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용 칼럼]

故 이인구 계룡건설 명예회장의 국회의원 시절 모습. 자료사진.
故 이인구 계룡건설 명예회장의 국회의원 시절 모습. 자료사진.

용담댐은 1992년 공사를 시작해서 2000년 완공됐다. 1조 5000억 원이 들어갔다. 대전 충청권에선 반대했던 댐이다. 댐이 건설되면 금강 상류의 물이 전북 쪽으로 빠지면서 금강 수질이 나빠질 게 뻔하기 때문이었다. 수자원공사(수공)는 용담댐 물의 4분의 3을 전북의 만경강으로 빼낸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애초 계획대로라면 대청댐으로 들어오는 물은 초당 24톤에서 5톤으로 4분의 1 이하로 줄어들게 돼 있었다. 초당 5톤은 1966년 최대 갈수기 때의 금강 상류의 수량으로, 하천을 파내야 물이 보일 정도라고 한다. 

이런 계획은 수공이 엉터리 자료를 가지고 만든 것이었다. 전북 인구가 2021년엔 380만이 넘는다는 과다 예측치로 전북권 용수량을 계산했다. 지금 전북 인구는 180만 남짓이다. 예측치의 절반도 안 된다. 당시에도 380만은 말도 안 된다는 지적이 나왔으나 수공에겐 그런 자료가 필요했다. 전북 쪽에 수력발전기가 설치되기 때문에 가짜 자료를 만들어서라도 이쪽으로 더 많은 물을 빼내야 했다. 수공에겐 전기 생산으로 돈을 버는 게 중요한 문제였다. 

충청권의 용담댐 반대 투쟁과 수자원공의 속셈

금강과 대청호에겐 심각한 문제였다. 금강 상류가 말라붙고 대청호 유입 수량이 줄면 수질이 악화될 건 불 보듯 뻔했다. 그런데도 수공은 제대로 된 환경영향평가도 없이 밀어붙이려 했다. 용담댐 저지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선 사람 중 한 명은 당시 계룡건설 오너 이인구 의원이었다. 용담댐 관련 기관에 대한 국정감사마다 용담댐을 문제삼았다. 그는 용담댐 건설 자체를 반대했으나 일개 국회의원의 반대로 취소될 공사는 아니었다. 댐의 규모를 8억 톤에서 5억 톤으로 줄이자고 요구했지만 역시 관철이 어려운 주문이었다. 

그러나 용수배분 문제, 즉 금강으로 보내는 물의 양과 만경강으로 보내는 양의 비율을 조정하는 데는 성과를 거뒀다. 금강으로 보내는 물은 초당 5톤에서 12톤으로 두 배 이상 늘리고, 만경강으로 물을 보내는 도수터널의 직경은 당초 4m에서 3.2m로 줄였다. (그런 조정을 거쳤어도 전북 수요량의 두 배가 만경강으로 흘러들고 있다.) 이 의원 혼자 해낸 일은 아니었다. 당시 지역 정치권, 대전시의회, 지역언론, 시민단체가 함께 이룬 결과였다. 그래도 그에겐 아쉬움이 컸던 듯하다. 그가 80살 되던 해, 한 인터뷰에서 평생 회한(悔恨)이 있다면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고 “용담댐을 백지화시키지 못해 충청권 400만 젖줄인 대청호 수질을 보호하지 못한 것”이라고 했다고 한다. 

공병장교를 지낸 이 이원은 군대 시절 미국에 유학, 토목 분야를 공부했다고 한다. 이 분야 지식과 경험이 용담댐 문제에 더 매달리게 했는지도 모른다. 그는 나중 국회의원 선거에 낙선한 뒤 정치에서 은퇴하면서 용담댐 관련 자료들을 모두 대전시의회에 넘겼다. 어차피 댐은 건설되었으니 이젠 댐 관리를 제대로 하는 수밖에 없다며 대전시의회에 역할을 당부했다고 한다. 물론 이런 일은 시의회보다는 대전 충남시도지사가 앞장서야 하는 일이다. 용담댐이 대청호와 금강 수질에 미치는 영향, 홍수기 갈수기의 안전에 관한 문제 등을 댐관리규칙에 넣고 규약대로 관리되고 있는지 확인하고 감시하는 건 지방자치단체장의 권한이자 의무다.

