용담댐의 방류량 급증 요청에 대하여 환경부 산하의 금강홍수통제가 승인했다고 한다. 이미 한계상황에 도달해 다급하게 방류량을 늘려야 하는 시점에서 통제소도 어쩔 수 없이 방류를 승인했을 것으로 본다. 이러한 호우에 따른 댐 방류량 승인 시스템이 있었다면 위기를 대비해 평상시의 댐 수위를 관리하고 통제할 수 있는 시스템도 함께 작동해 이번과 같은 참사를 막았어야 마땅하다. 

용담댐이 집중호우에 대비해 사전에 대청댐과 같은 수준으로만 저수율을 낮추고 방류량을 조절했더라면 이번과 같이 심각한 수재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언론보도에 의하면 이번에 대청댐 하류 지역에서도 수해가 발생하기는 했지만 용담댐 하류 지역만큼 극심하지는 않다고 한다. 사태가 이러함에도 댐의 관리 주체인 수자원공사와 감독부서인 환경부에서는 아직까지 잘못도 책임도 인정하지 않는다. 그래서 농사를 짓다가 날벼락을 맞은 농민들은 그저 막막하기만 하다. 제대로 된 피해 배상을 해 줄 곳이 없기 때문이다. 

인삼포 10a(300평)가 피해를 입었을 경우 정부 무상지원금은 고작 176만원 남짓의 대파비 및 재배시설 복구비 정도에 불과하다. 피해액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 현실여건을 감안해 지금이라도 지원기준을 대폭 상향 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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