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정권의 ‘야구에 산다!’] 베테랑들의 중심과 젊은 선수들의 기회 잡기

한화이글스 투수들.
한화이글스 투수들.

2020시즌 한국프로야구의 순위 경쟁이 점입가경이다. 선두 NC가 3연패를 포함해 주춤한 상황에서 상승세의 키움이 기어코 0.5경기 차이로 접근하면서 새로운 선두 경쟁의 본격화를 알렸다. 

시즌 내내 5-6경기의 차이로 선두를 유지했던 NC는 최근 불펜진의 불안을 뒤로 하고 패배하는 경기가 늘어나면서 키움에게 추격을 허용하고 말았다. 반면 키움은 러셀의 영입 이후 상승세를 타면서 두산과 LG의 추격을 따돌리고 기어코 선두 NC에 반 경기 차이로 접근하면서 선두 탈환에 시동을 걸었다.

한편, 경기력이 들쭉날쭉한 두산을 상승세의 LG가 5연승을 내달리며 4위로 끌어내리고 3위로 순위 상승을 하며 한지붕 3위 경쟁도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두산은 투, 타 밸런스가 무너지면서 4위까지 순위가 떨어졌고 LG는 반환점을 돌면서 다시 힘을 내기 시작하더니 두산을 잡고 3위에 올랐다. 

기아가 꾸준한 경기력으로 5강 경쟁에서 유리한 국면에 있지만 KT와 롯데의 매서운 추격이 이어지면서 5강 경쟁도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한화이글스는 최근 경기력이 좋아졌음에도 접전 상황에서의 승리를 맺지 못하고 아쉽게 패하는 경기가 많아지면서 여전히 부동의 최하위를 기록하며 아쉬움을 더하고 있다. 하지만 젊은 선수들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투수진의 안정감으로 한줄기 희망의 빛을 비추고 있는 요즘이다.

베테랑들의 중심 잡기와 기회 잡은 젊은 선수들의 성장이 결국 투수진 안정화

장시환(2007년 입단, 고졸 14년차, 1987년생), 김민우(2015년 입단, 고졸 6년차, 1995년생), 박주홍(2018년 입단, 고졸 3년차, 1999년생)

안영명(2003년 입단, 고졸 18년차, 1984년생), 정우람(2004년 입단, 고졸 17년차, 1985년생), 김진영(2017년 입단, 고졸 4년차, 1992년생), 송윤준(2011년 입단, 고졸 10년차, 1992년생), 윤대경(2013년 입단, 고졸 8년차, 1994년생), 김종수(2013년 입단, 고졸 8년차, 1994년생), 강재민(2020년 입단, 대졸 신인, 1997년생), 김진욱(2018년 입단, 고졸 3년차, 2000년생)

2020년 8월 17일 현재 한화이글스의 1군 투수진 명단이다. 외국인 투수 워윅 서폴드와 채드 벨을 제외하면 11명의 국내 선수가 포진해 있다. 선발진에 3명, 구원진에 8명의 선수로 운영 중이다.

역대급 최하위 시즌을 보내고 있지만 한화이글스에게는 밝은 미래가 있다. 아직 경험이 부족하고 경기력도 좋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많은 재능을 가진 젊은 선수들이 발굴되어 1군에서 즉시 전력으로 본인들의 역량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고무적인 것은 대부분의 선수들이 20대의 젊은 선수들이라는 것이다. 선발진의 장시환, 불펜진의 안영명, 마무리 정우람을 제외하곤 말이다. 이들 셋을 제외하고 제일 나이 많은 선수는 김진영과 송윤준이다. 김진영은 해외 유턴파이고 송윤준은 2011년 신인 드래프트를 통해 입단한 1992년생, 고졸 10년차이다. 즉, 한국 나이로 29살이다. 가장 어린 선수는 고졸 3년차로 2000년생인 김진욱이다. 고작 21살에 지나지 않는다.

물론 경기력을 좌우하는데 나이가 전부는 아니다. 하지만 그동안 평균 연령이 높았던 한화이글스 선수단의 상황을 되짚어 보면 젊은 선수들의 약진은 미래 전력을 위한 유의미한 현상이라고 볼 수 있겠다.

최근 3-4년 동안 한화이글스의 투수진을 이끌었던 베테랑들은 해체됐다. 권혁은 두산으로, 송은범은 LG로, 이태양은 SK로 각각 이적을 했고 송창식은 최근 은퇴를 선언했으며 윤규진은 부진으로 퓨처스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지고 있다.

