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해 사망 2천만원' 인재배상 이게 전부인가
'수해 사망 2천만원' 인재배상 이게 전부인가
  • 박경귀 미래통합당 아산을 당협위원장
  • 승인 2020.08.24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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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지자체의 수해 대비 예찰, 방재 조치 미흡 책임 물어야"

박경귀 미래통합당 아산을 당협위원장.
박경귀 미래통합당 아산을 당협위원장.

인간 생명의 가치는 얼마인가. 어떻게 인간의 존엄을 돈으로 환산할 수 있을까. 졸지에 재난으로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유족의 슬픔은 무엇으로도 달랠 수 없다. 

죽음을 피할 수 없는 게 인간이지만 자연사나 병사라면 그나마 떠나보낼 마음의 준비라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예기치 않은 재난이나 사고로 사망하는 경우 인간으로서 이별의 도리조차 못 갖추게 된다.

이번 8월의 수해로 지금까지 전국에서 38명의 사망자, 4명의 실종자가 발생했다. 아까운 국민, 소중한 이웃을 우리는 황망히 잃었다. 그런데도 망연자실한 가족들에게 이웃과 사회, 국가가 위로할 수단은 미흡하다.

특별재난구역으로 선포된 지역의 경우 수해 이재민 구호와 시설피해 복구 등에 국비 50% 지원이 가능하다. 수해 사망자에게는 2천만원의 사망 위로금이 지급된다. 하지만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인간의 소중한 생명에 대한 위로금치고 지나치게 적어 민망하다.

국가가 사망 위로금을 주는 이유는 무엇일까. 국민의 생명을 보호할 책무가 있는 국가가 그 책임을 다하지 못한 과실에 대해 지급하는 손해배상 성격이다. 다시 말해 사망 위로금은 사망자 본인의 과실 여부와 무관하게 온전한 자연재해에 대해 국가가 책임지는 최저선의 보상금일 것이다.

그렇다면 사망의 원인이 된 재난 발생에 대해 국가와 지자체가 일정한 책임이 있다고 객관적으로 규명될 경우 그 책임에 상응하는 위로 보상금을 추가로 더 지급하는 것이 국가 보상 책임을 부여한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의 취지에 맞다.

따라서 수해 사망자에 대해 일률적으로 2천만원의 위로금만 지급하는 것은 지나치게 행정편의주의적 발상이다. 이는 소중한 생명의 손실에 대한 국가적 예의와 도리가 아니다. 

사망 원인을 피치 못할 재난 탓으로만 돌릴 일이 아니다. 사망자별 사망 경위를 최대한 파악하여 사망 원인에 재난 이외에 인재(人災)의 요소는 없는지 살펴야 한다. 국가와 지자체의 재난 대비 조치 미흡 등 인재의 요소가 있다면 국가는 재난에 대한 추가적인 보상 책임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수해 사망자의 사망 경위를 잘 살펴보면 국가나 지자체의 작지 않은 과실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특별재난구역인 아산시의 사례를 들어보자. 아산시에서는 이번 수해로 3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그 가운데 1명은 사업장 인근의 맨홀이 막혀 물이 범람하는 것을 막으려다 급류에 휩쓸려 사망했다. 이 경우 본인 과실 외에 지자체의 과실을 입증하기 곤란한 측면이 많다.

그런데 나머지 2명의 경우 산에서 내려오는 빗물의 원활한 흐름을 막고 있던 마을 배수구에 걸린 나뭇가지를 뽑아내려다 갑자기 산사태와 함께 쏟아져 내려온 엄청난 양의 토사와 물에 휩쓸려 실종되었다. 지난 3일 실종된 2명은 각각 실종 10일, 20일만에 하류의 송악저수지와 삽교천에서 발견되었다.

같은 산골 마을 주민인 실종자 2명은 마을 배수구로 물이 빠지지 않고 범람할 경우 바로 배수로 옆과 바로 아래 위치한 두 채의 본인 주택이 수몰될 것을 우려하여 긴급 조치 작업을 하다 참변을 당했다.

문제가 된 배수구를 살펴보면 폭 4m 정도의 마을길 아래에 상부 절반은 500mm 정도의 원형관, 하부 절반은 1200mm정도의 원형관으로 시설되어 있었다. 애초부터 계곡에서 내려오는 우수를 받아들이는 입구는 좁고 출구는 넓게 시공된 기형적인 배수로였다. 빗물이 갑자기 불어나는 경사지에 있는 배수로로써 사고가 예상되던 지점이다. 

마을 안길과 세천 정비의 책임은 당연히 아산시에 있다. 설계와 시공의 감독 역시 마을 주민의 권한은 아니다. 이런 기형적인 배수로가 오랫동안 시정되지 않고 있었던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 특히 홍수기에 대비해 오뉴월에 산골 마을의 경사지, 산사태 우려 지역, 도로 및 배수로 유실 가능 지점 등을 사전에 점검하고 응급조치 등이 시행되었어야 할 곳 가운데 하나다.

이런 여러 사정으로 보아, 아산의 이 수해 사망 사고는 오롯이 재난으로 인해 빚어진 일이라고 하기 어렵다. 지자체가 재난 대비 활동에 소홀해서 발생한 인재(人災)의 요소가 작지 않다. 그렇다면 이런 경우 수해 사망자 위로 보상금은 인재의 책임을 감당하는 추가적 지급이 불가피하다고 판단된다.

위 사례에서 보듯 수해 사망자 원인을 면밀히 조사하면 다양한 인재 요인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각 지자체에서는 현행 규정에만 매달려 획일적인 기준 적용을 고집하지 말고 스스로 책임을 피하지 않는 적극적인 자세로 임해 수해로 소중한 가족을 잃은 유족의 슬픔을 덜어주는 노력을 해야 한다.

우선 각 수해 지자체는 인근 주민, 전문가, 가족 등과 함께 수해 사망진상 조사단을 꾸려 최대한 사망 경위를 명확히 밝히고 사망 경위에서 드러나는 본인 과실과 지자체의 책임 등을 감안하여 사망 보상금 지급 수준을 상향해 주기 바란다.

행정안전부에서는 이번 수해를 계기로 국가 차원에서 수해 등 각종 재난 사망자에 대한 보상금 산정기준과 절차를 새롭게 마련하여 국가와 지자체의 재난 대비 책임행정이 구현되는 시스템을 마련해 주길 기대한다.

언제나 사람이 먼저다.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생명과 재산을 소중히 여기고 이를 제도로 뒷받침하는 국가만이 국민의 신뢰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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