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충남도인재육성재단 한영배 상임이사…“우수인재 발굴 넘어 사각지대 비춰야”
민선7기 들어 대상자 대폭 확대…장학재원 마련 과제, 지역민 참여 유도 고심

혁신도시법 통과로 충남도청이 위치한 내포신도시의 발전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아직은 인구 3만 명이 채 안 되는 더딘 발걸음을 보이고 있지만, 도내 기관·단체들이 속속 입주하며 중핵도시로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디트뉴스>는 내포신도시에 입주한 기관·단체장들을 순차적으로 만나 활동계획을 들어보기로 했다. <편집자주>
충남도인재육성재단 한영배 상임이사는 단순한 교육지원이 아니라 지역발전과 양극화 해소를 위한 재단의 역할을 강조했다.

“교육은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라고 한다. 미래의 인재 양성을 위해 100년 앞을 내다보는 계획을 세워야 할 만큼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말이다. 충남도인재육성재단(이하 재단) 한영배 상임이사의 소명의식도 여기서 출발한다. 

충남의 미래 인재 육성을 목표로 충남도가 출연해 구성된 재단은 600여 억 원 규모의 자산을 바탕으로 장학사업과 대전·서울 등에 기숙사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취약계층과 우수인재지원을 위해 연간 15종, 1300여 명에게 장학금을 지급한다. 

충남도청과 부여부군수를 거친 40여 년의 공직경험을 갖고 있는 한영배 상임이사는 미래세대를 위한 인재육성 기능에 자부심을 보이면서도 재단이 안주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도의 재원으로 이뤄지는 장학사업과 기숙사 지원 역할에 머무르는 상황을 경계하는 것. 

혜택을 받은 학생들이 ‘충남인’으로서 정체성을 확립하고, 그 안에서 자긍심을 찾을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재단의 사업이 학생 개인에 대한 후원에서 시작하지만 그들의 가정과 학교, 나아가 지역사회의 발전과 회복으로 ‘선순환’ 되는 데에 방점이 찍혀 있다.

이를 위해서는 관 주도의 장학 사업이 아닌 활발한 민간 참여가 필요하다. 지역민 스스로 후학 양성에 나서고, 그 안에서 성장한 후배들은 다시 미래세대에 자양분을 넘겨주는 문화가 필수 조건이다. 한 상임이사가 꿈꾸는 재단의 궁극적인 모습이다. 

이를 위해 재단은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제도권 밖 학생들까지 대상을 넓혀가고 있다. 또 도민들의 참여를 장려하기 위해 ‘명예의 전당’ 등 다양한 방안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충남의 경우 타지에 비해 민간의 장학사업 참여가 미온적이다. 

한 상임이사가 반드시 극복해야 할 과제다. 이는 대한민국의 문제인 양극화 현상의 해결과도 직결되기 때문이다. 

그는 “정부의 소득재분배에서 벗어나 지역사회가 미래 인재를 키우고 ‘3포 시대’로 대표되는 청년들이 ‘희망’을 안고 살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교육에서 소외받는 이들이 없어야 한다. 지역 사회의 따뜻한 손길은 자금심을 키우는 자양분이 될 것이다. 교육이 지방소멸과 양극화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한영배 상임이사와 나눈 1문 1답이다.

-재단의 역할에 대한 설명을 부탁드린다.
“재단은 충남의 미래를 이끌어갈 인재를 육성한다는 목표 하에 충남도의 재원출연을 통해 설립·운영되고 있는 기관이다. 2020년 현재 1실 2관의 조직, 40여명의 직원, 약 598억 원 규모의 자산을 갖고 장학사업과 2개의 학사관(서울, 대전)을 운영 중이다.   

장학사업은 취약계층(저소득층·학교밖청소년·다문화가정 등) 지원을 위해 아름드리장학사업 등 6종, 우수인재지원을 위한 해외유학장학사업 등 6종, 청년정책지원을 위한 충남뿌리내림장학사업 등 3종 등 연간 15종, 1300여명에게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다. 교육에서 소외되는 학생이 없도록 노력하고 있으며, 우수인재 지원사업은 선발과정에서 학교성적뿐 아니라 에세이심사, 면접심사를 통해 충남의 인재라는 정체성과 자부심을 심어주고 있다.