그 자리를 바로 젊은 투수들이 꿰차면서 기회를 잡았다. 앞서 언급했듯이 아직 경험이 부족하고 경기력도 선배들처럼 정상급은 아니지만 점차 본인들의 역량을 선보이면서 나름의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있다.

특히, 선발진에 안착한 김민우는 입단 6년 만에 최고의 퍼포먼스를 보여주면서 본인의 잠재력을 과시하고 있다. 아직 보여줄 것이 더 많다는 것도 긍정적인 신호이다. 여기에 부상으로 이탈했지만 김민우와 함께 한화이글스의 미래로 여겨졌던 좌완 파이어볼러 김범수도 올시즌 한단계 성장한 모습으로 본인이 왜 한화이글스의 미래인지를 확인시켜줬다.

특히 야구 인생에 풍파를 겪었던 선수들이 새로운 야구 인생을 펼치고 있는 대목도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미국 진출 후 유턴한 김진영은 우완 불펜으로, 방출의 아픔을 겪었던 송윤준은 좌완 불펜으로, 일본 독립리그까지 진출했던 윤대경은 최근 데뷔 첫 승을 따내기도 했다. 

물론 젊은 선수들인만큼 넘어야 할 산들이 많다. 한국 사회 특성상 군문제가 바로 눈앞에 닥친 선수도 있고 부상으로 인해 여유를 가져야 할 선수도 생겼다. 조금 더 담금질을 하면서 몸을 만들어야 하는 선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예전과는 다르게 재능이 많은 젊은 투수들이 육성을 통해 성장하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최원호 감독대행이 1군에서 지휘봉을 잡으면서 퓨처스에서 활약했던 또는 기대가 되는 젊은 선수들에게 대거 기회를 주면서 생긴 현상이다. 하지만 무조건적으로 젊은 선수들을 등용한 인위적인 변화는 아니었다. 충분히 보여준 재능이 있기 때문에 젊은 투수들의 약진이 있을 수 있었던 것이다. 

물론 아직도 경험이 있는 중고참 선수들이 해줘야 할 역할들도 분명히 있다. 현재 1군에는 없지만 신정락, 임준섭, 장민재 등은 언제든 한화이글스의 투수진에 힘을 보태고 후배들을 이끌어 줄 수 있는 충분한 역량이 있는 선수들이다.

18연패의 치욕을 당하면서 역대급 최하위 시즌을 보내고 있는 한화이글스지만 분명 긍정적인 미래 신호가 켜져 있는 것은 분명하다. 이를 어떻게 잘 구성하고 운영하는가가 프런트와 코칭스태프에게 남겨진 역할이다.

선수들을 선순환적으로 잘 운영을 하고 적재적소에 필요한 선수들을 그 목적에 맞게 장기적 육성을 할 수 있는 로드맵이 만들어지고 그대로 소화를 해야 한다. 현재도 퓨처스에서 1군에서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성장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이 된다.

될 성 부른 떡잎을 고르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 않게 그 떡잎을 잘 길러내는 것으로 구단의 몫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여정권 대전MBC 프로야구 해설위원(이학박사)
여정권 대전MBC 프로야구 해설위원(이학박사).

현재 1군 명단에는 없지만 1군에서 얼굴을 알렸고 퓨처스에서 담금질을 하고 있는 눈여겨 볼 젊은 선수들도 많다. 한화이글스 팬 뿐 아니라 야구팬들이 분명 기억해야 할 이름들이다.  

윤호솔(2013년 입단, 고졸 8년차, 1994년생), 박상원(2017년 입단, 대졸 4년차, 1994년생), 황영국(2014년 입단, 고졸 7년차, 1995년생), 김범수(2015년 입단, 고졸 6년차, 1995년생), 김이환(2019년 입단, 고졸 2년차, 2000년생), 오동욱(2019년 입단, 고졸 2년차, 2001년생), 남지민(2020년 입단, 고졸 신인, 2001년생), 한승주(2020년 입단, 고졸 신인, 2001년생)

어렵게 개막을 맞이한 2020시즌. 팬들을 만날 그날을 기다리며 많은 훈련과 노력으로 그라운드에서 땀을 흘리고 있는 한화이글스 선수들. 부상 없이 건강한 모습으로 최고의 경기력을 발휘해 승리를 따내고 가을야구로 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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