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톡톡: 서른 네 번 째 이야기] ‘탄핵의 강’ 확실히 건너야 산다

지난해 3월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총연합회를 방문해 전광훈 목사와 악수를 나누고 있다. 미래통합당 홈페이지
지난해 3월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총연합회를 방문해 전광훈 목사와 악수를 나누고 있다. 미래통합당 홈페이지

잠잠하다 싶던 코로나 공포가 또다시 엄습했다. 수도권 교회 발(發) 집단 감염이 전국적인 전파 양상을 보이고 있다.

지난 15일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보수 기독교 단체 집회가 코로나 재 확산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또 그 중심에는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있다. 전 목사는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격리 치료 중이다.

국민들은 전 목사를 비롯해 집회 주최 측과 참가자들에 분노하고 있다. 청와대 게시판에는 집회 참가자 중 코로나 확진자는 자비(自費)로 치료받도록 하라는 청원까지 등장했다. 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한 방역당국과 의료진, 전 국민적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는 것 같아 기운이 빠진다.

광화문 집회를 허가한 법원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 헌법은 모든 국민에게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를 허용하고 있다. 법원은 이를 근거로 도심 광장의 집회를 허가했다. 집회 참석 인원은 100명 규모로 한정했다. 그러나 허가를 받지 못하거나 집회가 취소된 인원까지 가세하며 숫자가 늘어났다. 방역수칙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이날 집회에는 다수의 정치인들도 다녀왔다. 이 중 홍문표 미래통합당 의원이 현역 중 유일하게 집회에 참석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을 빚고 있다. 홍 의원은 “상경한 지역구민과 인사차 잠시 만났을 뿐 집회에 참석한 게 아니”라고 해명했다. 전 목사는 알지도 못한다고 했다. 이유야 어찌됐든, 코로나 확산 우려가 높은 상황에 오해를 살만한 행동을 한 건 부적절했다.

전광훈 목사의 코로나 확진 관련 논란은 여야의 책임 공방으로까지 번졌다. 더불어민주당은 집회에 참석한 통합당 인사들의 대국민 사과와 당 차원의 징계를 요구했다.

김태년 원내대표는 “통합당은 방역을 위해 금지된 집회 강행을 사실상 방조한 것”이라며 “전광훈 목사에 대한 입장을 분명히 밝히라”고 주장했다. 최근 부동산 정책 논란에 지지율이 하락하는 가운데 ‘코로나 방조’ 프레임으로 반전을 꾀하려는 모습이다.

통합당은 딜레마에 빠졌다. 박근혜 탄핵 정국 이후 4년 만에 민주당 지지율을 추월하며 기세를 올리고 있는 때 사단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전 목사를 감싸기도, 절연(絶緣)하기도 어려워 보인다. 중도층을 포섭하려면 전 목사와 선을 그어야 하는데, 이른바 ‘태극기 부대’라는 강경 보수층 이탈이 걱정이다. 그렇다고 어정쩡한 자세를 취할 순 없는 노릇이다.

통합당은 그동안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인연을 끊어내지 못하면서 중도층 확장에 애를 먹었다. 당의 전신인 자유한국당 시절 전 목사가 주도한 반정부 집회에 전국의 당원들을 동원했다. 당시 황교안 대표는 전 목사와 연단에 올라 ‘만세 삼창’을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을 구한다는 명분으로 전 목사 세력과 손을 잡으면서, 그들은 여전히 통합당 지지율의 한 축을 차지하고 있다. 이제 와서 “전광훈 목사와 아무 관계가 없다, 함께한 적도 없다”면 누가 믿겠나. 어쩌면 통합당은 지금이 ‘탄핵의 강’을 건널 기회일지 모른다. 청산할 부분은 깨끗이 청산하고, 건너갈 강은 확실히 건너야 한다. 그것이 보수도 살고, 통합당도 살고, 국민도 사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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