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웅 광복회장의 광복절 경축사가 평지풍파를 일으켰다. 김 회장은 15일 서울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광복절 경축식에서 “찬란한 우리 민족의 미래를 발목을 잡는 것은 친일에 뿌리를 두고 분단에 기생해 존재하는 친일”이라며 이승만 대통령과 안익태를 직접 겨냥했다. 그는 “이승만은 반민특위를 폭력적으로 해체하고 친일파와 결탁했다”고 비판하며, 안익태에 대해선 “애국가를 작곡한 안익태가 친일 친나치 활동을 했다는 자료를 독일 정부로부터 받았다. 민족 반역자가 작곡한 노래를 국가로 정한 나라는 전세계에 대한민국 한 나라 뿐”이라고 말했다.

대부분의 인물이 그러하듯 이승만과 안익태도 어느 한 쪽으로만 평가하기 어려운 점이 분명히 있다. 이승만은 친일 여부에 대한 평가부터 엇갈린다. 해방 이후에도 친일파가 득세하게 만든 것은 그의 잘못이지만 그가 미국에 건너가 독립운동을 했던 것도 사실이다. 건국 과정에 대한 평가도 서로 다르다. 한쪽에선 남북 분단의 원흉으로 비판하고, 다른 한쪽에선 그가 아니면 오늘날의 자유대한민국은 없었다며 공을 높이산다.

학계의 이승만 평가 ‘공삼과칠’ vs ‘공칠과삼’

이승만에 대한 학계의 평가도 엇갈려 왔다. ‘공삼과칠(功三過七)’의 평가(신상초)가 있었는가 하면 ‘공칠과삼’의 평가(유영익)도 있었으며, 5대 5로 보는 평가(진덕규)도 있었다. 많은 국민들의 뇌리 속에는 부패정치로 쫓겨나는 모습과 함께 부정적 평가가 적지 않은 건 사실이었다. 그러나 천관우는 “우리나라와 같이 인물이 많지 않은 형편에서 어떤 인물에 대한 극단적 평가를 피했으면 좋겠다. 플러스(긍정적인 면)와 마이너스(부정적인 면)를 총결산해서 플러스가 크면 그 테두리 안에서 흠을 말하는 것이 좋다”고 했었다.

지금의 국민들 생각도 다 같지는 않을 것이다. 누가 나서 강제로 결론을 내릴 수는 없고 그렇게 결론 낸다면 대다수 국민들은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최종적인 평가는 역사의 몫이고, 어쩌면 세월이 아무리 흐른다 해도 O X로 재단하기는 힘들 수도 있다. 김 회장은 이런 문제에 대해 국민들은 자신의 얘기를 따라야 한다고 일방적으로 요구한 거나 마찬가지다. 김 회장의 개인적 판단은 있을 수는 있으나 국민 다수가 동의하기 어려운 주장을 광복절 경축사에 포함시킬 수는 없다. ‘안익태의 애국가’논란도 10년이 훨씬 넘은 문제다. 여전히 애국가로 불리고 있다면 쉽게 결론내기 어렵다는 뜻이다. 경축사에 불쑥 끼워넣으면 갈등만 키울 문제다.

김 회장의 황당한 경축사 때문에 대한민국은 또한번 쪼개졌다. 야당에서 “깜도 안 되는 광복회장의 망나니 짓”이라며 김 회장에게 사퇴를 요구하자, 여당에선 “통합당은 친일파의 대변자냐”는 반박이 나왔다. ‘이승만 문제’는 현실 정치판 안에 들어 와 있다. 여와 야, 진보와 보수가 서로 시비를 다투는 소재가 되어 있다. 여당에선 현충원에 묻혀 있는 친일파 무덤을 파내야 한다며 파묘법까지 추진하고 있다. 김 회장의 발언은 이런 정치적 분위기와 무관하다고 보기 어렵다. 고의든 아니든 그의 발언은 여당의 움직임에 열렬한 박수를 보내는 ‘정치적 행위’가 되고 말았다.

'분열의 언사'만 넘처나는데 광복회장까지 그러는가

광복회장이 광복절 경축사에서 할 행동은 결코 아니다. 광복절은 조국의 광복을 위해 투쟁한 순국선열들을 추념하고 민족 해방을 경축하는 국경일이다. 선열들의 숭고한 뜻을 되새길 수 있는 내용이어야 하고, 과거와 같은 불행한 일이 되풀이 되지 않도록 국민들에게 용기를 주고  단합시키는 경축사라야 맞다. 김 회장의 기념사는 경축사가 아니라 국민들을 분열시키고 나라를 쪼개는 선동에 불과했다. 도리어 일본에서 좋아할 언동이다. 그의 주장이 설사 다 맞더라도 광복절 기념식에서 해선 안 되는 말이었다. 그런 말을 꼭 하고 싶다면 지금이라도 정치판에 들어가 하면 된다. 국회에 그런 주장하고 파묘법도 만들면 된다. 왜 광복절 기념식장에서 정치를 하는가?

김원웅 회장은 대전(대덕구)에서 국회의원을 지낸 사람이다. 대전시장 선거에도 출마했던 우리 지역 정치인이었다. 작년에 광복회장이 되었다. 광복회장이면 1년에 한 두번은 전국민들에게 위로와 용기를 주는 말을 할 수 있는 자리다. 국민들을 화합시키는 말도 할 수 있다. 지금 대한민국에는 ‘분열의 언사’만 차고 넘친다. 광복회장까지 나설 이유가 없다. 광복회장까지 나라를 쪼개는 데 앞장서는 건 안타까운 일이다. 김 회장은 대전시민으로서 자랑스럽게 여길 수 있도록 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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