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트의눈] 경제와 문화의 충돌, 절충점도 있다

대전 선화동 성산교회와 소제동 철도관사촌. 대전에서 철거논란이 한창인 곳이다. 누군가는 필요에 의해 이곳을 철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고, 또 다른 누군가는 활용가치가 높기 때문에 보존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물론 두 곳은 전혀 유사점이 없는 장소다. 성산교회는 완공된 지 십수년 밖에 되지 않은 새 건물이지만, 대전시가 공원조성계획을 세우면서 매입한 후 ‘철거냐 활용이냐’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공원 조망권 등을 바라는 인근 아파트 주민들에게는 ‘눈엣 가시’같은 건물이겠지만, 공간이 필요한 지역의 시민단체나 문화예술인, 공동체 커뮤니티를 원하는 인근 주민들에게는 활용도가 높은 건물이다. 

철거가 아닌 활용을 원하는 주민들이 서명부를 작성해 최근 공론화를 제안한 만큼, 관련 조례에 따라 주민의사가 반영되고 이 건물의 운명이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어떤 결론이 나와도 지역공동체에 좋은 경험이 될 수 있다. 

철도관사촌의 사정은 사뭇 다르다. 성산교회가 공공의 자산을 어떻게 활용할 것이냐의 문제라면, 철도관사촌은 사유재산 문제와 직결돼 있다. 

1930년대 지어져 현재 30여 채가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진 철도관사촌은 재개발계획으로 철거될 위기에 처했다. 일부 소유주들이 오래되고 독특한 목조주택 내부를 리모델링해 카페나 문화공간으로 탈바꿈시키자 입소문을 타고 핫플레이스가 됐다. 

최근 철거에 반대하는 관사 소유주들이 문화재지정 신청을 하면서, 문화재 지정 여부가 첨예한 관심사로 떠올랐다. 철도관사촌 일부가 문화재로 지정되면, 당장 재개발계획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 문화재를 손쉽게 허물어 버리고 아파트를 지을 수 없는 까닭이다. 

물론 성산교회와 철도관사촌의 공통점도 있다. 경제적 가치의 부동산과 문화적 가치의 부동산을 바라보는 시각이 서로 충돌하고 있다는 점이다. 철거를 원하는 쪽은 철거를 통해 경제적인 부동산 가치가 상승할 것이란 기대를 가지고 있고, 활용을 원하는 쪽은 기존 건물을 문화공간 등으로 활용하는 것이 훨씬 더 좋은 선택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는 듯 보인다.   

언뜻 경제와 문화의 충돌처럼 보인다. 그러나 우리는 ‘돈이 되는 문화(공간)’의 사례를 어렵지 않게 찾아 볼 수 있다. 자칫 주민간 갈등으로 번질 수 있는 시각의 차이를 좁힐 수 있는 선례가 많다는 이야기다.  

낙후된 지역에 문화예술인들이 모여들고, 문화예술로 인해 사람들이 모여들고, 사람들이 모여드니 부동산 가치가 상승한 사례는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도시재생의 모범사례로 손꼽히는 지역들 대부분은 완전 철거 후 모든 것을 새롭게 건설한 곳이 아니라, 기존의 것을 되살려 낡은 도시를 생동감 있는 도시로 탈바꿈시킨 곳들이다. 

성산교회는 공공이 소유한 공간이다. 시장 등 행정이 의지만 갖는다면 얼마든지 공공재로 활용할 여지가 크다. 철도관사촌은 상황이 약간 다르다. 소유주인 주민들이 동의하지 않는다면, 단일한 방향의 보존이나 개발, 두 가지 방향 모두 어렵다. 결국은 정치와 행정이 갈등을 어떻게 조정하고 해결해 나가냐가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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