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들 원거리 중학교 배정 가능성 우려, 학군 조정 개정안 전면 철회 요구
대전교육청, 사전 설명회·공청회 등 없이 행정예고
신도시 신설 학교 설립 지연도 우려

대전교육청이 추진 중인 중학교 학군 축소 개정안에 대해 학부모들 뿐 아니라 정치권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절차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얘기인데 교육청의 탁상행정이 반발을 자초했다는 지적이 많다.

대전교육청이 교육 주체인 학생과 학부모, 대의기관인 대전시의회와의 사전 협의 없이 중학교 학교군·중학구 축소 개정안을 행정 예고, 거센 반발은 물론 지역 간 갈등까지 초래했다는 지적이다.

특히 학군 조정이 원활하지 않을 경우, (가칭) 서남4중 등 도안·둔곡 지구 등의 유·초·중학교 신설 일정에도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예상, 대전교육청의 행정편의주의가 논란을 자초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번 논란은 대전교육청이 지난 4일 중학교 학교군을 현행 28학교군에서 18학교군으로 개편하는 내용을 행정예고하면서 시작됐다. 배정방식도 학교군 내 모든 학교 희망배정에서 학교별 정원의 70%는 희망배정, 30%는 주거지 기준 근거리 배정 방식으로 바뀐다.

사진=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라온 학군 조정 반대 청원(화면 갈무리)
사진=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라온 학군 조정 반대 청원(화면 갈무리)

이 개정안에 따르면 집 앞 2~3분 거리에 있는 중학교 대신 대중교통을 이용해도 30분 이상 걸리는 것은 물론 통학 안전권이 담보되지 않는 원거리 중학교에 배정될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날벼락을 맞은 것 같은 학부모들이 강하게 반발하는 것은 당연지사.

더구나 대전교육청은 행정예고에 앞서 사전 설명회나 공청회 등도 진행하지 않았다. 교육행정에 수요자들의 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셈이다.

유성구 관평동 40대 학부모는 “학교나 교육청으로부터 어떤 안내도 받지 못했다. 맘 카페를 통해 아이들이 왕복 9차선 도로를 건너 중학교를 다닐 수도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다들 분노했다”고 말했다. 이어 “학군 문제는 정말 민감하고 중요한 문제 아니냐”며 “어떻게 이런 일을 당사자인 학부모에게 단 한 번의 설명도 없이, 방학이자 휴가 기간에 행정 예고하고 처리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어이가 없다”고 성토했다.

이와 관련 대전교육청 관계자는 “코로나19 지역 확산 시기로 다수가 모이는 공청회 등을 열 수 없었다. 대신 학군 축소·통합 관련 영상 자료를 교육청 유튜브에 올렸다”며 “밀실 행정, 일방적인 행정을 하려면 행정 예고 사실을 보도 자료를 통해 언론에 배포했겠냐. 결코 그런 게 아니다”라고 적극 해명했다.

이어 “중학교 학군 통합이 조건인 신설 학교 심사안을 오는 10월 31일까지 교육부 중앙투자심사위에 올려야 한다. 그전에 대전시의회에 심의·의결을 받아야 하므로 9월 회기에 상정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방학 기간에 행정 예고를 하게 된 것”이라며 “행정 예고는 사안이 결정됐다는 것이 아니라 의견 수렴 기간이다. 충분히 학부모들의 의견을 듣겠다”고 말했다.

또 “중학교 정원보다 현재 초등학교 5학년보다 학생 수가 더 적다. 그 아래 학년은 더 적은 수다. 때문에 학부모들이 걱정하는 것처럼 근거리 중학교 대신 원거리 중학교 배정이 될 가능성은 사실상 크지 않다”고 전했다.

대전교육청은 행정 예고 기간인 오는 20일까지 18개 학군별로 이 같은 내용을 위주로 한 설명회를 개최하고, 각 학교운영위원장 등 학부모들과 협의체를 구성, 최종안을 마련해 시의회에 제출한다는 계획이다.

사진=학군 조정 반대 온라인 카페와 대전시의회 민원 게시판(화면 갈무리)
사진=학군 조정 반대 온라인 카페와 대전시의회 민원 게시판(화면 갈무리)

하지만 전형적인 ‘뒷북 행정’ ‘행정 편의주의’란 지적이다.

지난 2018년 9월 도안지구 (가칭) 서남4중 설립이 중학교 학군 및 학생 배치 재검토를 조건으로 승인된 이후, 대전교육청이 학군 조정을 위해 행정력을 발휘한 것은 배재대 산학협력단에 연구 용역을 발주한 것뿐.

교육계 관계자는 “학군 조정을 조건으로 신설 학교 승인이 이뤄진지 2년이 다 돼 간다. 한 달에 한 번씩 순회 설명회라도 개최, 학부모들을 설득하고 이해를 구하는 절차가 진행됐으면 학부모들의 반발이 이렇게까지 크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당연히 문제가 발생할 것을 알면서도 방법을 찾기보다는 너무 기계적으로, 편의적으로만 처리한다”고 꼬집었다.

민주당 대전시당도 논평을 통해 “교육 당국이 학부모와 학생 등 교육 주체에 대한 배려와 소통이 결여된 것이 이번 사태의 가장 주요한 점”이라며 대전교육청의 학군 조정 추진 방식과 과정에 문제가 있음을 지적했다.

대전교육청의 이 같은 안일한 행정은 신설 학교 설립 지연까지 초래, 또 다른 논란을 예고하고 있다.

다음달, 대전시의회에서 학군 조정안이 심의·의결되지 않으면 신설 학교 설립이 늦춰질 수밖에 없어 오는 2022년이나 2023년에 학교가 신설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 지역 주민들의 반발이 불 보듯 뻔하다.

대전교육청 관계자도 “9월에 시의회에서 학군 조정 개정안이 심의·의결되지 않으면 최소 6개월 이상 신설 학교 설립이 늦춰질 수 있다”며 난감해 했다. 

한편, 관평·어은·도룡·노은·지족·반석·관저·송촌동 등 관내 많은 지역 학부모들이 이번 중학교 학군 조정에 대해 반대하며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청와대 국민청원은 물론 대전시의회 게시판에 500여 건이 넘은 진정·민원을 접수했다.

온라인상에도 ‘대전 중학군 통합 반대’를 위한 카페를 개설, 이번 학군 조정에서 제외된 일부 지역과의 차별은 물론 신도시 학교 신설을 위해 왜 기존 학생들이 희생해야 하는지, 연구 용역의 전문성과 신빙성에 대한 의문 등을 제기했다. 또 학군 조정 철회를 위해 공청회 개최 요구, 연구 용역 감사 청구, 항의 시위, 모금 운동 등을 논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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