이번에 금산 지역에 큰 물난리를 낸 용담댐의 허술한 관리를 보면 댐관리규약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 게 분명하다. 용담댐 직원들은 만수위에 가까운 위급 상황에서도 매뉴얼 대신 민원인의 전화를 받고 방류를 오히려 줄였다가 뒤늦게 물을 쏟아내는 바람에 피해를 키웠다. 댐이 제대로 관리되고 있다면 금산 인삼밭이 물바다에 잠기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당시 시의회의 관계자는 말한다. 2007년 만들어진 재난안전관리기본법은 댐에 대해서도 안전관리를 의무화하고 있지만 지방자치단체가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으면 있으나마나한 법이다. 아직 그런 상황이다.

댐 안전은 수자원공사, 주민은 안전 시도지사 책임

지금 댐의 안전 문제나 물난리 대책은 전적으로 수공의 손에 달려 있다. 시도지사는 구경꾼이나 마찬가지다. 잘못이다. 주민들의 안전은 시도지사가 책임져야 한다. 수공의 평소 관심은 안전보다 돈이다. 수공직원들은 비가 내리면 하늘에서 돈이 떨어지는 것으로 생각한다고 한다. 댐에 물이 가득찰수록 버는 돈이 더 많아진다. 이런 기관에서 주민의 안전은 뒷전일 수밖에 없다. 어처구니없는 용담댐의 관리가 어쩌다 일어난 실수가 아니라는 뜻이다.

양승조 충남지사는 금산이 물바다가 되었다는 소식에 현장으로 달려갔다. 그러나 도지사에겐 용담댐과 대청댐이 수질이나 홍수 가뭄 등의 문제로 충남도민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지는 않은지 점검하여 이를 규약에 반영하는 게 더 훨씬 중요한 일이다. 대다수의 자치단체장들은 이런 문제를 남의 일로 여기기 때문에 별관심이 없다. 주민들이 물난리가 겪고 나서야 수자원공사를 찾아 항의하거나 정부에 재난지원금 달라고 손 내미는 게 전부다.

수공은 용담댐 물난리에 대해 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배상책임을 지겠다는 생각도 없다. 전문가들은 용담댐 문제도 ‘환경피해 무과실배상책임원칙’의 적용 대상이라고 말한다. 사고를 낸 쪽에서 자신의 책임이 아니라는 것을 입증하지 못하면 배상책임을 지도록 하는 법이다. 2016년 금산 불산 누출 사고로 피해를 입은 농가들은 이 법을 근거로 1심과 2심에 승소하고 지금 대법원에 가 있다. 가구당 2000만 원의 피해를 요구하여 700만 원을 인정받은 상태다. 이 법이 용담댐 사고에서 적용된다면 수공은 황당한 방류가 수공의 잘못이 아니라는 점을 증명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배상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댐은 우리에게 연중 소중한 용수를 공급해주는 이기(利器)지만 때론 이번처럼 물폭탄이 되어 우리를 위협할 수 있다. 앞으로도 또 이런 일이 없으리란 보장이 없다. 이번 기회에 수공의 댐 관리에 관한 문제 전반을 촘촘하게 점검할 필요가 있다. 시도지사와 시장 군수들이 이미 했어야 하는 데도 손 놓고 있는 일이 무엇인지도 확인해서 치밀한 댐관리규약을 만들어야 한다. 이번 물난리에 소는 잃었지만 외양간은 제대로 고쳐야 한다. 그 주체는 시도지사와 지방자치단체가 되어야 한다. 대전충남시도지사들은 힘써주기 바란다. 

정치인이라면 물러난 뒤에 진정한 보람으로 남을 만한 업적이 하나쯤은 있어야 좋다. 혹시 그런 업적을 이루지 못했다면, 평생의 한으로 남을 만큼 매달린 일은 있어야 맞다. 보람도 회한도 없는 정치였다면 헛되게 시간만 보낸 것이다. 고인이 된 ‘이인구 전 의원의 용담댐’ 얘기를 지인에게 전해듣고 떠오르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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