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정권의 '야구에 산다!'] 급격한 세대교체, 젊은 타자 기회 부여, 정체 및 부진

올 시즌 창단 이래 최악의 시즌을 보내고 있는 한화이글스에게 젊은 선수들의 발굴 육성은 그 어느 때보다 시급하고 중요하다. 베테랑들이 제 역할을 못하면서 젊은 선수들의 육성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올 시즌 창단 이래 최악의 시즌을 보내고 있는 한화이글스에게 젊은 선수들의 발굴 육성은 그 어느 때보다 시급하고 중요하다. 베테랑들이 제 역할을 못하면서 젊은 선수들의 육성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2020시즌 한국프로야구의 순위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 중이다. 최근 선두 NC가 주춤하며 키움의 추격을 허용하면서 본격적인 선두 경쟁이 펼쳐지고 있지만 아직은 NC가 한 경기 차이로 선두 수성에 성공하고 있다. 반면 키움은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하면서 2위에 만족하고 있다. 

LG는 무서운 상승세로 한 지붕 두 가족인 두산을 4위로 밀어내고 선두 추격에 나섰다. 선두 NC와는 세 경기, 2위 키움과는 두 경기 차이로 접근하면서 호시탐탐 선두 경쟁을 노리고 있다. 반면 두산은 5위 KT에도 쫓기는 다급한 상황에서 다시 3위 탈환을 위해 고군분투 중이나 주전 선수들의 부상과 컨디션 난조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래도 전통의 명가답게 반 경기 차이로 4위 LG를 바짝 따라 붙고 있다. 선두 NC와는 3.5경기 차이.

팀 창단 처음으로 가을야구 초대를 눈앞에 두고 있는 KT는 계속되는 상승세로 더 높은 곳을 향하고 있다. 추격하고 있는 6위 롯데를 밀어내고 4위 두산 추격에 시동을 걸었다. 반면 6위 롯데는 7위까지 추락한 기아와 5위 KT를 향한 발걸음을 계속 이어가고 있지만 아쉬움이 많다. 최근 5연패를 포함해 7위까지 순위가 떨어진 기아는 5위 KT와의 두 경기 차이를 극복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SK와 한화가 펼치고 있는 최하위 전쟁은 SK의 승리로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꾸준하게 5-6경기 차이를 유지하고 있고 최근 한화의 경기력이 좋아지고는 있으나 급반전이 벌어질 상황은 아니기 때문에 싱거운 최하위 경쟁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한화이글스는 두 외국인 투수들의 컨디션 회복과 토종 선발들의 분전으로 경기력 향상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야수들의 타격 부진으로 점수를 내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급격한 세대교체가 불러온 젊은 선수들의 발굴과 성장 그리고 정체

한화이글스 야수진의 중심은 베테랑들이었다. 한국프로야구 레전드 반열에 오른 김태균을 중심으로 국가대표 경력의 이용규, 한방이 있는 송광민, 이성열, 최진행이 그 주인공들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뒤늦게 개막된 2020시즌의 뚜껑을 열어보니 한화이글스의 베테랑들은 기대했던 모습이 아니었다.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지난 시즌을 통으로 쉬었던 이용규만이 고군분투하고 있을 뿐 한방이 있는 중심타선의 베테랑들은 모두 최악의 부진에 빠졌다.

시즌 초반 한용덕 감독의 적절한 선수 운영이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을 뒤로 하고 한용덕 감독은 불명예 퇴진을 했고 지휘봉을 넘겨 받은 최원호 감독대행은 베테랑들을 중용하면서도 젊은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베테랑들의 중요성을 언급하면서 중심을 잡아주기를 기대했다.

하지만 김태균, 송광민, 이성열, 최진행은 기대에 전혀 부응하지 못했다. 현재 송광민과 이성열, 최진행이 1군 엔트리에서 활약을 하고 있고 김태균은 부상으로 재활군에 머물고 있다. 송광민과 이성열도 최근에야 1군에 올라왔음을 봤을 때 베테랑들의 활약은 미미할 수밖에 없었다. 남은 기간 베테랑들의 각성을 기대해야 할 대목이다. 

베테랑들의 부진으로 인해 한화이글스의 타선은 헐거워졌다. 소위 “물타선”이 되고 말았다. 젊은 선수들의 많은 발굴이 있었지만 베테랑들을 대신할 “장타툴”은 없었고 타석에서의 “집중력” 또한 부족했다. 이로 인해 가져온 “생산성의 저하”는 한화이글스의 경기력에 큰 영향을 줄 수밖에 없었다.

현재 상황에서 최원호 감독대행은 비롯한 구단은 젊은 선수들의 활용을 슬기롭게 해나가야 한다. 미래 전력을 구축하기 위해 긴밀한 협의를 통해 차근 차근 전력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젊은 선수들에게 무조건적으로 기회를 준다고 해서 성장을 하는 것은 아니다. 전략적으로 접근해서 상황에 맞게 젊은 선수들의 성장을 도모해야 한다는 것이다.

