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017년 파기환송 후 3년 동안 증거 못 밝혀
법원 "졸음운전인지 고의사고인지 증거없다"..검찰 재상고?

캄보디아 아내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남편에게 무죄가 선고됐다. 대신 과실로 교통사고를 내 사망케 했다는 혐의만 인정됐다. 사진은 사고 당시 현장 모습.

최근 대전법원에서 95억원의 보험금을 노리고 고의로 교통사고를 내 캄보디아 출신 아내를 살해했다는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남편(50)에 대한 파기환송심 판결이 진행됐다.

이 사건은 발생 당시부터 언론에 관심을 모았던 사건으로 막대한 보험금을 노리고 나이어린 아내를 살해한 나쁜 남편 사건으로 세간의 관심을 모았었다. 항소심에서 무기징역이 선고됐지만 대법원에서 파기환송하면서 더욱 판결 결과에 이목이 집중됐지만 결국 파기환송심에서 보험금을 노린 고의 교통사고는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인정하지 않았다.

혐의 입증에 자신감을 나타냈던 검찰은 파기환송 후 3년간의 시간이 있었지만 끝내 유력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면서 체면을 구기게 됐다.

남편 이씨는 지난 2014년 8월 23일 새벽 3시 40분께 경부고속도로 하행선 천안삼거리 휴게소 인근에서 스타렉스 승합차를 운전하다 고속도로 갓길에 서 있던 8톤 화물차와 고의로 충돌해 조수석에 있던 캄보디아 출신 아내 이모(25)씨를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임신 7개월이었던 아내는 안전벨트를 하지 않고 잠든 상태로 사고가 발생하면서 현장에서 태아와 함께 숨졌다. 안전벨트를 착용했던 이씨는 가벼운 상처만 입고 인근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으며, 경찰에는 졸음운전으로 사고가 났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파손부위가 지나치게 조수석으로 쏠리면서 이씨의 부상이 경미했던 점과 아내 앞으로 26개의 보험이 가입돼 보상금만 95억 원이나 되는 점을 수상히 여긴 경찰은 수사에 착수했고, CCTV를 분석하고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도로교통공단, 한국도로공사와 합동 조사를 벌인 결과 졸음운전이라던 이씨의 진술이 거짓임을 밝혀냈다.

검찰은 이씨가 보험금 수령을 노리고 고의로 교통사고를 내 아내를 숨지게 했다는 살인 혐의와 보험사를 속였다는 사기 혐의로 기소했다가 항소심 과정에서 예비적 공소사실로 과실로 교통사고를 내 아내를 사망에 이르게 했다는 혐의(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치사))를 추가했다.

이번 사건을 바라본 재판부의 판단은 엇갈렸다. 

1심 재판부(대전지법 천안지원)는 지난 2015년 이씨의 혐의 전부를 무죄도 선고했지만 항소심(대전고등법원)에서는 전부 유죄로 뒤바뀌면서 무기징역이 선고됐다. 대법원은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여러 의문을 떨쳐내고 고의사고라고 확신할 수 있을 만큼 간접증거나 정황증거만으로 살인 혐의를 인정하기 부족함에도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사건을 대전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이때가 2017년 5월 30일이다.

파기환송심 재판부인 대전고법 제6형사부는 이때부터 사건을 다시 검토했다. 무려 3년여 동안 대법원의 파기환송 취지에 따라 심리를 집중한 결과 재판부의 판단이 나왔다.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졸음운전 사고인지 고의사고인지를 단언할 수 있는 객관적인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 검사가 제출한 간접사실 및 증거만으로는 합리적 의심이 들지 않을 정도로 피고인 이씨가 고의로 교통사고를 내어 아내인 피해자를 살인했다는 사실이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살인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또 이씨가 아내를 고의로 살해했음을 전제로 한 사기 혐의는 무죄가 선고됐다.

다만 이씨가 과실로 교통사고를 내 아내를 사망케 한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치사 혐의에 대해서는 유죄로 인정하고 금고 2년과 함께 법정 구속했다. 

사실 이번 사건은 수사 초기부터 이씨의 일관되게 아내를 고의로 살해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한 부분이 무죄를 선고하는 데 결정적인 이유로 작용했다. 반면 살인 및 사기 혐의를 검찰이 입증해야 하는데 검찰은 모두 간접증거만을 제시하며 재판부에게 유죄를 주장했다.

재판부는 검찰이 주장하는 간접증거만을 토대로 한 증거는 증거능력이 없다고 봤다. 비록 상식보다 많은 보험가입 행태 및 사망보험금 액수, 이씨가 운전한 차량의 운행방식 등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는건 사실이지만 졸음운전 사고인지 아니면 고의사고인지 단언할 수 있는 객관적인 증거가 없기 때문에 이씨의 혐의를 유죄로 인정할 수 없다는 게 파기환송심 재판부의 판단이다.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판결문을 통해 "결국 졸음운전 사고인지 고의사고인지 단언할 수 있는 객관적인 증거가 없는 이 사건에서 피고인은 살인의 고의에 대해 졸음운전에 의해 교통사고가 발생했다고 강력히 부인하고 있다"며 "졸음운전 했을 가능성 역시 존재하며, 객관적인 증거와 논증을 통해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배제할 수 없는 이상 살인 혐의를 무죄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대신 고속도로 졸음운전의 위험성과 피해자의 상황 및 부주의의 정도, 중대한 교통사고의 결과, 유족과의 미합의를 고려해 교통사고특례법상 치사 혐의에 대해서는 금고 2년의 실형과 함께 법정구속했다.

결국 검찰은 파기환송심의 심리가 시작된 2017년 6월 7일 이후 3년 동안 이씨의 살인 혐의에 대해 객관적으로 입증하지 못했다. 판결이 임박한 지난 5일부터 7일까지 세차례에 걸쳐 대전고검 담당검사는 쟁점별 의견서를 제출하면서 혐의 입증을 시도했지만 끝내 재판부의 판단을 뒤집을 수는 없었다.

검찰이 대법원에 재상고할 지 여부에 대해 내부 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지만 3년간의 물리적인 시간이 주어졌음에도 혐의 입증에 실패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수사력에 타격은 불가피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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