학사관은, 충남·대전 학생들을 위한 123실 244명 규모의 대전학사관을 2000년부터 운영 중이며, 수도권 학생들을 위한 서울학사관도 건축 중이다. 서울학사관은 8월말 개관식을 하고 2학기부터 운영할 계획으로, 수도권대학생 자녀를 둔 도민들의 경제적 부담을 완화하고 학생들의 학업성취도 향상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 상임이사는 장학사업과 함께 8월 말 문을 여는 서울학사의 완벽한 준비에 역점을 두고 있다. 

-상임이사로 취임하게 된 계기와 포부가 있다면?
“우리 사회에서 점점 심해지고 있는 양극화 문제 해결에 기여하고 싶다는 소망 때문이다. OECD에서 측정한 우리나라의 소득 양극화 수준은 36개국 중 30위다. 자신을 하층민이라고 생각하는 국민이 40%, 사회·경제적 지위 상승가능성이 없다는 국민이 65%라는 통계도 있었다. 과거 경제발전기를 살아온 세대의 마음속에 ‘희망’이 있었다면, 요즘 젊은이에게는 ‘3포세대’ 즉 ‘포기’라는 단어가 있다. 이런 현상의 원인이 날로 심각해져가고 있는 양극화문제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재단의 기능과 양극화문제의 해결이 어떤 연관이 있는지.
“저는 양극화문제의 근본적인 해결방법이 ‘교육’에 있다고 본다. 교육은 취업양극화를 완화하고, 계층이동을 가능케 한다. 교육이라는 본질적인 처방 없는 단순한 소득재분배 사업은 ‘언 발에 오줌 누기’처럼 사회적 약자들이 정부에 의존하는 경향만 키우기 쉽다. 재단의 장학사업과 기숙사운영 사업이 교육분야의 양극화를 완화하고 나아가서는 사회의 양극화를 완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기본적으로 충남의 인재들이 발전하는 게 국가전체의 수도권인재 집중을 완화할 수 있고, 특히 사회취약계층에 대한 장학금은 좌절하고 포기하기 쉬운 충남의 청년들에게 다시 ‘희망’을 생각하고 미래에 도전할 수 있는 씨앗이 될 것이라고 본다. 재단이 심은 이 씨앗이 크게 자라서, 충남의 미래에 큰 힘이 되고 후배들에게 장학금을 기부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실제로 상임이사 취임 이후 변화가 있었나.
“소득이 3만 불 시대에 살고 있다고 하지만 실제로 바닥층들의 삶을 들여다보면 가정형편 때문에 학교에 못 다니는 어려운 학생들이 의외로 많다. 도내 적령기임에도 학교 밖에서 맴도는 청소년이 1800명이나 된다. 교육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이런 아이들을 재단에서 찾아주고 돌봐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올해 전국 최초로 학교밖 청소년 56명에게 1억5000만 원을 지원했다.

또 다자녀 지원이나 4차산업, 지역간호인력 육성에 대한 사업을 새로 편성하는 등 수월성인재에 집중됐던 장학금 수혜대상을 대폭 확대했다. 지사님의 제안으로 영호남권 대학진학생들을 위한 거주비 지원사업을 작년에 처음 시행했는데, 효과가 커서 더욱 확대할 계획이다.”

-재단에서 가장 역점을 두고 추진하는 사업은 무엇인가.
“첫 번째는 사업의 방향성을 명확히 부여하는 것이다. 다른 지자체에서 한다고 막연하게 업무를 처리하는 것과 명확한 비전을 조직원들이 공유하고 업무를 진행하는 것은 성과측면에서 엄청난 차이를 갖기 때문이다. 저는 우리 재단의 방향성을 민선7기 충남도정 철학인 ‘더 행복한 충남’으로 설정하고, 재단이 진행하는 모든 사업에 이를 녹여내고 있다.