1군에서 기회를 받고 경기에 참여한다는 것은 젊은 선수들에게는 굉장한 동기부여가 된다. 하지만 갑작스런 기회는 오히려 독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부담감과 긴장감을 떨쳐내야 하고 집중력도 발휘하면서 본인의 역량을 발휘해야 하지만 그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여기에 본인의 포지션이 아닌 역할까지도 해내야 하는 이중의 어려움도 있을 것이다.

기회는 지도자가 주는 것이지만 그 기회를 잡는 것은 선수 본인이다. 하지만 쉬운 일은 아니다. 지난 시즌부터 한화이글스의 2루수를 차지한 고졸 3년차 정은원이 좋은 예이다. 정근우의 부진으로 정은원은 신인 시절부터 기회를 받았다. 포지션은 2루에 고정됐고 타선에는 김태균, 송광민, 이성열, 이용규, 호잉, 최재훈 등의 선배들이 함께 했다. 그러면서 성장의 토대를 마련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팀 상황이 그렇지 않다. 정은원처럼 포지션을 고정해서 기회를 주고 있지도 않고 베테랑들과 함께 타선을 구성하고 있지도 않다. 그들 스스로가 이 어려움의 난관을 헤쳐나가야 하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지도자들이 다시 한번 냉정하게 판단해야 할 부분이다.

현재 한화이글스 선수 구성에서 최재훈, 하주석, 노수광, 정진호, 오선진 등이 중심을 잡아줘야 한다. 하지만 최재훈, 하주석은 수비 부담이 많은 포지션으로 타선에서 높은 생산성을 기대하기 어렵다. 노수광은 이적해 오면서 적응을 해야 하고 정진호와 오선진은 확실한 주전이 아닌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젊은 선수들이 경기에서 기댈 부분이 적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젊은 야수들 '한화이글스 미래'..적재적소 활용 감독의 역량

올시즌 1군 무대에서 활약하고 있거나 얼굴을 내밀었던 젊은 야수들을 살펴보면, 군 문제가 해결된 선수로 내야에는 노태형, 정기훈, 박한결이, 외야에는 장운호, 김지수, 이동훈, 포수에는 박상언이 있다. 군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선수로는 내야에 정은원, 노시환, 조한민, 박정현 등이, 외야에는 장진혁, 유장혁, 임종찬, 최인호 등이 기회를 받았다.

이 선수들은 한화이글스의 미래라고 볼 수 있다. 이 선수들을 적재적소에 적절하게 잘 활용해야 한다. 물론 이 선수들 중 베테랑들의 자리를 대신할 “장타툴”을 가진 선수가 없다는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하지만 노시환, 상무에 입대한 변우혁은 충분한 가능성을 가진 선수들이기 때문에 기대해볼 만하고 내야의 조한민, 외야의 유장혁도 충분히 장타 잠재력을 갖고 있는 선수로 분류된다.

최원호 감독대행과 구단은 이 선수들의 선순환적인 운영을 이끌어내야 한다. 특히, 군 미필 선수들의 군 문제를 슬기롭게 잘 해결해야 하고 군필 선수들을 잘 활용하면서 성장을 이끌어내야 한다. 최근 고졸 1, 2년차 선수들(노시환, 유장혁, 임종찬, 최인호 등)이 기회를 받고 있으나 크게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지는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장진혁, 장운호, 김지수, 이동훈 등의 연차가 있는 젊은 선수들에게도 기회가 제공되어야 한다.

투수진은 베테랑들을 축으로 젊은 선수들의 발굴과 성장이 눈에 띄고 있는 요즘이다. 점차 더 안정된 모습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제는 야수진에서도 이런 모습들이 나와야 한다. 베테랑들이 남은 경기에서 중심을 잡아주고 젊은 선수들은 긴장감과 부담감 그리고 집중력을 발휘해서 성장의 토대를 밟고 본인들의 역량을 증명해내야 한다. 

여정권 대전MBC 프로야구 해설위원(이학박사).
여정권 대전MBC 프로야구 해설위원(이학박사).

만약, 역대급 최하위의 행보를 겪고 있는 한화이글스이지만 이 젊은 선수들의 경험이 성장의 토대가 되고 이 선수들의 운영을 선순환적으로 잘 이끌어줄 수만 있다면 한화이글스는 내년, 내후년에 정말 선수층이 두터운 팀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바로 한화이글스가 강팀으로 갈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는 것이다. 

필자는 항상 경기 중계를 하면서 “지는 경기에서도 얻는 것이 있어야 한다”라는 말을 한다. 현재 한화이글스가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는 시즌이지만 이런 시즌에도 반드시 얻어내야 하는 것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그것은 바로 “젊은 선수들의 성장”일 것이다.

어렵게 개막을 맞이한 2020시즌. 팬들을 만날 그날을 기다리며 많은 훈련과 노력으로 그라운드에서 땀을 흘리고 있는 한화이글스 선수들. 부상 없이 건강한 모습으로 최고의 경기력을 발휘해 승리를 따내고 가을야구로 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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