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연맹, 제5차 이사회 열고 고통분담 권고안 의결..기본급의 10% 수준
선수협 "선수 동의없는 임금삭감 저지할 것"..대전하나, 선수들 의견 수렴 나서

프로축구연맹이 코로나19 여파로 선수들의 임금삭감을 권고하자 선수협이 선수들의 동의없는 삭감은 있을 수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사진은 19일 열린 연맹 이사회 모습.

코로나19가 재확산되면서 프로스포츠도 무관중으로 전환되고 있는 가운데 프로축구연맹이 코로나19로 인한 고통분담 차원에서 선수들의 연봉삭감을 권고하자 선수협회가 강력 반발하고 있다.

연맹은 코로나19로 인해 무관중 경기 등 경영이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에서 선수들도 일정부분 고통을 분담하자는 취지인데 선수협회는 선수들의 동의가 없는 연봉삭감은 있을 수 없다는 입장속에 대전하나시티즌이 선수들의 의견 수렴 절차에 착수했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이하 연맹)은 19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2020년도 제5차 이사회를 열고 ▲선수-구단 상생을 위한 코로나19 고통분담 권고안, ▲김천 상무(가칭) 창단 가입승인 ▲마케팅, 상벌, 경기, 유소년 등 각종 규정 신설 및 개정 등의 안건을 심의, 의결했다고 밝혔다.

이날 의결된 안건 중 가장 관심을 모은 것은 선수들의 연봉삭감이다. 연맹의 결정 사항을 보면 각 구단과 선수들이 상호 합의 하에 올 시즌 잔여 기본급 중 일부를 조정할 것을 권고했다. 권고안에는 연봉 조정 가이드라인이 포함돼 있다. 

우선 K리그 전체 선수의 약 36%에 해당하는 기본급 3600만원 이하 선수들은 권고 대상에서 제외된다. 대신 나머지 선수들은 기본급 3600만원을 초과하는 부분에 한해 잔여 4개월분 기본급의 10%을 하향조정하는 내용이다. 연맹 이사회는 이 권고안이 강제적 성격이 아닌 선수들의 자발적 동참을 요청하는 의미이며, 코로나19로 인한 K리그 전체의 위기를 K리그 구성원 간 협력과 상생으로 극복하고자 하는 취지라는 입장이다.

추후 각 구단은 소속 선수들과 개별적인 협의를 거쳐, 권고안에 동의하는 선수들을 대상으로 잔여 기본급을 조정하는 계약변경절차를 진행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연맹 측은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기불황 심화, 경기수 축소와 무관중 경기 진행 등으로 인해 K리그를 둘러싼 경영환경이 급속히 악화되고 있다"며 "선수와 구단 상생을 위한 고통을 분담하자는 차원에서 권고한 것"이라고 밝혔다.

사실 연맹을 구성하고 있는 구단 측 입장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해 수익이 형편없이 줄어들면서 구단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시즌 개막도 늦어진데다 전체 경기수도 축소됐고, 관중 입장도 불가능해지면서 수익은 줄었지만 선수들에게 지급해야 할 인건비는 그대로 지출되고 있다. 일부 구단은 직원들이 월급 일정액을 반납했다는 소식이 들릴 정도로 심각하지만 선수들의 별다른 움직임은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코로나19가 재확산되자 무관중으로 전환되는 경기장이 늘어났고 연맹 입장에서는 고육책으로 이번 권고안을 의결한 것으로 읽혀진다.

대전하나시티즌 선수들.

하지만 선수협회의 입장은 다르다. 그동안 연맹 측과 몇차례 협의 과정을 거쳤던 선수협은 이번 연맹 결정을 수용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한국프로축구선수협회는 20일 오전 발표한 입장문을 통해 "상식선에서 구단 관계자가 1:1로 선수를 불러 삭감된 연봉계약서를 제시하며 사인하라고 하는데, 여기서 사인을 안 하고 버틸 선수가 과연 있을까"라며 "선수가 삭감된 연봉계약서에 사인을 하면 연맹과 구단은 선수가 연봉삭감에 동의했다며 이를 '프로축구 상생을 위한 아름다운 신파극'으로 포장해 여기저기 보도자료를 배포할 것이다. 만일 이것이 법원의 재판으로 갈 경우 법원은 이를 과연 '선수의 동의'에 의한 자발적 삭감이라고 인정할까"라고 비꼬았다.

특히 "40년 가까운 한국프로축구 역사상 '강제해고'라는 것은 거의 없었다. 대부분 구단의 권유 내지 권고에 의한 계약해지로 포장됐다"며 "이런 구단의 '권유'에 의한 선수 계약해지 역시 선수의 인격권을 침해하는 것으로서 무단해고에 해당한다는 판례가 최근 대법원에서 확정된 바도 있다"고 주장했다.

또 "이렇게 선수의 자발적 동의가 아닌 '강제'로 연봉을 삭감당한 선수들이 과연 자신들의 일터인 K리그를 어떻게 생각할지 참으로 안타깝다"면서 "선수협은 선수들의 동의 없는 임금 삭감이 강행될 경우 강력하게 대응할 것이고, 연맹 측에서도 선수들의 임금을 강제로 삭감하려는 구단이 발생할 시 적절한 조치를 취해줄 것을 요청한다"고 강조했다.

선수협회는 19일 기준 718명의 선수가 가입된 단체로 FIFA의 파트너인 국제축구선수협회(FIFPRO)의 정식 멤버라고 밝혔다.

이처럼 연맹과 선수협회간 갈등 양상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대전을 연고로 한 대전하나시티즌은 선수들과 의견 수렴 절차에 나선 상태다. 구단은 일단 선수들의 대표격인 주장에게 선수들 의견 취합을 요구한 상태이며, 조만간 연봉삭감과 관련해 협의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대전하나시티즌 관계자는 "구단에서 일률적으로 연봉삭감 가이드 라인을 정할 수 없기 때문에 주장을 통해 선수들 의견을 모아 달라고 전달한 상태"라며 "선수들의 의견이 모아지는대로 협의 과정을 거쳐 9월초까지라도 연봉삭감 여부를 매듭 지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날 현재 대전을 연고로 한 대전하나시티즌은 40명의 선수들이 등록돼 있어 이들에 대한 연봉삭감이 어떤 방향으로 결정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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