두 번째는 서울학사다. 도가 187억 원을 출자하고 시군에서 98억 원을 모아 총 285억 원을 투자했으며, 현재 98% 정도의 공정이 진행돼 올 2학기부터 학생들을 맞을 예정이다.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어느 지역 학사에도 뒤처지지 않는 최고의 시설과 서비스를 제공해 도민들의 부담을 덜고 지역인재들이 자긍심과 애향심을 가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재단은 지난 2019년과 올해 2년 연속 경영평가 ‘우수’를 받은 바 있다.”

-재단 업무를 보면서 가장 보람되는 점은 무엇인지.
“‘키다리아저씨, 마중물, 인생은 아름다워(Life is beautiful), 사막의 오아시스, 절대로 포기하면 안됩니다, 하늘 길을 열기 위한 나의 활주, 기회는 누구에나 열려있다, 내 꿈의 촉매, 훌륭한 조연, 희망을 줄 수 있는 지도자로 성장하겠습니다...’ 우리 장학금을 받은 학생들이 쓴 수기의 제목들이다. 학원강습용 가야금만 연주하던 학생이, 장학금으로 처음 가야금을 사서 지금은 음악선생님의 길을 가고 있다는 이야기를 비롯해, 한 때 좌절하고 세상을 원망했던 학생들이 희망을 말하고 미래에 대해 자신 있게 도전하고 있는 모습들을 볼 수 있다. 이를 볼 때면 장학사업이라는 게 청년들의 꿈을 응원해 미래인재로 키워내는 역할 이상을 하고 있다고 생각이 든다. 우리 사회가 미처 돌보지 못했던 부분을 치유해 더불어 잘사는 공동체를 회복하는 역할까지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소중한 역할로 공직을 마무리하게 돼 보람되고 기쁘다.”

재단 입구에 세워진 명예의 전당 현판 모습. 아직 빈 자리가 많이 남아 있다.

-반대로 아쉬운 점이 있다면?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재원 마련이 가장 어렵다. 현장에서 사업을 진행하다보면 정말 도와줘야하는 시급한 학생들도 많고 진행해보고 싶은 장학사업도 많지만, 도의 출연금을 계속 늘리는 데 한계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도민들이 수긍하고 지원해줄 수 있는 장학사업을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이를 홍보해서, 자발적 기부금 모집의 규모를 키워가고자 한다. 충남은 호남 등 타지에 비해 참여율이 저조한 편이다. 300만 원 이상 기부할 경우 ‘명예의 전당’에 기록하고 있는데 호응이 적다. 올해 장학금을 받은 학생들의 수기모음집인 ‘여기 길이 있었네’를 출간했는데 이를 보시고 기부에 동참해주시는 경우가 많아 큰 기대를 갖고 있다.”

-자신을 5글자로 표현한다면?
“‘후회는 없다’라고 하겠다. 길다면 긴 인생을 살아오면서 수많은 선택을 했고, 그 중에는 잘못된 선택으로 고통스러웠던 때도 많았다. 하지만 그런 과거를 ‘기억’은 하되, ‘후회’는 하지 않으려 노력한다. 과거의 시행착오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기억’은 하지만, 스스로를 자책하고 과거에 묶어두는 ‘후회’는 삶의 발전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런 자세 덕분에 새로운 도전을 지속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끝으로 도민께 전하고 싶은 말은?
“우리 재단은 100년을 내다보고 미래에 투자하고 있다. 당장의 가시적인 성과보다는 먼 미래를 바라보는 사업인 만큼, 도민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지지가 필수적이다. 재단 모든 구성원들은 모든 사업을 투명하고 공정하게 진행할 뿐만 아니라, 학생과 학부모가 만족할 수 있는 참신하고 다양한 인재육성사업을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실행해나가겠다고 약속드리겠다.”

저작권자 © 디트NEWS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